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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섭 거리 이중섭에 관한 시 10편 모음
    좋은 시 2023. 12. 20. 14:03

    이중섭 거리는 황소 그림으로 유명한 한국의 천재 작가 이중섭을 기념하며 조성되었습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이중섭거리와 이중섭 자작시 '소의 말' 그리고 이중섭에 관한 시 '내가 만난 이중섭', '이중섭의 방' 등 모음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제주-이중섭-소
    제주-이중섭-소

     

    이중섭 거리

    제주 서귀포에서 가볼 만한 곳으로 이중섭 화가의 이름을 딴 이중섭 거리가 있습니다. 이중섭 미술관에서 2분~3분 정도 거리에 있으며 미술관 주차비는 무료입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이중섭 작가 제주에서 살았던 생가와 작가의 산책길이 나옵니다. 작가의 산책길은 4.9Km로  45점의 조형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중섭 거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먹거리와 소품샵을 만날 수 있어 구경하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이중섭 시 모음

     

    소의 말 / 이중섭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 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친다

     

     

     

    내가 만난 이중섭 / 김춘수

     

    광복동에서 만난 이중섭은

    머리에 바다를 이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가 온다고

    바다보다도 진한 빛깔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눈을 씻고 보아도

    길 위에

    발자욱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 나는 또

    남포동 어느 찻집에서

    이중섭을 보았다.

    바다가 잘 보이는 창가에 앉아

    진한 어둠이 깔린 바다를

    그는 한뼘 한뼘 지우고 있었다.

    동경에서 아내는 오지 않는다고.

     

     

     

    이중섭의 방 / 정호승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 가족 네 식구가

    바닷게들과 가난하게 살았던

    초가 문간방

    솥단지 하나 달랑 입구에 놓여 있는

    1.4평짜리 방 한칸

    그 좁은 방 안을 들여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라산이 방 안에 저 혼자 앉아

    어깨에 쌓인 흰 눈을

    털고 있었다.

     

     

     

    이중섭 화가께 / 신달자

     

    가슴에는 천도복숭아

    엉덩이에는 사과가 익어가는

    내 아이는

    지금 향내로 가득합니다.

    곧 연둣빛 싹도 살며시 돋고

    계집아이 수줍음도 돋아나겠지만

    내 아이는

    더 자라지 않고

    벌거벗은 채로 뛰어노는

    당신의 아이들 속에

    벌거벗은 채로

    봄을 가지고 화평을 가지고

    영원을 가지고 놀게 하고 싶습니다.

    찢어진 은지 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 만들며

    순연한 부드러움

    맑은 영혼 영혼으로-

     

     

     

    이중섭 / 윤중호

     

    그는 

    해벌쩍 웃고 있다.

    -서귀포로 가봐요

    딴따라패같이 허기진 게가

    옆걸음질치고 있다.

    더 웃어봐요

    한숨처럼 등이 굽은 누런 소의

    듬직한 불알이

    안심이나 한 듯 덜렁 웃고 있다.

    더 웃어봐요

    -제가 무얼 할 수 있겠어요?

    눈물 그득한 배고픔을 툭툭 털어내며 말했다.

    계면쩍게 감춘 양손에서

    쬐그만 아이들이 연신 빠져나와

    온통 웃고 있다.

    -저도 웃을 수밖에 없잖아요.

    사는 게 죄송하다며 한 번 더

    씨익 웃었다.

     

     

    이중섭에 관한 시 모음

     

    섶섬이 보이는 방 / 나희덕

    -이중섭의 방에 와서

     

    서귀포 언덕 위 초가 한 채

    귀퉁이 고방을 얻어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아이들을 키우며 살았다

    두 사람이 누우면 꽉 찰,

    방보다는 차라리 관에 가까운 그 방에서

    게와 조개를 잡아먹으며 살았다

    아이들이 해변에서 묻혀온 모레알이 버석거려도

    밤이면 식구들의 살을 부드럽게 끌어안아

    조개껍데기처럼 입을 다물던 밤,

    게를 삶아 먹은 게 미안해 게를 그리는 아고리와

    소라껍데기를 그릇 삼아 상을 차리던 발가락군이

    서로의 몸을 끌어안던 석회질의 방,

    방이 너무 좁아서 그들은

    하늘로 가는 사다리를 높이 가질 수 있었다

    꿈 속에서나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새를 타고 날아다니고

    복숭아는 마치 하늘의 것처럼 탐스러웠다

    총소리도 거기까지는 따라오지 못했다

    섶섬이 보이는 이 마당에 서서

    서러운 햇빛에 눈부셔 한 날 많았더라도

    은박지 속의 바아와 하늘

    게와 물고기는 아이들과 해질 때까지 놀았다

    게가 아이의 잠지를 물고

    아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잡고

    물고기는 아고리의 손에 파닥거리던 바닷가,

    그 행복조차 길지 못하리란 걸

    아고리와 발가락군은 알지 못한 채 살았다

    빈 조개껍데기에 세 든 소라게처럼

     

     

    이중섭의 독백 / 이생진

    -서귀포에서

     

    그림을 왜 그리지?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

    아름다움 속에 자유가 있지

    자유가 그리워서

     

    원산에서 부산까지

    아내랑 아이랑

    따뜻한 남쪽나라

    제주도 서귀포로

     

    바다가 보이는군

    이제 살 것 같아

    바다에는 마음의 영토가 있지

    저 영토에서 영원한 자유를 누릴 순 없나

     

    여긴 총소리가 나지 않아서 좋아

    여긴 미운 것들이 보이지 않아서 좋아

    여긴 배고프지 않아서 좋아

    바다가 보이는군

    바닷속에서 그림을 그릴 순 없나

     

     

     

    이중섭의 시 / 황동규

     

    <즐거운 편지>를 쓸때

    이중섭이 세상을 뜨고

    신세계백화점 화랑에서

    맨몸 게 하나가 맨몸 아이의 맨 불알을

    물고 늘어졌다가 놓았다.

    서귀포에서 일어난 철회색 바람이

    서울 남산 언저리에서 불다 스러지고

    그의 소들만 살아서 흩어졌다.

    웃는지 우는지 이빨 옆으로 드러낸 그의 소는

    외산(外産) 화집 속에서 발로 땅을 박차던

    피카소의 소들보다 얼마나 슬프게 거닐던지.

     

    그 무렵 신세계백화점 근처를 지나다 보면

    저기 또 여기 거니는

    이중섭의 소들!

     

     

     

    이중섭의 소와 아버지의 방 / 김왕노

     

    아버지가 돌아가신 웃풍 심한 방에 모작 이중섭의 <소>가 있다.

    언젠가 아버지가 빙의되어 벽을 박차고 뛰쳐나올 소

    담마저 뚫고 봉창 너머 보이던 벌판으로 치달을 소

    불알에 힘이 꽉 들어차고 강철의 뿔을 가진 소

    등이 활처럼 휘어져 모든 것을 단숨에 튕겨낼 소

    때로는 증오 때문에 범처럼 이글대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소

    세상의 꼬락서니보다 못해 뛰쳐나와 이리저리 떠받을 소가 있다.

     

    아버지 사시사철 비워 둔 방에 소 한 마리로 있다.

    한여름에는 장맛비 소리가 아버지 심심하지 말라고 추적추적 찾아드는 방

    먼 훗날 아버지 방은 고분으로 아버지가 소로 고스란히 출토될 방

    내 늙어가는 꿈도 언젠가 아버지 곁에 순장되는 황소 한 마리

     

    아버지 방에는 늘 아버지 이중섭의 소로 있다.

    아버지 방이 사라져도 소가죽 북으로 남아

    진군하라, 진군하라 외칠 아버지, 나는 틈틈이 아버지를 위해

    새파란 작두로 여물같이 내 꿈을 잘게 썰어야 한다.

     

     

     

    그리운 서귀포 2 / 노향림

     

    이중섭의 붓끝에서 파랑 치고 뭉개진다.

    바다엔 높은 파고 끊이질 않고

    오늘은 갈치잡이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오다가 잠적한 통통배 몇척,

    뻘 속에 거꾸로 처박힌 바닷게들만 서둘러서

    빈 게구멍 속으로 숨어든다.

    어디론가 거꾸로 매달려서 가던

    돛폭도 없이 매달려서 가던

    맑게 갠 하늘은 가늘게 금이 간다.

    더는 붙들 게 없어 붉게 취한 얼굴의

    달빛에 기대던 서귀포 앞바다도

    금이 가 갈라진다.

    오지 않는 시간을 오래 견디고 선 이중섭의 초막 한칸.

     

     

     

    한국을 대표하는 화가 이중섭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제주 서귀포에는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 거리가 만들어져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이 찾고 있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제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중섭 거리 구경도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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