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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관한 좋은시 / 꽃 시 모음좋은 시 2022. 2. 11. 09:20
꽃을 보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사람도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꽃으로 활짝 피어나세요.
우리 모두 꽃입니다.
꽃잎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마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ㅡ나태주, 「꽃잎」
제비꽃에 대하여
제바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 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흔들리지? 그건 관심이 있다는 뜻이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사랑이란 그런 거야
봄은,
제비꽃을 모르는 사람을 기억하지 않지만
제비꽃을 아는 사람 앞으로
그냥 가는 법이 없단다
그 사람 앞에는
제비꽃 한포기를 피워두고 가거든
참 이상하지?
해마다 잊지않고 피워두고 가거든
ㅡ안도현,「제비꽃에 대하여」
들국화 · 2
바람 부는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예날은
생각 말자고,
아주아주 생각 말자고
갈꽃 핀 등성이에
혼자 올라서
두고 온 옛날은
잊었노라고,
아주아주 잊었노라고
구름이 헤적이는
하늘을 보며
어느 사이
두 눈에 고이는 눈물
꽃잎에 젖는 이슬.
ㅡ나태주,「들국화 · 2」
꽃
바깥으로 뱉어 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올리듯이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속의 아픔이 다 말라 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 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살아 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ㅡ안도현, 「꽃」
개나리꽃
산속에서 제일 먼저 노랗게
봄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나
뒤뜰에서 맨 먼저 피어 노랗게 봄을 전하는
산수유나무 앞에 서 있으면
며칠 전부터 기다리던 손님을 마주한 것 같다
앞에서 나는 싸아한 생강 냄새에
상처받은 뼈마디가 가뿐해질 것 같고
햇볕 잘 들고 물 잘 빠지는 곳에서 환하게 웃는
산수유나무를 보면 그날은
근심도 불편함도 뒷전으로 밀어두게 된다
그러나 나는아무래도 개나리꽃에 마음이 더 간다
그늘진 곳과 햇볕 드는 곳을 가리지 않고
본래 살던 곳과 옮겨 심은 곳을
까다롭게 따지지 않기 때문이다
깊은 산속이나 정원에서만 피는 것이 아니라
산동네든 공장 울타리든 먼지 많은 도심이든
구분하지 않고 바람과 티끌 속에서
그곳을 환하게 바꾸며 피기 때문이다
검은 물이 흐르는 하천 둑에서도 피고
소음과 아우성 소리에도 귀 막지 않고 피고
세속이 눅눅한 땅이나 메마른 땅을
가리지 않고 피기 때문이다
ㅡ도종환, 「개나리꽃」
흔들이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ㅡ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매화 앞에서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츱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하던
희디흰 봄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제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ㅡ이해인, 「매화 앞에서」
민들레
한평생 그대를 앓았어요
처절한 그리움의 형벌에
온밤이 떨며 울었지요
민들레 홀씨처럼 실바람에도
흩날려 떠돌았던 아픔
내 안에 있는 그대에게
닿을 수 없었던 아픔
화석처럼 남아
하양 소금꽃을 피워냈어요
ㅡ남정림, 「민들레」
매일 피는 꽃
월요일에는 장미가 피어납니다
화요일에는 백합이 피어납니다
수요일에는 진달래가 피어납니다
목요일에는 목련이 피어납니다
금요일에는 튜율립이 피어납니다
토요일에는 프리지아가 피어납니다
일요일에는 국화가 피어납니다
당신을 만난 후 내 가슴에는
매일 사랑의 꽃이 피어납니다
ㅡ양광모, 「매일 피는 꽃」
꽃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안 예쁜 꽃이 없다
꽃이
너라고 생각하니
세상에
미운 꽃도 없다.
ㅡ윤보영,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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