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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밥에 관한 시 모음 17편 밥상에 관한 시
    좋은 시 2023. 11. 22. 16:30

    밥을 같이 먹는다는 말은 식구라는 뜻으로 아주 친밀한 사이를 말합니다.  밥 인사를 나누기고 하고 친해지고 싶은 상대에겐 밥 한 끼 같이 하자고 하죠. 밥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하고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어요 그래서인지 옛날부터 전해 내려오는 속담도 많고 밥과 관련된 시도 많이 있습니다. 밥 하면 엄마가 생각나기도 하고 친구나 가족 등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는 정겨운 밥에 관한 시와 밥상에 관한 시 모음 소개해 드릴게요.

     

     

    밥

     

    밥에 관한 시모음

     

    밥, 그 밥 한 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 / 이선관

     

    여보야

    밥 안 먹었지

    이리 와서 밥 같이 먹자

    김이 난다 식기 전에 얼른 와서

    밥 같이 나눠먹자

    마주 보면서 밥 같이 나눠 먹으면

    눈빛만 보고도

    지난 오십 년 동안 침전된 미운 앙금은

    봄눈 녹듯이 녹아 내릴 것 같애

    여보야

    밥 단 먹었지

    이리 와서 밥 같이 먹자

    밥, 그 한 그릇의 사랑이여 용서여

     

     

     

    흰 밥 / 김용택

     

    해는 높고

    하늘이 푸르른 날

    소와 쟁기와 사람이 논을 고르고

    사람들이 맨발로 논에 들어가

    하루종일 모를 낸다

    왼손에 쥐어진

    파란 못잎을 보았느냐

    캄캄한 흙 속에 들어갔다 나온

    아름다운 오른손을 보았느냐

    그 모들이

    바람을 타고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파랗게

    몸을 굽히며 오래오래 자라더니

    흰 쌀이 되어 우리 발 아래 쏟아져

    길을 비추고

    흰 밥이 되어

    우리 어둔 눈이 열린다

     

    흰 밥이 어둔 입으로 들어갈 때 생각하라

    사람이 이 땅에 할 짓이 무어이더냐

     

     

     

    마당밥 / 안도현

     

    일찍 나온 초저녁별이

    지붕 끝에서 울기에

     

    평상에 내려와서

    밥 먹고 울어라, 했더니

     

    그날 식구들 밥그릇 속에는

    별도 참 많이 뜨더라

     

    찬 없이 보리밥 물 말아먹는 저녁

    옆에, 아버지 계시지 않더라

     

     

     

    긍정적인 밥 / 함민복

     

    時 한 편에 삼만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시집이 한 권 팔리면

    내게 삼백원이 돌아온다

    박리다 싶다가도

    굵은 소금이 한 됫박인데 생각하면

    푸른 바다처럼 상할 마음 하나 없네

     

     

     

    밥 먹는 법 / 최승호

     

    밥상 앞에

    무릎을 꿇지 말 것

    눈물로 만든 밥보다

    모래로 만든 밥을 먼저 먹을 것

    무엇보다도

    전시된 밥은 먹지 말 것

    먹더라도 혼자 먹을 것

    아니면 차라리 굶을 것

    굶어서 가벼워질 것

    때때로

    바람 부는 날이면

    풀잎을 햇살에 비벼 먹을 것

    그래도 배가 고프면

    입을 없앨 것

     

     

     

    밥알 / 이재무

     

    갓 지어낼 적엔

    서로가 서로에게

    끈적이던 사랑이더니

    평등이더니

    찬밥 되어 물에 말리니

    서로 흩어져 끈기도 잃고

    제 몸만 불리는구나

     

     

    밥상에 관한 시 모음

     

    식사법 /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들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저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쌀 한 톨 / 정호승

     

    쌀 한 톨 앞에 무릎을 꿇다

    고마움을 통해 인생이 부유해진다는

    아버님의 말씀을 잊지 않으려고

    쌀 한 톨 안으로 난 길을 따라 걷다가

    해질녘

    어깨에 삽을 걸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무릎을 꿇고 기도하다

     

     

     

    밥 / 장석주

     

    귀 떨어진 개다리소반 위에

    밥 한 그릇 받아놓고 생각한다

    사람은 왜 밥을 먹는가

    살려고 먹는다면 왜 사는가

    한 그릇의 더운밥을 먹기 위하여

    나는 몇 번이나 죄를 짓고

    몇 번이나 자신을 속였는가

    밥 한 그릇의 사슬에 매달려 있는 목숨

    나는 굽히고 싶지 않은 머리를 조라리고

    마음에 없는 말을 지껄이고

    가고 싶지 않은 곳에 발을 들여놓고

    잡고 싶지 않은 손을 잡고

    정작 해야 할 말을 숨겼으며

    가고 싶은 곳을 가지 못했으며

    자복 싶은 손을 잡지 못했다

    나는 왜 밥을 먹는가, 오늘

    다시 생각하며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할 양심의 말들을

    파기하고 또는 목구멍 속에 가두고

    그 대가로 받았던 몇 번의 끼니에 대하여

    부끄러워한다. 밥 한 그릇 앞에 놓고, 아아

    나는 가롯 유다가 되지 않기 위하여

    기도한다. 밥 한 그릇에

    나를 팔지 않기 위하여

     

     

     

    밥 생각 / 김기택

     

    차가운 바람 퇴근길 더디 오는 버스 어둡고 긴 거리

    희고 둥근 한 그릇 밥을 생각한다

    텅 비어 쭈글쭈글해진 위장을 탱탱하게 퍼줄 밥

    꾸룩꾸룩 소리나는 배를 부드럽게 만져줄 밥

    춥고 음침한 뱃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밥

    잡생각들을 말끔하게 치워버려주고

    깨끗해진 머릿속에 단정하게 들어오는

    하얀 사기 그릇 하얀 김 하얀 밥

    밥 생각으로 점점 배불러지는 동그래지는 얼굴

    그러나 밥을 먹고 나면 배가 든든해지면

    다시 난폭하게 밀려들어올 오만가지 잡생각

    머릿속이 뚱뚱해지고 지저분해지면

    멀리 아주 멀리 사라져버릴 밥 생각

     

     

     

    찬밥 / 문정희

     

    아픈 몸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1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쓰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우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밥에 대한 시모음

     

    외할머니의 숟가락 / 손택수

     

     외갓집은 찾아오는 이는 누구나

    숟가락부터 우선 쥐여주고 본다

    집에 사람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이 없을 때도, 집을 찾아온 이는 누구나

    밥부터 먼저 먹이고 봐야 한다는 게

    고집 센 외할머니의 신조다

    외할머니는 그래서 대문을 잠글 때 아직도

    숟가락을 쓰는가

    자물쇠 대신 숟가락을 꽂고 마실을 가는가

    들은 바는 없지만, 그 지엄하신 신도대로라면

    변변찮은 살림살이에도 집이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한 그릇의 따순 공기밥이어야 한다

    그것도 꾹꾹 눌러 퍼담은 고봉밥이어야 한다

    빈털터리가 되어 십년 만에 찾은 외갓집 

    상보처럼 덮여 있는 양철대문 앞에 서니

    시장기부터 먼저 몰려온다 나도

    먼길 오시느라 얼마나 출출하겠는가

    마실 간 주인 대신 집이

    쥐여주는 숟가락을 들고 문을 딴다

     

     

     

    아버지의 밥그릇 / 안효희

     

    언 발, 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시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 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반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 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 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밥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심연 / 강은교

     

    밥알이 나의 손을 바라본다.

    밥알과 내가 서로의 혀 속에 안겨 깊이깊이 심연으로 내려간다.

     

    멈춰라, 밥알

     

     

     

    국밥집에서 / 박승우

     

    허름한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 먹다보면

    그래도 사는 게 뜨끈하다는 생각이 든다

    고장난 시계와 삐걱거리는 의자와

    비스듬히 걸린 액자가 다정하다는 생각이 든다

    뜨거운 국밥 한 숟갈 목젖을 데워오면

    시린 사랑의 기억마저 따뜻하다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도 쓸쓸함도 다 엄살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자리 모여 앉아 제각각의 모습으로 국밥을 먹는 사람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낯이 익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주 한 잔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국밥집에서 국밥 한 그릇을 먹으며

    구겨진 날들이 따뜻하게 펴지고 있다

     

     

     

    삼각 김밥 / 이규리

     

    밥이란 둥글다고 여겨왔는데

    왜 삼각일까

    간밤의 다툼이 가시지 않은 아침

    일찍 나와 산책길 돌다 공원 편의점에서

    삼각 김밥 먹는다

    싸늘하다

    삼각관계란 말 때문일까

    삼각 김밥은 어째 좀 불편하다

    밥을 싸고 있는 얇은 비닐도

    주의해서 벗기지 않으면

    밥과 김이 따로 논다

    편의점에서 혼자 먹는 아침

    마음에 도사린 각이 있어선지

    밥 대신 유리알갱이를 씹는다

    핏물도 돌지 않는 마른밥

    밥이라도 베어먹은 각들이

    고스란히 속에 무덤을 만든 듯

    종종 먹은 삼각들 겹겹 포개져 있다면

    차가웠던 아침 식사는

    입 안을 찔러댔던 각은

    뾰족한 무덤이 되었을까

    오래된 피라미드처럼

     

     

    갓 지은 밥 냄새가 코끝을 닿으면 허기가 밀려옵니다. 따스한 밥 한 숟가락은 차가웠던 마음까지 녹여주며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줍니다.  밥의 온정을 느끼는 저녁밥과 밥상에 관한 시가 도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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