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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에 관한 시 18편 11월의 시모음
    좋은 시 2023. 10. 31. 15:19

    11월에는 시 한 편 마음에 담아두기 좋은 계절입니다. 올해는 단풍도 늦게 물들어 11월이 절정일 듯한데요 가을 햇살에 반짝이는 억새는 가을 향기를 날리는 듯합니다. 잘 물든 단풍은 봄 꽃보다 예쁘다고 하는데요 빨갛게 물든 단풍 하나 들고 가을 하늘 아래서 읽기 좋은 11월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1월-가을-단풍-나무
    11울-가을-단풍-나무

     

    11월에 관한 시

     

    11월, 춤 / 문인수

     

    11월, 이 빈 당간지주에 뭘 걸치고 싶다.

    단풍 붉게 꿈틀거리며 바람 넘어가는 저 산능선

    다리 벌리고 서서 오래 바라본다

    저걸 걷어 길게 걸쳐 입고 싶다

    파장에 홀로 남아 거나하게 한잔

    아, 탈진한 생의 거대한 춤,

    저녁노을에다 섞어 활 활 몸 넘고 싶다

     

     

     

    가을 햇볕 / 안도현

     

    가을 햇볕 한마당 고추 말리는 마을 지나가면

    가슴이 뛴다

     

    아가야

    저렇듯 맵게 살아야 한다

     

    호호 눈물 빠지며 밥 비벼 먹는

    고추장도 되고

     

    그럴 때 속을 달래는 찬물의 빛나는

    사랑도 되고

     

     

     

    11월의 안부 / 최원정

     

    황금빛 은행잎이

    거리를 뒤 덮고

    지난 추억도 갈피마다

    켜켜이 내려앉아

    지나는 이의 발길에

    일 없이 툭툭 체이는 길

    너도 보았거든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식 넣어

    맑은 이슬 한잔 하자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 끝내고 나서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사는 일 / 나태주

     

    오늘도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먼저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을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할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고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나랫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고 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도 잔잔해졌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11월에 / 이해인

     

    나뭇잎에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 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 하나 연륜 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게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밭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여위어 간다

     

     

    11월의 시 모음

     

    가을 노래 /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너와 나의 사이에도

     

    죄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사이에도 말 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시를

    쏟아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가고

    가을은 깊어가네

     

     

     

    11월의 마지막 기도 / 이해인

     

    이제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두고 갈 것도 없고

    가져갈 것도 없는

    가벼운 충만함이여

     

    헛되고 헛된 욕심이

    나를 다시 휘감기 전

    어서 떠날 준비를 해야지

     

    땅 밑으로 흐르는

    한 방울의 물이기보다

    하늘에 숨어사는

    한 송이의 흰 구름이고 싶은

    마지막 소망도 접어두리

     

    숨이 멎어가는

    마지막 고통 속에서도

    눈을 감으면

    희미한 빛 속에 길이 열리고

    등불을 든 나의 사랑은

    흰옷을 입고 마중 나오리라

     

    어떻게 웃을까

    고통 속에도 설레이는

    나의 마지막 기도를

    그이는 들으실까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11월 / 강은교

     

    수많은 눈썹들이

    도시의 하늘에 떠다니네

    그 사내 오늘도

    허리 굽혀 신발들을 깁고 있네

     

    이 세상 눈썹들을

    다 셀 수 없듯이

    이 세상 눈들의 깊이

    다 잴 수 없듯이

     

    그 계집 오늘도

    진흙 흐린 천막 밑에 서서

    시드는 배추들을 들여다보고 있네

    11월.

     

     

     

    11월 어느 날 / 김현주

     

    사랑과 추억이 빠져나간

    낙엽들이

    슬프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창가로 다가서는

    찬 바람결에는

    그대 향기가 스며든 듯

     

    꾹꾹 눌린 슬픔이 넘쳐

    머그잔 커피 속에

    그대

    얼굴이 그려지는 날

     

    그대와 정겨운 시간이

    가을과 함께 떠나가고 있습니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 이채

     

    가을이 떠나기 전에

    보내야 할 사람이 있다

    떠나야 할 사람이 있다

     

    들녘을 바람에게 내어주고

    일찍감치 변방에서

    떨고 있는 늦가을

     

    무엇이 외로워

    갈대는 저리도 흔들리는가

     

    가을을 보내기 전에

    보내도 보내도

    다 못 보낼

    그리움으로 키울 사람이 있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떠나도 떠나도

    다시 그 자리

    고독으로 가둘 사람이 있다

     

    저 들녘은 무엇이 슬퍼

    빈 바람에 잠 봇 드는가

     

     

    11월 좋은 시 모음

     

    11월이 전하는 말 /반기룡

     

    한 사람이 서 있네

    그 옆에 한 사람이 다가서네

    이윽고 11이 되네

    서로가 기댈 수 있고 의탁이 되네

    직립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시네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꿈쪽하지 않을 곧은 보행을 하고 싶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올곧은 모습으로

    어기여차 어기여차

    장단에 맞춰 풍악에 맞춰

    사뿐히 사뿐히 걸어가시네

     

    삭풍이 후려쳐도

    평형감각 잃지 않을

    온전한 11지로 자리매김하고 싶네

     

     

     

    가을날 / 릴케

     

    주여,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 얹으시고

    들판에 바람을 풀어 주옵소서

     

    마지막 열매를 알차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무르익도록 재촉하시고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에 스미레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을 짓지 못합니다

    지금 홀로인 사람은 오래도록 그렇게 살 것이며

    잠자지 않고,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바람에 나뭇잎이 구를 때면 불안스레이

    이리저리 가로수 사이를 헤맬 것입니다

     

     

     

    11월의 시 / 임영준

     

    모두 떠나는가

     

    텅 빈 하늘아래

    추레한 인내만이

    선을 긋고 있는데

    훌훌 털고 사라지는가

     

    아직도 못다 지핀

    시들이 수두룩한데

    가랑잎더미에

    시름을 떠넘기고

     

    굼뜬 나를 버려둔 채

    황급히 떠나야만 하는가

     

     

     

    다시 11월 / 박영근

     

    꽃 떨어진 그 텅 빈 대궁에 빗물이 스쳐간다

     

    이제 나를 가릴 수 있는 것은 거센 바람뿐

     

    시 한 줄 없이 바람 속에 시들어

    눈 속에 그대로 매서운 꽃눈 틔우리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 빛나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나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11월 / 이서린

     

    낙엽처럼 불면이 쌓이는 날이 많아졌다

    종종 새벽녘에 비가 흩뿌리는 날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는 느낌에

    유서 같은 일기를 두서없이 쓰기도 한다

     

    가끔 안주도 없이 술을 털어 넣듯 마시다

    미친 듯이 밤길을 휘적휘적 걷다가

    한 사람 안에 웃고 있는 또 한 사람을 생각한다

    모든 걸 게워내듯 오래오래 울기도 하는

     

    아침이면 퉁퉁 부은 눈으로

    식구들의 밥을 차리고

    빨개진 눈으로 배웅을 하고

    꾸역꾸역 혼자 밥 먹는, 이 슬픈 식욕

    그래도 검은 커피를 위로 삼아

    마당에 빨래를 넌다

     

    조금씩 말라가는 손목은 얇은 햇빛에 맡기고

    흐르는 구름을 보다 눈을 감으면

    툭, 떨어지는 감나무 잎

    세상은 저렇게 떠나야 하는 것

    조만간 가야 할 때를 살펴야 하는 것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지는 해는 왜 붉은가 생각하다가

    흉터는 왜 붉은가를 생각해보는

    이대로 증발하고 싶은 저무는 하늘

    아직 살아 있는 내가

    찬물에 손을 담고 쌀을 씻는다

     

     

    가을이 깊어가는 11월은 마음이 차분해지고 정리되는 느낌이 듭니다. 늦가을을 담담하게 맞이하고 지금을 즐기는데 11월에 관한 시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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