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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에 관한 시모음 11편좋은 시 2024. 7. 18. 11:08
고백을 할까 말까 망설이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랑을 고백하거나 진실을 고백을 할 때는 적적한 타이밍이 중요한데요 고백은 천천히 상대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다가가는 것이 좋습니다. 고백에 관한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마음이 드는데요 오늘의 좋은글은 고백에 관한 시를 준비했습니다.
고백-시-모음 고백 시 모음
초라한 고백 / 나태주
내가 가진 것을 주었을 때
사람들은 좋아한다
여러 개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보다
하나 가운데 하나를 주었을 때
더욱 좋아한다
오늘 내가 너에게 주는 마음은
그 하나 가운데 오직 하나
부디 아무 데나 함부로
버리지는 말아다오.
황홀한 고백 / 윤보영
당신이 있어서
내가 더 빛나는 것을 고백합니다
들꽃처럼 자세히 보고
당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들꽃을 자세히 보고
당신이 아름답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당신은 들꽃을 닮았습니다
누군가 봐주어야 아름다운 꽃!
당신은 이미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마주치는 눈빛에 향기가 납니다
막막한 내 가슴에 애틋함으로 스며들고
텅 빈 가슴에 애틋함으로 스며들고
텅 빈 가슴에 들길을 올려놓았습니다
노을 지는 언덕에 길을 내려놓고
당신과 어울리는 꽃을 심겠습니다
냇물이 흐르게 하고
휴식을 줄 자작나무도 심어야겠습니다
그 길로
당신을 생각하며 걷겠습니다
내가 더 당신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
고백 / 남진우
나 그대에게 사랑을 고백함은
입속에 작은 촛불 하나 켜는 것과 같으니
입속에 녹아내리는 양초의 뜨거움을 견디며
아름다운 동그란 불꽃 하나 만들어
그대에게 보이는 것과 같으니
아무리 속삭여도
불은 이윽고 꺼져가고
흘러내린 양초에 굳은 혀를 깨물어
나는 쓸쓸히 돌아선다
어두운 밤 그대 방을 밝히는 작은 촛불 하나
내 속삭임을 대신해 파닥일 뿐
고백에 관한 시
황홀한 고백 / 이해인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 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고백 / 나태주
좋은 것만 보면 무어든
네 생각이 나고
어여쁜 경치 앞에서도
네 얼굴이 떠올라
어떻게든 너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번번이 그럴 수는 없어
안달하다가 무너져 내리다가
절벽이 되고 산이 되고
끝내는 화닥화닥 불길로
타오르는 꽃나무
이것이 요즘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란다
고백 / 고정희
네에게로 가는
그리움의 전깃줄에
나는
감
전
되
었
다
고백 / 도종환
너를 만나면
눈인사를 나눌 때부터
재미가 넘친다
짧은 유머에도
깔깔 웃어주는 너의 모습이
내 마음을 간질한다
너를 만나면
나는 영웅이라도 된 듯
큰 소리로 떠들어댄다
너를 만나면
어지럽게 맴돌다 지쳐있던
나의 마음에 생기가 돌아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너를 만나면
온 세상에 아무런 부러울 것이 없다
나는 너를 만날 수 있어
신난다
너를 만나면
더 멋지게 살고 싶어진다
그가 악수를 청해 오면 / 문정희
고백하건대 나는 사람을 만나면 먼저
그의 색깔을 보거나
사투리를 듣거나
옷의 무게만을 재어보고 있음을 알았다
젊은 날 학처럼 목을 뽑고
아니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목메게 평화와 정의를 외치며
육중한 탱크를 향해 돌팔매를 던진 적도 있건만
고백하건대 나는 사름을 만나면
어느새 색깔과 사투리를 분류하고
그의 옷의 무게만을 재어보았다
그리하여 멀고 먼 도시 외로운 끝자락
이제 지표조차 희미해진
어느 산하의 종착지쯤에서 온 그가
맨발에 허름한 옷을 걸치고
동전 한 개를 가지고도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겨우 지불하는 것을 보면
금방 그를 동정해 버리곤 했다
그가 걸어와 악수를 청하면
겉으로만 평화롭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체온과 눈빛의 깊이를 알지 못했다
그가 걸어온 길섶의 아침 꽃들과 정오의 향기를
그리고 슬픈 저녁의 노래를 듣지 못했다
고백하건대
고백에 대한 시
아름다운 고백 / 유안진
먼 어느 날
그대 지난온 세상 돌이켜
제일로 소중했던 이
그 누구였냐고
묻는 말 있으면
나는 망설임 없이
당신이라 말하겠습니다
먼 어느 날
꽃잎마저 어둠에 물들어
별리의 문 닫힌 먼 어느 날
그대 두고 온 세상
기억 더듬어
제일로 그리웠던 이
그 누구였냐고
묻는 음성 들리면
나는 다시 주저없이
그 사람
당신이라 대답하겠습니다
혼자 가는 길 끝에
어느 누구도 동행 못하는
혼자만의 길 끝에 행여
다음 세상 약속한 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내겐 늘 안개 같은 이름
당신을 말하겠습니다
당신 사연 내 들은 적 없고
내 사연 또한
당신께 말 한적 없는
그리운 이
세월 다 보내고
쓸쓸히 등돌려 가야 하는
내 막다른 추억 속에서
제일로 가슴 아픈 사랑
있었느냐고 묻는 말 있으면
그 사랑
당신이었노라고
내 마지막 한 마디
그 사랑 당신이었노라고
고백하겠습니다
젊은 느티나무에게 고백함 / 정호승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이
젊은 느티나무의 마음으로 만들어진 것을
알아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무량수전 무거운 기와지붕을
열여섯 개 배흘림기둥이 받치고 선 까닭이
천 년 전
느티나무가 사랑했던 모란 때문임을
늦어도 너무 늦게 알았습니다
오늘 홀로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느티나무 무늬로 남은 모란꽃을 쓰다듬어 봅니다
오늘부터 다시 천 년 동안
무량수전 열일곱 번째 배흘림기둥이 되어
당신을 받치고 서 있겠습니다
중년의 고백 / 이채
1.
내가 원하는 세상은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사는 것인데
내가 아는 세상은
네가 잘 살면
내가 잘 살 수 없으니
어릴적 타던 시소가 생각나
네가 내려가야 내가 올라가지
2.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이 말이 진리인 듯 싶어서
하느님을 담보로
세상을 믿고
사람을 믿었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더라
찍힌 내가 잘못이냐
찍은 네가 잘못이냐
하느님!
믿음엔 왜 차용증이 없나요?
3.
살다보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한 두 가지겠는가마는
그 중 제일이 자식 농사더라
직업의 귀천이 없대 해도 별거더라
평범하게 살기에도 힘겨운 세상
천금 같은 자식아!
행복하게 잘 살아 주길 바라는 마음
네가 부모되면 이 마음 알아줄까
하긴 나도
올챙이 적 생각 못하는 개구리가 아니던가
4.
살다가 살다가
사랑하는 당신아!
어느 날 문득 다른 마음 먹는다면
행여라도 나 몰래 그런 생각 가진다면
나의 체온이 식어버린 탓인가요
나의 가슴이 건조해진 탓인가요
바람 앞에 눈 못 뜰 때
눈에 뵈는 게 있으리오만
먼 훗날 세월이 약이라고
약처럼 나를 가루로 만들지는 마세요
5.
나이를 먹고 싶어 먹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나이만큼
내가 비운 밥그릇 세어 보니
그 숫자에 감개 무량하네
그래도 한 가닥 위안인 것은
그럭저럭 밥값은 지불한 듯싶어
저만큼 키워놓은 자식이 그렇고
방실방실 웃어주는 아내가 그렇고
두 다리 뻗고 자는 내가 그렇다
6.
하루 해 저물면 집으로 돌아가듯
한 해 저물면 고향으로 돌아가듯
한 세상 저물면 흙으로 돌아가리
유명의 별은 못 되더라도
무명의 꽃은 되고 싶었다
별이든 꽃이든
노을 앞에선 누구나 허무한 인생
그러고 보니
욕심 낸 것도, 싸울 일도 없구나
7.
빌린 것은 다 갚았는데
빌려준 것은 돌려받지 못했네
줄 때는 앉아서 줬어도
받을 때는 서서 받아야 한다는 걸
순진하게, 아니 바보같이
세상 양심이 그런 줄 미처 몰랐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다 못 배우는 인생 공부
어쨌거나
밑지는 삶이 마음은 편하더라
8.
내 마음 움직이기도 어려운데
남의 마음 움직이기는 더욱 어렵지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신의 뜻에 맡길 수밖에...
그렇다 해도
하루하루 섭섭할 때가 있더라
꿈이여, 당신이 그러했다
사랑이여, 당신이 또 그러했다
사람이여, 당신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9.
지나가는 아가씨를
힐긋힐긋 쳐다본다고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여기지 마라
그것이 남자다
몸이 늙었다고 마음마저 늙었으랴
태초에 조물주가
남자와 여자의 사고를 똑같이 만들었다면
신문 기사는 반으로 줄 것이고
세상 이야기는 재미없지 않을까
10.
진짜가 가짜 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그렇고 그런 것이 세상이라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
거짓을 골라내고 나면
진실은 몇 개나 남을까
마음이나 생각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고백이라고 합니다. 마음에 담고 있던 것을 말하는 데는 용기도 필요한데요 시인들의 담담한 고백은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고백에 관한 시가 자신의 감정 살피는데 도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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