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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에 대한 시 13편 모음좋은 시 2024. 8. 2. 16:28
기쁨, 슬픔, 불안, 소심, 버럭, 까칠, 당황, 따분, 부럽 등 감정들이 교차하며 살아가는 삶 속에서 기쁨을 살아가는 보람을 느끼게 하는 감정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영화에서도 다양한 감정들 중 기쁨이의 역할이 돋보였는데요 오늘의 좋은글에서는 기쁨에 대한 시 모음을 준비했습니다. 나태주, 정호승, 이해인 등 시인들이 들려주는 기쁨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기쁨-시-소녀들 기쁨 시 모음
기쁨 /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면서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슬픔이 기쁨에게 /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
가마니 한 장 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위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작은 기쁨 / 이해인
사랑의 먼 길을 가려면
작은 기쁨들과 친해야 하네
아침에 눈을 뜨면
작은 기쁨을 부르고
밤에 눈을 감으며
작은 기쁨을 부르고
자꾸만 부르다 보니
작은 기쁨들은
이제 큰 빛이 되어
나의 내면을 밝히고
커다란 강물이 되어
내 혼을 적시네
내 일생 동안
작은 기쁨이 지어준
비단옷을 차려입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
누구라도 만나고 싶어
고맙다고 말하면서
즐겁다고 말하면서
자꾸만 웃어야지
고마운 기쁨 / 이해인
적당히 숨기려 해도
자꾸만 웃음으로
삐져나오네
억지로 찾지 않아도
이제는 내 안에
뿌리 박힌 그대
어디에 있든지
누구를 만나든지
내가 부르기만 하면
얼른 달려와 날개를 달아주는
얼굴 없는 나의 천사
고마운 기쁨이여
기쁨에 대한 시 모음
용서의 기쁨 / 오세영
산다는 것은
날마다 새롭게 용서라는 용기
용서받는 겸손이라고
일기에 썼습니다
마음에 평화가 없는 것은
용서가 없기 때문이라고
기쁨이 없는 것은 사랑이 없기 때문이라고
나직히 고백합니다
수백번 입으로 외우는 기도보다
한 번 크게 용서하는 행동이
더 힘있는 기도일 때도 많습니다
나만의 기쁨 / 유경환
그 사람이 알지 못하게
마음 써준 일이
그를 사랑하는 동안
가장 즐거운 일이었다
지금
영혼이 앞서 가는 길
뒤쫓아가며 돌이켜 보니
그 사람이 미처 알지 못하게
마음 써준 일
잘 했다는 생각
질그릇 가슴 바닥이듯 고여온다
단순한 기쁨 / 홍해리
나이 들수록
눈이 침침해지고
귀가 희미해져도
보이는 것이 더 많고
들리는 것이 더 많네
둔해지는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많은
이 투명한 세상
살아 있다는
단순한
이
기쁨
사로집힌 기쁨 / 홍수희
당신 생각으로 눈을 뜨고
당신 생각으로 잠이 든다네
아무도 모를 거야
사로잡힌 이 기쁨을
당신 때문에 바람은 슬피 운다네
때로 당신으로 하여
슬픔이 가슴을 저리게 해도
나는 알고 있지
사랑은 달콤한 아픔이란 걸
다시 이 세상 산다하여도
뿌리칠 수 없는 눈물이란 걸
당신 때문에 태양은 뜨고
무지개는 눈부시게 피어오르지
아무도 모를 거야
사로잡힌 이 기쁨을
당신 생각으로 하루가 열리고
하루가 저무는 이 기쁨을
사랑의 기쁨 / 정연복
남이 내 맘에 찾아오신
그날 그 순간부터
사랑으로 출렁이는 이 가슴
사람은 나를
잠 못 이루게 한다
동트는 새벽이면
꽃잎은 영롱한 이슬에 젖고
내 가슴은 그리움에 젖는다
눈부신 아침이면
대지는 화사한 햇살로 잠이 깨고
나는 님 생각으로 잠이 깐다
해 떨어지는 저녁이면
만물은 어둠으로 물들고
내 가슴은 그리움으로 물든다
달빛 은은한 밤이면
하늘에는 별이 총총
내 맘속에는 님의 모습은 반짝반짝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 있어
이리도 벅찬 이 가슴
사랑은 나를 잠 못 이루게 하지만
나는 이 사랑을 도무지 접을 수 없다
이 넓고 넓은 세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내가 사랑하는 단 한 사람 있어
늘 파르르 떠는 이 가슴
그리움의 몸살을 앓는
사랑의 기쁨!
기쁨에 관한 시 모음
나는 기쁘다 / 천양희
바람결에 잎새들이 물결 일으킬 때
바닥이 안 보이는 곳에서 신비의 깊이를 느꼈을 때
혼자 식물처럼 잃어비린 것과 함께 있을 때
사는 것에 길들여지지 않을 때
욕심을 적게 해서 마음을 기를 때
슬픔을 침묵으로 표현할 때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으므로 자유로울 때
어려운 문제의 답이 눈에 들어올 때
무언가 잊음으로써 단념이 완성될 때
벽보다 문이 좋아질 때
평범한 일상 속에 진실이 있을 때
하늘이 멀리 있다고 잊지 않을 때
책을 펼쳐서 얼굴을 덮고 누울 때
나는 기쁘고
막차 기다리듯 시 한 편 기다릴 때
세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 시 쓰는 일일 때
나는 기쁘다
사랑의 기쁨 / 강은교
나는 한때 합창단원이었지
노을 지는 저녁 창가에서
마티니의 '사랑의 기쁨'을 배웠지
실은 사랑의 슬픔을 표현해야 한다는
그 가락의 기쁨을 힘써 외우며
노을 속에서 내 목소리가 떨어져
검은 피아노를 울리는 것을
가슴 흔들어 들었지
내 꿈이 노을의 붉은 눈을 지나
지붕 너머로 달리는 것을
보았지, 아, 캄캄한 눈썹으로도 보았지
그러나 한 20년간
나는 노래를 부르지 않았어
그동안 나는
내 목소리를 잠재웠지
지금 내 목소리는
비명밖에 지르지 못하네
혹은 혼자 중얼거릴 뿐
혹은 네, 네, 낮게 낮게 복종할 뿐
사랑의 슬픔에 젖어 흘러
짧은 저녁노을 붉은 속에
배경이 되는 기쁨 / 안도현
살아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일은
누구의 배경이 되어주는 것이다
별을 빛나게 하는
까만 하늘처럼
꽃을 돋보이게 하는
무딘 땅처럼
함께 하기에 더욱 아름다운
연어떼처럼
내 안에 있는 기쁨 / 홍수희
이상한 일이지요
밖으로부터 당도한 슬픔이
내 안에 있는 기쁨을
흔들어 깨울 때가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밖으로부터 당도한 아픔이
내 안에 사는 줄도 몰랐던 기쁨의 샘을
깨어나 출렁이게 할 때가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밖으로부터 당도한 고통이 오히려
내 안에 사는 줄도 몰랐던 기쁨의 샘을
다만 설레이게 할 때가 있습니다
나에게 당도한 슬픔도 고통도
한 발짝 물러서서 타인의 눈으로 바라볼 때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겸허히 바라볼 때에
하여 아픔에게도 너그러워질 때에
하여 그 아픔이 말하는 바를 이해하게 될 때에
비로소 발견되어지는 기쁨입니다
그러고 보니
슬픔은 항상 밖에 살고
가쁨은 몰래몰래 마음 깊은 곳
그곳에 숨어 살았던 듯도 합니다
그러고 보니
몰래몰래 마음 깊은 곳
그곳에 사는 기쁨의 샘은
겸손의 등불에만 비추어지는 듯도 합니다
기쁨은 우리 마음에서 나오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상태에 따라 기쁨의 크기도 달라집니다. 크고 거창한 일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기쁨이 더 소중하며 작은 기쁨들이 인생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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