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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짜장면에 관한 시 11편
    좋은 시 2023. 12. 6. 11:48

    짜장면에 관한 시 오늘 준비했습니다. 짜장면은 자장면으로 말하면 짜장면 맛과 향이 덜 느껴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짜장면은 많이 것이 변한 요즘에도 여전히 사랑받는 국민 음식으로 이사를 하게 되거나 졸업식 또는 좋은 일이 있으면 생각납니다. 짜장면 향기가 배어 있는 짜장면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릴게요.

     

     

     

    짜장면
    짜장면

     

    짜장면에 관한 시

     

    짜장면을 먹으며 / 정호승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보다 검은 밤이 또 올지라도

    짜장면을 배달하고 가버린 소년처럼

    밤비 오는 골목길을 돌아서 가야겠다

    짜장면을 먹으며 나누어 갖던

    우리들의 사랑은 밤비에 젖고

    젖은 담벼락에 바람처럼 기대어

    사람들의 빈 가슴도 밤비에 젖는다

    내 한 개 소독저로 부러질지라도

    비 젖어 꺼진 등불 흔들리는 이 세상

    슬픔을 섞어서 침묵보다 맛있는

    짜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짜장면 냄새 / 안도현

     

    짜장면 냄새가 나도 침을 삼키지 않겠다

    다짐하고 중국집 앞을 지나간다

    짜장면 냄새가 내 코를 잡아당긴다

    킁킁 콧구멍이 벌름벌름

    그래도 나는 침을 삼키지 않겠다

    다짐할수록 내 코가 길어진다

    내 코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짜장면 냄새

     

    항복이다, 항복!

    두 손 들었다

    내가 졌다

    짜장면 냄새하고는 싸워 볼 수도 없다

     

     

     

    짜장면 / 오철수

     

    중국집에 음식을 시켰는데

    평소보다 한 다섯 배는 늦었다

    배달하는 아이가 문을 들어서며

    오늘이 초등학고 졸업식이라서 ......

     

    그랬다

    삼십 년 전 나도 처음으로 탕수육과

    짜장면 먹었다

     

    삼거리 이층 북경반점

    지금은 계시지 않는 아버지가 작업복 차림으로 잠깐 나오셔

    빙긋 웃으시면 한 젓가락 더 담아 준

    세상에서 가장 맛있던

    점심

     

    먹었다, 모처럼

     

     

     

    그 자장면집 / 최영철

     

    동해 바다 보리밭 따라 달리며

    이쯤에서 자장면 먹고 싶다고

    손으로 두드린 옛날 자장면 집 하나 나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그 생각 막 접으려는 순간

    거짓말처럼 그런 자장면집 하나 불쑥 나타났다

    날 선 보리밭 동해 바다가 빚은 자장면

    고춧가루 식초 단무지 맛으로 매콤새콤 요동치는

    파도가 때기장친 면발이

    줄줄이 끝도 없이 올라온다

    보리밭 옆 바람이 한번 때기장치고 햇살이 버무린

    여기까지 오는 길에 수월찮게 재가 때기장친

    면발이 줄줄이 휘늘어진다

    파도에 곤두박질치며 세월에 때기장치며

    쫄깃쫄깃해진 바닷가 자장면집

     

    너 아니? 그게 내 힘줄인 줄

     

     

    짜장면에 대한 시

     

    자장면 / 박경희

     

    그대와 헤어지고 걸었던 정읍역

    터진 가슴 단풍나무에 걸어놓고

    세어둔 자전거 헛바퀴 돌 듯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울었다

    전선 위, 우두커니 하늘바라기 하는

    비둘기 날아와 쿡, 쿡

    흐트러진 물웅덩이 속으로

    들어간 그대, 그림자만 흔들렸다

    자전거 바퀴살에

    갈라지는 햇살을

    울먹이는 손으로 자르다가 바라본

    수타 자장면

    퉁퉁 부은 가로등 밝히며

    울고 있는 자장면을 먹었다

    이별하고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배고픔이

    뚝뚝, 불빛으로 흔들렸다

    그대와 걸었던 발자국이 번져

    단풍잎으로 남은 곳에서

     

     

     

    백일장과 짜장면 / 손택수

     

    어린이날 백일장에 아무도 손을 들질 않았다

    열등생인 내가 학급 대표가 된 날이었다

    쉬는 날에도 일을 나가시는 어머니와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백일장에 참가하던 날

    밥을 절반만 먹고 오렴

    그래야 글이 잘 풀린다고 하더라

    지도 선생님 말씀에 따라 나는 아침을 굶었다

    속이 아주 비어 있으면 더 좋은 글들이 나올지도 모른다고,

    꼬르륵거리는 글주머는 좀 처럼 열리지 않고

    이럴 줄 알았으면 밥이라도 먹고 올 걸 그랬지

    백일장을 마치자마자 중국집엘 들렀다

    식탁 위엔 달랑 한 그릇의 짜자면,

    어머니는 괜찮다고 하셨지만

    지도 선생님 말씀이 나의 운명이 될 줄은 몰랐다

    푹 고개를 숙이고 터벅거리던 귀갓길

    하루를 공친 어머니와 낙방 소년이 아직도

    손을 잡고 걷는다 비록 낙방은 하였으나

    해마다 오월이면 그날로 돌아가서

    슬픔이 이 길을 걷는 보람인 줄도 모르겠다고

    빈속을 칭얼거리는 슬픔 덕분에

    어머니 손을 잡고 걷는 축복을 갖게 된 것이라고

     

     

     

    행복반점에서 자장면 먹는 내 모습 / 윤재철

     

    신갈역 굴다리 앞 골목길에 행복반점

    테이블 두 개뿐인 작은 중국집에 혼자 앉아

    텔런트 누가 누구와 열애 중이네

    스포츠 신문 뒤적이다가

    김이 모락모락 나는 더운 자장면을 받아

    어린 시절 입맛대로

    허겁지겁 한참을 우겨넣다가

    잠시 고개를 드는 순간

    반대편 벽에 걸린

    안개처럼 뿌연 거울이 나를 본다

    축 개업 벗겨진 글자 밑에

    왼손에 젓가락을 들고 우적우적 자장면을 씹고 있는

    씹을 때마다 쭈글쭈글한 목젖이 흔들리는

    비쩍 마른 중년의 한 사내가

    측은한 듯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자장면을 훌쳐넣지만

    계속해서 그 사내는 내게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마저 먹으라 하나

    나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해

    행복반점을 나서는데

    키 작은 지붕들이 머리를  맞댄 신길동 골목길

    그 사내 스파이처럼

    골목길 여기저기 모퉁이에 몸을 숨기며

    나는 따라붙고 있다

    햇빛 환한 가을날 점심시간

     

     

     

    짧고 좋은 짜장면에 관한 좋은글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세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 골목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짜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맞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 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짜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면발까지 다 먹고 나니

    더부룩하게 배가 불렀다, 살아간다는 게

     

    그날 나는 분명 슬픔도 배불렀다

     

     

     

    자장면에 대한 작은 생각 / 허훈

     

    기억의 두레박으로 길어올린 어린 시절 추억들이

    마냥 즐겁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지

    하지만 자장면에 대한 기억들만은 언제나 즐겁고 신나

    지금도 어린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꼽으라 한다면

    자장면은 언제나 순위권에 들 수 있을 거야

    세월이 지나 우리 입맛 아무리 변덕 부려도

    자장면은 언제나 추억 속 그 맛 그대로이지

    친구처럼 따라붙는 단무지와 양파 그리고 춘장까지

    디지털시대에 아날러그시대의 자장면을 좋아하는 것은

    가진 게 없을 때에도 부족함이 없이 먹을 수 있고

    정중하지도, 예의를 차리지 않고 먹어도

    푸근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야

    자장면아!

    세상 급격한 변화에도 아랑곳없이

    너만은 그 맛 그대로 거기에 머물러 있어라

    세대가 바뀌고 입맛 바뀔지라도

    나와 어린이들은 여전히 널 좋아할 테니

     

     

    아버지와 자장면 /이영춘

     

    내 어릴 적

    아버지 손목 잡고 따라가 먹던

    자장면

     

    오늘은 그 아버지가 내 손목 잡고

    아장아장 따라 와

    자장면을 잡수시네

     

    서툰 젓가락질로

    젓가락 끝에서 파르르 떨리는

    자장면

    아버지가 살아온 세월처럼 혈흔처럼

    여기저기 툭툭 튀어

    까만 피톨로 살아나네

     

     

     

    도반 / 이상국

     

    비가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도 문자도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서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묵은 춘장을 앉혀 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사랑하는 것들은 내가 있어

    밥보다는 짜장면이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 준다

     

     

    짜장면이 먹고 싶어지는 짜장면에 관한 시들입니다. 코끝에서 벌써 짜장면의 맛있는 향기가 나는 듯하며 배가 고파져 오네요. 점심시간 짜장면 한 그릇 먹으며 추억 여행 떠나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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