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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천 천상병 시 모음좋은 시 2022. 2. 20. 00:11
죽음에 대해서 담담하게 말하는
시를 읽으면 삶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고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듭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 읽으며
즐거운 소풍 날 되세요.
귀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소풍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삶이 소풍이었다고
그 소풍이 아름다웠더라고
오늘
한쪽의 일터에서 굴뚝 위에서 농성을 하고
바람이 바뀌었다고
다른 쪽의 사람들은 감옥으로 내몰리는데
이 길이 소풍이라고
따르는 식구들과
목마 태운 보따리
풀숲에 쉬면서 따가운 쐐기
길에는 통행료
마실 물에도 세금을 내라는 세상
홀로 밤길을 걷고
길을 비추는 달빛조차 몸을 사리는데
이곳이 아름답다고?
날개
날개를 가지고 싶다
어디론지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싶다.
왜 하느님은 사람에게
날개를 안 다셨는지 모르겠다.
내 같이 가난한 놈은
여행이라고는 신혼여행뿐이었는데
나는 어디로든지 가고 싶다.
날개가 있으면 소원성취다.
하느님이여
날개를 주소서...
나무
사람들은 모두 그 나무를 죽은 나무라고 그랬다
그러나 나는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밤 나는 꿈을 꾸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 꿈속에서 무럭무럭 푸른 하늘에
닿을 듯이 가지를 펴며 자라 가는 그 나무를 보았다
나는 또다시 사람을 모아 그 나무가 죽은 나무는
아니라고 그랬다
그 나무는 죽은 나무가 아니다.
나의 가난은
오늘 아침은 다소 행복하다고 생각는 것은
한 잔 커피와 갑 속의 두둑한 담배,
해장을 하고도 버스값이 남았다는 것.
오늘 아침을 다소 서럽다고 생각는 것은
잔돈 몇 푼에 조금도 부족이 없어도
내일 아침 일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난은 내 직업이지만
비쳐오는 이 햇빛에 떳떳할 수가 있는 것은
이 햇빛에서도 예금통장은 없을 테니까......
나의 과거와 미래
사랑하는 내 아들딸들아,
내 무덤가 무성한 풀섶으로 때론 와서
괴로왔을 그런대로 산 인생 여기 잠들다, 라고,
씽씽 바람 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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