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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에 관한 시 16편 모음 김장 김치 동치미 한국 대표음식
    좋은 시 2023. 11. 27. 08:48

    김치에 관한 시가 생각나는 김장철입니다. 요즘은 절인 배추와 김장양념을 판매하는 곳이 많아 수고로움을 덜어 주기도 합니다. 잘 절여진 배추에 양념을 바르고 수육과 굴을 올려 먹으면 정말 꿀맛입니다. 김치는 한국의 대표적 발효 음식으로 파김치, 갓김치, 부추김치, 열무김치, 총각무김치, 동치미, 깍두기 등 종류도 아주 다양하며 각각의 다른 맛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이웃들이 모여 김장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어졌지만 늦가을 초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김장, 김치에 관한 시를 소개해 드릴게요.

     

     

    김치-김장-한국대표음식
    김치-김장-한국대표음식

     

    김치에 관한 시 모음

     

    김치 / 김기덕

     

    하얀 속살 뽀드득 씻은 알몸의

    여리던 가슴

    예리한 칼끝에 쪼개져

    쑤셔 박히던 짜디짠 소금물통

    간이 배어 적당히 세상맛이 들고

    뻣뻣하던 줄기

    부들부들 연해지거들랑

    고춧가루 푼 비린 젓갈에 묻혀

    숨막히는 항아리 속

    부글부글 끓어도 함께 끌어안고

    사근사근 익어

    한 겹 한 겹 쓰린 살을 비비며

    새콤달콤 살다가

    군내 나기 전에

    빈 항아리만 남기고는 가는 거라고

    사시사철 밥상 위에 올라

    삶의 입맛을 돋군다

     

     

     

    김치를 담그며 / 김인육

     

    파랗게 겁에 질린 그녀를 도마 위에 눕히고

    프로크루스테처럼 크기에 맞게 발목을 자른다

    푸른 치마를 벗기자

    그녀의 노란 속살이, 싱싱하게 드러난다

     

    탐욕은 언제나 잔인한 법

    병아리 같은 그녀의 속살에 소금을 흩뿌린다

    녀석은 흡혈충처럼 달라붙어

    악착같이 체액을 빨아댈 것이다

     

    그녀가 사지를 축 늘어뜨린다

    저항성을 상실한 저 풀죽은 육체의 고요

    하지만 칼잡이는 감상에 빠져서는 안 된다

     

    짐짓 조문을 하듯 고개를 숙이고

    양파를 까며 눈물을 흘린다

    악어이 눈물처럼

    사악한 욕망은 약간의 쇼가 필요하다

     

    붉은 고춧가루로 그녀를 염습하며

    도가니에 차곡차곡 안치한다

    서서히 발효되는 탐욕

     

    꿀꺽, 욕망이 에덴의 뱀처럼 똬리를 튼다.

     

     

     

     

    김치 예찬 / 손병흥

     

    늦가을도 지난 초겨울이 시작될 때쯤이면

    동네 아낙네들이 함께 모여서 김장을 하던

    이젠 점차 사라져가는 정겨운 그 시절 추억

     

    더군다나 김치냉장고가 나온 이후로는

    땅을 파고서 김칫독을 묻어서 보관하던

    그런 모습조차 사라져버린 아쉬운 풍경

     

    더욱 가족 수가 적고 반찬 종류마저 다양해져

    비록 김장하는 양과 그 보관방법이 다를지라도 

    한 겨울 내내 꺼내어 먹게 될 대표적인 발효식품

     

     

     

    김치 / 문정희

     

    미안해요, 어머니

    나는 김치가 그립지 않아요

    그 아리고 매움맛을 벌써 잊어버렸나 봐요

    나의 혀는 이미 창녀가 되어

    아무거나 입으로 들어오는 대로 받아들이네요

     

    진종일 한마다도 써본 적이 없는 모국어와

    외로움에 굶주린 창자는

    결국 홀로 꿈틀거리는 혀를 마비시켰나 봐요

    무엇이건 들어오는 대로 씹고 삼키려 하네요

     

    당신을 떠나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낯설고 알 수 없는 햇살에 길이 들어가네요

    바람 든 무우처럼 윙윙거리네요

     

     

     

    열무김치 / 정지아

     

    나를 가둔 세상, 푸름뿐인 세상

    비와 바람은 고독을 가르치며

    통통한 초록대 만들었지만

    어느 날 너를 만나고부터

    나만의 색깔을 지워야 했다

    물 속에 빠져 정신을 잃고

    나의 의지를 졸도시키면서

    소금물 속에서 가볍게 다시 태어난 몸

    붉은 양념과 부대끼며

    뜨겁도록 애무를 했다

    보리밥과 어우러져 구수한 삶에 취하고

    시골집 긴긴 밤에 고구마 만나

    열정과 희열을 알게 되었다

    조상 대대로 내림 속에 키운 사랑

    부대끼며 달아오르는 감칠맛

    이제, 너에게 그 맛을 길이 새겨주마

     

     

    김치에 대한 시 모음

     

    동치미 / 윤용기

     

    긴긴 동지섣달 밤에 배가 아려올 때

    동치미 뚝딱 잘라

    빈배를 채우던 엄마표 동치미가 생각이 난다

    어머니의 정성으로 기르고 담은 

    동치미 무는 달콤한 겨울의 보약이었지

     

    아내에게 동치미 투정을 했더니

    핀잔 아닌 핀잔을 한다

    행여나 처형께서 담갔을까

    탐문해 보아도 보물처럼 찾을 수 없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신 동치미 맛

    이제 영영 찾을 수 없는 수수께끼

     

     

     

    파김치 / 권오범

     

    퇴근 때마다 촐싹대는 강아지 앞에

    줏대마저 세울 수 없게

    녹초가 된 육신

     

    변변치 못한 영혼 만나

    한평생 땀네 절어 골진 몰골

    추스를 수 없는 희망을 씹고 있다

     

    젓가락으로 대가리 잡혀 거꾸로 승천한

    네 마음 내 마음 싸잡아

    막걸리 한 보시기로 달래며

     

     

     

    동치미 / 공석진

     

    동치미는

    만병을 통치하는 약이다

     

    연탄가스로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생사의 갈림길에도

     

    힘겨루기로 머리 지근거려

    골치 썩는 고부갈등도

     

    한 사발 복용하기만 하면

    위력적으로 퇴치한다

     

    허구한 날 배가 고파

    흙이라도 퍼먹던 시절

     

    뒷간을 수시로 드나드는

    원인 모를 성배앓이도

     

    뱃속 회충의 요동조차

    간단히 잠재우는 약

     

    당당히 약방 선반 위 자리잡아야 할

    신비의 명약이다

     

     

     

    깍두기와 나의 신경전 / 김종원

     

    식사를 하다가

    유독 하나 남은 깍두기가

    눈앞에 보여

    날카로운 포크로

    깍두기를 밀어보았다

     

    톡 치면 친만큼 뒤로 물러서는 너

    아프면 아프다고

    싫으면 싫다고 내색도 않고

    아무런 반응 없이 물러만 가는 깍두기를

    보며 눈물이 났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다가서면 그만큼 뒤로 물러서는 너

    푸크보다 날카로운 마음으로 다가가

    찔러보아도,

    아픈 소리 없이

    아무런 반응이 없는 너

     

    아,

    깍두기는 장난 삼아 밀었는데

    눈물은

    장난 아니게 흐른다

     

     

     

    깍두기 / 이준호

     

    미끈한 놈을 골라잡아

    네모 반듯 잘라내어

    한바탕 물세례를 시켰더니

    허벅지 살이

    훤히 내비친다

     

    부끄러워

    한줌 눈물을 흘리는 놈들만

    골라잡아 서럽도록 끌어안고

    살아가도록

    짠 내 한 바가지 들이분다

     

    이제 체면은

    남지 않았다

    하얀 속살 안으로

    한없는 치욕이 스민다

     

    눈 시리도록 매운 것들로만

    옷을 덮어 주었다

    눈물겹도록 짠 내 나는 것들로만

    이불을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살짝 감싸주었다

     

    이제

    또 하나의 놈들이

    태어난다

     

     

     

    김치 시모음

     

    김치 / 전병철

     

    무김치 아버지와

    배추김치 어머니 사이에

    총각김치 아들과

    열무김치 딸이 태어나

    국물김치에 목 축여 외치오니

    우리는 자랑스런 토종

    김치 가족이라오

     

     

     

    배추의 마음 / 나희덕

     

    배추에게 마음이 있나 보다

    씨앗 뿌리고 농약 없이 키우려니

    하도 자라지 않아

    가을이 되어도 헛일일 것 같더니

    여름 내 밭둑 지나며 잊지 않았던 말

    -나는 너희로 하여 기쁠 것 같아.

    -잘 자라 기쁠 것 같아.

     

    늦가을 배추포기 묶어주며 보니

    그래도 튼실하게 자라 속이 꽤 찼다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묵은 김치 / 김미승

     

    잘 있냐. 밸일 없지야

    여그는, 잘 있응께 걱정 마라

    사방디서 꽃은 펑펑 터져 쌌는디

    니 아부지 삭신 쑤신 거 말고는

    다 괜찮타

    참, 아그들은 학교 잘 댕기냐

    작은 놈은 요새도 밥 까탈 부렸쌌냐

    누에맹키로 희부닥닥 헌 것이

    당최 옹골차지 못해서 걱정이다야

    시방도 노상 고뿔을 달고 산다믄서

    봄 타믄 입맛도 없을 텐디 끼니 잘 챙겨 멕여라

    뭐니뭐니해도 밥이 보약잉께

    그라고, 애비는 요새도 맨날 늦는다냐

    저참에 본께 얼굴이 반쪽이드만

    여그, 저 잘 묵던 묵은 김치 쪼께 보낸다

    모냥은 이래도 영판 개미있어야.

    귀찮다고 냉동실에 쳐박아 불지 말고

    꼭 묵어라 잉?

     

    막 도착한 택배를 푸는데

    시어머니 십수 년 묵은 잔소리가 먼저

    구시렁구시렁 풍겨나오더라

    푸욱, 잘 익은 웃음 한 포기

    덥석 들이미는 앞집 여자

     

     

     

    가슴에 묻은 김치국물 / 손택수

     

    점심으로 라면을 먹다

    모처럼 만에 입은

    흰 와이셔츠

    가슴팍에

    김칫국물이 묻었다

     

    난처하게 그걸 잠시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평소에 소원하던 사람이

    꾸벅, 인사를 하고 간다

     

    김칫국물을 보느라

    숙인 고개를

    인사로 알았던 모양

     

    살다 보면 김칫국물이 다

    가슴을 들여다보게 하는구나

    오만하게 곧추선 머리를

    푹 숙이게 하는구나

     

    사람이 좀 허술해 보이면 어떠냐

    가끔은 민만한 김칫국물 한두 방울쯤

    가슴에 슬쩍 묻혀나 볼 일이다

     

     

     

    열무김치가 슬프다 / 권선희

     

    너를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은 장날이었지

    열무 두 단을 샀어

    시들어 버린 오후

    짚으로 묶인 허리가 짓무르고 있었지만

    어디 내 속만 하겠어

    벌레 갉은 구멍 숭숭했지만

    묵직했어 고작 두 덩어리지만

    무수한 몸이 한 데 묶여 있었거든

    돌아오는 길은

    그래서 무겁고 길었어

     

    신문지를 깔고 털퍼덕 앉아 다듬었지

    뿌리 잘라내고 웃자란 잎도 잘랐어

    나를 다듬고 있었는지도 몰라

    반쪽으로 꿈틀대는 애벌레처럼

    희날재 어디쯤 지나고 있을 너를

    지금이라도 따라 갈까

    망설이기도 하면서 말이야

     

    굵은 소금을 뿌리며 생각했어

    잘만 버무리면

    고추장에 쓱쓱 비벼 슬픔도 보리밥처럼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말이지

    너를 배웅하던 정류장까지도

    아마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

    안 그래?

     

     

     

    김치찌개 / 김광수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구수한 냄새

    따스한 밥 한공기가 그리워지는 쌀쌀한 날씨가 왔구나!

    누구에게나 구수하게 다가오는 양식일 것이다

     

    말 타면 마부두고 싶다고 했나?

    소고기, 돼지고기, 전을 포함한, 온갖 반찬까지 가미된

    풍성한 한상차림, 물론 정당한 노력으로 차려진 상차림일 것이다.

    추석은 누구에게나 어디에 있든 꼭 찾아오는 구수한 선물이다.

     

    이러한 한상 차림이 언제부터인가 무겁게 다가온다

    이제라도 밥 한공기에 단촐한 김치찌개 먹고 싶다!

    돼지고기는 못 들어가도 욕심 같아서는 두부 몇 조각이라도

    들어 있다면 욕심을 내려놓을까?

     

    시큼한 묵은지가 들어있는 뚝배기 속

    김치찌개가 땡기는 것은 사치일까?

    이미 팍 찌그러진 양은냄비 속 김치찌개라도 좋다.

     

    나와는 다른 잉태라도 꿈꾸는 것일까?

    시큼함이 들어 있는 김치찌개에서도,

    알싸한 삶의 여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시큼한 묵은지가 들어있는 김치찌개 정말 먹고 싶다.

     

     

    김치는 종류도 많고 요리해서 먹는 방법도 다양하여 한국인의 식생활에서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간담은 김치 쭉 찢어 따뜻한 밥 위에 올려 먹어도 맛있고 잘 익은 묵은지 뽀글뽀글 김치찌개 끓여 먹어도 맛있는 최애 음식입니다. 김치에 대한 따뜻한 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김치에 관한 시가 쌀쌀한 겨울 따스함을 전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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