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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관 시 모음)구부러진 길 등 이준관 시 모음좋은 시 2022. 2. 16. 07:27
등산을 할 때 곧은길로 올라가면
빨리 갈수는 있으나 가파르고
힘이 많이 듭니다.
하지만 길을 둘러 가면 시간은
조금 더 걸리지만 조금 덜
힘들고 주변을 감상하며 갈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도 곧은길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구부러진 길을
걸어가며 이것저것 구경하고
느끼며 걸어가는 길이 좋은 것 같습니다.
01
구부러진 길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02
밥그릇
어머니가
밥을 담아 주는
내 밥그릇
강아지 혀로 싹싹 핥아 먹는
강아지 밥그릇
나비가 얌전히 앉아 먹는
민들레꽃 밥그릇
꿀벌들이
오불오불 불어 꿀을 먹는
해바라기꽃 밥그릇.
03
지구의 힘
땅을 뚫고 나오는
조그만
씨앗의 힘
시들어 가는 들녘의 곡식들을
푸르게 일으켜 세우는
조그만
물방울의 힘
개구리도 황소도
불룩불룩 숨 쉬게 하는
조그만
공기의 힘
04
넘어져 본 사람은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무릎에
빨갛게 피 맺혀 본 사람은 안다.
땅에는 돌이 박혀 있다고
마음에도 돌이 박혀 있다고
그 박힌 돌이 넘어지게 한다고.
그러나 넘어져 본 사람은 안다
넘어져서 가슴에
푸른 멍이 들어 본 사람은 안다
땅에 박힌 돌부리
가슴에 박힌 돌부리를
붙잡고 일어서야 한다고
그 박힌 돌부리가 일어서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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