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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을에 관한 시 17편 노을 시 모음집
    좋은 시 2023. 9. 21. 17:48

    노을 시에는 붉게 물들어 가는 하늘을 아름답게 표현했습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만큼 예쁘게 물들어 노을을 감상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가을 풍경보다 화려하게 물들어 가는 노을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노을-시-풍경
    노을-시-풍경

     

    노을 시 모음

     

    노을 / 나태주

     

    방안 가득

    노래로 채우고

     

    세상 가득

    향기로 채우고

     

    내가 찾아 갔을 때는

    이미 떠나 버린 사랑아

    그 이름 조차 거두어 간 사람아

     

    서쪽 하늘 가에

    피 빛으로 뒷 모습만

    은은하게 보여줄 줄이야

     

     

     

    노을 / 서정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저녁노을 / 도종환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까

    산마루에 허리를 기대고 있어

    저녁해가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있는 동안

    뿜어져나오는 해와 입김이 선홍빛 노을로

    번져가는 광활한 하늘을 봅니다

     

    당신도 물들고 있습니까

    저를 물들이고 고생대의 단층 같은 구름의 물결을 물들이고

    가을산을 물들이고 느티나무 잎을 물들이는 게

    저무는 해의 손길이라는 걸 알겠습니다

     

    구름의 얼굴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노을처럼

    나는 내 시가 당신의 얼굴 한쪽을 물들이기를 바랐습니다

    나는 내 노래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당신을 물들이고 사라지는 저녁 노을이기를

    내 눈빛이 한 번만 더 당신의 마음을 흔드는

    저녁 종소리이길 소망했습니다

     

    시가 끝나면 곧 어둠이 밀려오고

    그러면 그 시는 내 최후의 시가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내 시집은 그때마다 당신을 향한

    최후의 시집이 될지 모른다는 예감에 떨었습니다

    최후를 생각하는 동안 해는 서산을 넘어가고

    한 세기는 저물고 세상을 다 태울 것 같던 열정도 재가 되고

    구름 그림자만 저무는 육신을 전송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저물고 있습니다

    스러져가는 몸이 빚어내는 선연한 열망

    동살보다 더 찬란한 빛을 뿌리며

    최후의 우리도 그렇게 저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무는 시간이 마지막까지 빛나는 시간이기를

    당신과 나 우리 모두의 하늘 위에

    마지막 순간까지 맨몸으로 찬연하기를

     

     

     

    노을시편 / 천양희

     

    강 끝에 서서 서쪽으로 드는 노을을 봅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오래되어도 썩지 않는 것은 하늘입니다

    하늘이 붉어질 때 두고 간 시들이

    생각났습니다 피로 써라 그러면...... 생각은

    새떼처럼 떠오르고 나는 아무것도

    쓸 수 없어 마른 풀 몇개 분질렀습니다

    피가 곧 정신이니...... 노을이 피로 쓴 시 같이

    노을 두어 편 빌려 머리에서 가슴까지

    길게 썼습니다 길다고 다 길이겠습니까

    그대 하늘이 더 붉어졌습니다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하라...... 내 속으로 노을 뒤편이 드나들었습니다

    쓰기 위해 써버린 많은 글자들 이름들

    붉게 물듭니다 노을을 보는 건 참 오래된 일입니다

     

     

     

    갈대밭 노을에서 / 최윤경

     

    서로가 하나인 듯

    하나가 서로인 듯

    사운대는 갈대밭 걸으며

    오늘 하루쯤 넉넉하게

    너의 어깨에 나를 기대고

    천천히 걸어보면 어떠리

    가시 돋 친 혀

    보드랍게 갈어내고

    날선 말들

    말랑하게 녹여보면 어떠리

    원두막 간이 쉼터에

    노을막걸리 발그레 물들어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취해가는

    해질녘 갈대밭에 사랑이 온다

    서로를 꺾지 않고

    서로에게 맘껏 휘어주는

    오늘 같은 오늘이 매일이면 어떠리

     

     

    노을에 관한 시 모음

     

    노을 / 김용택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눈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

    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

    사랑의 무게가

    내 어깨에 어둠으로 얹혀옵니다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랑은,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어지는 것이더이다

     

     

     

    노을 / 최영철

     

    한 열흘 대장장이가 두드려 만든

    초승달 칼날이

    만사 다 빗장 지르고 터벅터벅 돌아사는

    내 가슴살을 스윽 벤다

    누구든 함부로 기울면 이렇게 된다고

    피 닦은 수건을 우리 집 뒷산에 걸었다

     

     

     

    노을 / 기형도

     

    하루 종일 지친 몸으로만 떠돌다가

    땅에 떨어져 죽지 못한

    햇빛들은 줄지어 어디로 가는 걸까

    웅성웅성 가장 근심스런 색깔로 서행하며

    이미 어둠이 깔리는 소각장으로 몰려들어

    몇 점 폐휴지로 타들어가는 오후 6시의 참혹한 형량

    단 한 번도 후회도 용서하지 않는 무서운 시간

    바람은 긴 채찍을 휘둘러

    살아서 빛나는 온갖 상징을 몰아내고 있다

    도시는 곧 활자들이 일제히 빠져 달아나

    속도 없이 페이지를 펄럭이는 텅 빈 한 권 책이 되리라

    승부를 알 수 없는 하루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패배했을까 오늘도 물오보는 사소한 물음은

    그러나 우리의 일생을 텅텅 흔드는 것

    오후 6시의 소각장 위로 말없이

    검은 연기가 우산처럼 펼쳐지고

    이젠 우리들의 차례였다

    두렵지 않은가

    밤이면 그림자를 뺴앗겨 누구나 아득한 혼자였다

    문득 거리를 빠르게 스쳐가는 일상의 공포

    보여다오.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가 살아 있는 그대여

    오후 6시

    우리들 이마에도 아, 붉은 노을이 떴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아직도 펄펄 살아 있는 우리는 이제 각자 어디로 가지?

     

     

     

    노을 / 박정남

     

    가슴을 열어 젖힌 저 노을이

    수심 몇 개 구름도 흘리면서

    하늘 한 켠에다 참았던

    붉은 마음을

    쏟아 놓는다

    익을 과일들을 너무 오래 간직한 탓에

    온 산과 들에 향기 터뜨리고

    이내 고요히 아주 검붉게 썩어 간다

    어둔 숲으로 과일들은 떨어지며

    저 산 능선에다 다시 곱게 눈썹 그리며

    여인은 땅에 눕는다

    아직 검붉은 노을인 여인은 뒤척이는

    바다를 감고

    검은 눈을 빤히 눈뜨고

    사과알의 검은 씨앗으로

    세계의 정열을 한 곳으로 모아

    차차 붉은 햇무리 이글이글 끓어 오르나니

    밤새도록

     

     

     

    노을 / 윤보영

     

    나는 아직

    내 가슴을 태우던

    노을을 기억합니다

    그대 마음에서 옮겨붙어

    타들어 가던

     

     

     

    저녁노을 / 이상국

     

    주먹만한 감자 찐 옥수수 오이 가지 강낭콩이랑

    고추 된장 쇠비를 몇 단 함지박 채워 이고

    어머니는 해수욕장 간다

    울긋불긋한 차일 아래

    허여멀건 살들이 미어터지는데

    면서기 군서기들이 들어가지 말라고 호루라기 분다

    파래 미역 뜯으러 친정집 드나들 듯하던

    십 리 길도 안 되는 내 집 앞바다인데

    돈 주고 샀다며

    벌거숭이 관리인이 함지박 걷어차고

    터 잡은 장사꾼들이 눈을 부라린다

    불볕 아래 쇠처럼 달아오른 모래밭에서

    이리 밀리고 저리 쫓겨 다니다가

    땀 전 어머니 얼굴에는 하얀 소금꽃 맺혔는데

    빈 함지박 털어 이고 오는 저녁 하늘에

    벌거벗은 놀이 했다

     

     

    노을에 대한 시 모음

     

    노을 /조병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것은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뛰는 노을 / 김경희

     

    가난한 산동네 아이들의

    그림 스케치북 속에는

    그중 많이 주홍색 크레파스가

    묻어나지요

     

    일찍 일어나라고 솟는 해

    줄넘기로 놀아주는 해

    멀리까지 혼자 질 줄 아는 해

     

    또한 제일 친하게

    김칫국 냄새 같은 것만

     

    알몸으로 경험하기 때문이죠

     

    매워, 매워

    녹슨 안테나 밑이 자욱해

    바람이 해를 불고 갈 때

    아이들은 그걸 보고

    또 까르륵!......

     

    아버지가 들고 오는

    거나한 저녁달이 보일 때까지

     

     

     

    노을 앞에서 / 신경림

     

    노파가 술을 거르고 있다

    굵은 삼베옷에 노을이 묻어 있다

    나뭇잎 깔린 마당에 어른대는 긴 그림자

    기침 소리, 밭은기침 소리들

    두런두런 자욱한 설레임

     

    무두들 어데로 가려는 걸까

     

     

     

    노을 만 평 / 신용목

     

    누가 잡아만 준다면

    내 숨 통째 담보 잡혀 노을 만 평쯤 사두고 싶다

    다른 데는 말고 꼭 저기 폐염전 옆구리에 걸치는

    노을 만 평 갖고 싶다

     

    그리고는 친구들 부르리

    노을 만 평에 꽉 차서 날을 만한 철새

    한 무리 사둔 친구

    노을 만 평의 발치에 흔들려줄 갈대밭

    한 뙈기 사둔 친구

     

    내 숨에 끝날까지 사슬 끌려도

    노을 만 평 사다가

    친구들과 옛 애인 창가에 놀러가고 싶네

     

     

     

    저녁노을 / 이해인

     

    있잖니 꼭 그맘때

    산 위에 오르면

    있잖니 꼭 그맘때

    바닷가에 나가면

    활활 타는 저녁노을

    그 노을을 어떻게

    그대로 그릴 수가 있겠니

     

    한 번이라도 만져 보고 싶은

    한 번이라도 입어 보고 싶은

    주홍의 치마폭 물결을

    어떻게 그릴 수가 있겠니

     

    혼자 보기 아까와

    언니는 부르러 간 사이

    몰래 숨어 버리고 만 그 노을을

    어떻게 잡을 수가 있겠니

     

    그러나 나는

    나에게도 노을을 주고

    너에게도 노을을 준다

     

    우리의 꿈은 노을처럼 곱게

    타올라야 하지 않겠니

    때가 되면 조용히

    숨을 줄도 알아야 하지 않겠니

     

     

     

    노을 / 서정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

     

     

    가을은 노을이 더욱 예쁜 계절입니다. 저녁노을을 보고 있으면 순수한 마음으로 이끌어 주는 감성으로 젖어들게 되는 느낌을 느끼게 됩니다. 시를 통해 붉게 물들어 가는 노을을 보며 감성에 젖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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