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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 모음 15선좋은 시 2022. 11. 9. 00:31
윤동주 시인의 시 모음 15선을 소개합니다. 윤동주 시인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암울했던 시대의 안타까운 상황을 시로 표현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는 '서시', '별 헤는 밤'이며 그 외 오래도록 사람들이 좋아하는 윤동주 시인의 시 준비했으니 감상해 보세요.
윤동주 시 모음 15선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바람이 불어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 사는 것일까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을까
단 한 여자를 사랑한 일도 없다
시대를 슬퍼한 일도 없다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편지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이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쉽게 씌어진 시
나는 다만, 홀로 참전하는 것일까?
인생을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6첩 방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이별
눈이 오다 물이 되는 날
잿빛 하늘에 또 뿌연내, 그리고
크다란 기관차는 빼액 울며,
조고만 가슴은 울렁거린다.
이별은 너무 재빠르다,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사람을
일터에서 만나자 하고
더욱 손의 맛과 구슬 눈물이 마르기 전
기차는 꼬리를 산굽으로 돌렸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길을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길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간판 없는 거리
정거장 플랫폼에
내렸을 때 아무도 없어,
다들 손님들뿐,
손님 같은 사람들뿐,
집집마다 간판이 없어
집 찾을 근심이 없어
빨갛게
파랗게
불붙는 문자도 없이
모퉁이마다
자애로운 헌 와사등(瓦斯燈)에
불을 켜놓고,
손목을 잡으면
다들, 어진 사람들
다들, 어진 사람들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서로 돌아가고
참회록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까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
돌아와 보는 밤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불을 켜 두는 것은 너무나 괴로운 일이옵니다
그것은 낮의 연장이 옵기에
이제 창을 열어 공기를 바꾸어 들여야 할 텐데
밖을 가만히 내다보아야
방안과 같이 어두워 꼭 세상 같은데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
눈감고 간다
태양을 사모하는 아이들아
별을 사랑하는 아이들아
밤이 어두웠는데
눈 감고 가거라.
가진 바 씨앗을
뿌리면서 가거라.
발 뿌리에 돌이 채이거든
감았던 눈을 활짝 떠라
달을 쏘다
날 바라보는 저 달이 미워져
내 부끄러움을 비추는 달이 미워
저 달을 원망하며
돌을 찾아 저 달을 향해 던진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달빛을 보니
우습구나
쪼개지는 그림잘 보니
저 달을 원망하며 돌을 찾아
저 달을 향해 또다시 던진다
내 머리 위에서 빈정댈 달이지만
뜨는 해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요
동무요 우리에게 내일은 없으니
좀 더 탄탄한 갈대로 화살을 삼아서
무사의 마음으로
무사의 마음으로
달을 쏜다
통쾌하다
부서지는 저 달빛이
우습구나
쪼개지는 저 그림자
오늘도 내일도 나는 무사의 마음으로
너를 쏜다
시를 쏜다
삶이 쓰다
달을 쏘다
소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우에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 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다시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손금에는 맑은 강물이 흐르고 맑은 강물이 흐르고 강물 속에는 사랑처럼 슬픈 얼굴- 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이 어린다 소년은 황홀히 운을 감아 본다 그래도 맑은 강물은 흘러 사랑처럼 슬픈 순이의 얼굴-아름다운 순이의 얼굴은 어린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의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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