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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양희 시 아름다운 시 모음
    좋은 시 2022. 2. 22. 09:07

     

     

    마음을 정화시키고 싶을 때

    시를 읽으면 마음이 맑아

    지고 따뜻해지는것 같습니다.

    휴식 시간 시 한편 읽는

    여유를 즐기세요.

     

    모란, 튤립, 장미를 꽂은 유리 병

     

     

     

     

     

     

    01

    너에게 쓴다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분홍색 리본으로 묶은 분홍색 장미 꽃다발

     

     

     

     

     

     

    02

    벌새가 사는 법

     

    벌새는 1초에 90번이나 

    제 몸을 쳐서

    공중에 부동자세로 서고

    파도는 하루에 70만 번이나

    제 몸을 쳐서 소리를 낸다

     

    나는 하루에 몇 번이나 

    내 몸을 쳐서 시를 쓰나.

     

    보라색 히아신스 꽃다발

     

     

     

     

     

     

     

     

    03

    그리움은 돌아갈 자리가 없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산 넘어버렸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그 강 건너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나는 그만 집까지 갔지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면서

    그땐 그걸 위해 다른 것 버렸지요

    그땐 슬픔도 힘이 되었지요

    그 시간은 저 혼자 가버렸지요

    그리움은 옮아갈 자리가 없었지요

     

    분홍색 튤립 꽃다발

     

     

     

     

     

     

     

     

    04

    웃는 울음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 서 있다면

    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을 때는

    소리 없이 우는 것 말고

     

    분홍색 장미 꽃다발

     

     

     

     

     

     

     

     

    05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네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보라색 라벤더 꽃다발

     

     

     

     

     

     

     

     

     

    06

    바람 편지

     

    잠시 눈감고

    바람소리 들어보렴

    간절한 것들은 다 바람이 되었단다

    내 바람은 네 바람과 다를지 몰라

    바람 속에서 바라보는 세상이

    바람처럼 떨린다

    바라건대

    너무 헐렁한 바람구두는 신지 마라

    그 바람에 걸려 사람들이 넘어진다

     

    두고 봐라

    곧은 나무도

    바람 앞에서 떤다, 떨린다.

     

    바구니에 꽃이 있는 자전거가 풀밭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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