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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좋은 시 - 가을바람좋은 시 2022. 9. 5. 07:30
가을바람을 맞으며 잠시
멈추고 바람을 느껴 봅니다.
가을바람을 한가득 마시며
가을 냄새로 가득 채웁니다.
짙어져 가는 가을만큼
가을 향기도 진해져 갑니다.
가을바람
이해인
숲과 바다를 흔들다가
이제는 내 안에 들어와 나를 깨우는 바람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놓고
햇빛과 손잡은 눈부신 바람이 있어 가을을 사네
바람이 실고 오는 쓸쓸함으로 나를 길들이면
가까운 이들과의 눈물겨운
이별도 견뎌낼 수 있으리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사랑과 기도의 아름다운 말
향기로운 모든 말 깊이 접어 두고
침묵으로 침묵으로
나를 내려가게 하는 가을바람이여
하늘 길에 떠가는 한 조각 구름처럼
아무 매인 곳 없이 내가 님을 뵈옵도록
끝까지 나를 밀어 내는 바람이 있어
나는 홀로 가도외롭지 않네
가을 바람
윤보영
메밀 꽃 진 자리마다
메밀이 달렸다
가을 바람이
속을 채유고 있는 메밀을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가을이 따뜻하다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박노해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불볕을 지낸 사과의 볼이 붉어지듯
뜨거웠던 나의 걸음도 묵직해지기를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장마에 맞서던 벼들의 고개가 숙여지듯
곧고 푸르던 나의 말들도 나직해지기를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태풍을 보낸 모과 속에 향즙이 고여들듯
아팠던 자리마다 사람의 향기 차오르기를
가을 바람이 불어오면
달아오르던 대지의 속이 그윽해지듯
여름을 보낸 내 마음도 깊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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