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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시모음 태풍에 관한 시좋은 시 2022. 8. 31. 14:24
태풍 시모음
태풍에 관한 시 읽고
잠시 쉬었다 가세요.
태풍이 북상 중이라는
날씨 뉴스가 있습니다.
올들어 가장 강한 태풍이라고
하는 말에 벌써 걱정이네요.
아직 유동적이라고 하니
기상정보를 잘 확인해야겠어요.
오르락내리락 기온 변화가 심해
면역력 약해지지 않도록 조심
해야겠습니다.
태풍 속의 꽃잎
이해인
태풍이 다녀간 꽃밭에 와서
사람들은 말합니다
기적이 따로 없네
어떻게 이 부드러운 꽃잎들이
한 장도 떨어지지 않고 제 자리에 붙어있지
모진 바람 속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신 분께 대한 고마움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아침이에요
이 고운 힘을 잘 다스려
오늘에 이를 수 있게 한
저의 조그만 노력에도 고마운 마음 가득해요
그리고.... 아무리 연약해 보여도
꽃 잎 한 장, 저 없이는
꽃 한 송이 이룰 수 없음을
다시 알게 해 주셔서
더없이 행복한 아침이에요
태풍이 지나고
이해인
태풍이 지난 뒤
아침에 일어나니
지붕의 기와가 떨어지고
유리창이 깨지고
장독대의 항아리가 부서진
태풍의 위력을
무력한 표정으로
우린 그저 바라만 보네
나는
조그만 침방 앞 베란다에
무더기로 떨어진
솔잎들을 쓰는데
태풍 때문에
슬플 일도 많지만
태풍 덕분에
숲은 대청소를 하는군
옆방의 수녀님 혼잣말에
고개를 끄덕이는데
하늘은
처음 본 듯 푸르고
흰 구름은
처음 본 듯 신비하게
다시 다시
어여쁘네
태풍의 본색
오보영
잎이 떨어지든 말든
가지가 부러지든 말든
상관이 없다
상처 입히는 게
생채기 내는 게
목적이니까
뿌리가 흔들리든
뿌리가 뽑히든
상관이 없다
숲 망가트리는 게
숲 색깔 바꾸는 게
속셈이니까
감사하다
정호승
태풍이 지나간 이른 아침에
길을 걸었다
아름드리 플라타너스나 왕벚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처참했다
그대로 밑둥이 부러지거나
뿌리를 하늘로 드러내고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몸에서
짐승 같은 울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키 작은 나무들은 쓰러지지 않았다
쥐똥나무는 몇 알
쥐똥만 떨어뜨리고 고요했다
심지어 길가의 풀잎도
지붕 위의 호박넝쿨도 쓰러지지 않고
햇볕에 젖은 몸을 말리고 있었다
나는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내가 굳이 풀잎같이
작은 인간으로 만들어진 까닭을
그제서야 알고
감사하며 길을 걸었다
태풍
나희덕
바람아, 나를 마셔라.
단숨에 비워내거라
내 가슴속 모은 흐느낌을 가져다
저 나부끼는 것들에게 주리라
울 수 있는 것들은 울고
꺾일 수 있는 것들은 꺾이도록
그럴 수도 없는 내 마음은
가벼워지고 또 가벼워져서
신음도 없이 지푸라기처럼 날아오르리
바람아, 풀잎 하나에나 기대어 부르는
나의 노래조차 쓸어 가버려라
울컥울컥 내 설움 데려가거라
그러면 살아가리라
네 미친 울음 끝
가장 고요한 눈동자 속에 태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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