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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 좋은시 감성시 모음
    좋은 시 2024. 8. 30. 14:14

    시 한 편 읽고 싶어지는 9월입니다.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9월은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매미의 우렁찬 울음소리는 잦아들고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가득 채우는 9월의 초가을. 오늘의 좋은글은 9월 좋은 시를 준비했습니다.

     

     

     

    9월-좋은시-국화
    9월-좋은시-국화

     

    9월 좋은 시

     

    9월 마중 / 윤보영

     

    오늘은 

    일찍감치

    9월 마중을 나섰습니다

     

    함께 해온 8월을 데리러

    9월이 오고 있는

    행복의 언덕으로 가고 있습니다

     

    새로 맞을 9월!

    넉넉한 10월 만은 못할 수 있고

    정열적인 8월에 뒤질 수 있지만

    그래도 9월은 중요한 달입니다

     

    남은 열정으로 자기 역할을 다하고

    웃으면서 10월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게

    아름다운 시간으로 채우겠습니다

     

    9월을 마중 가는 오늘처럼

    10월을 마중 가는 그날도

    9월과 웃으며 갈 수 있게

    행복한 마음으로 보내겠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듯

    9월도 모두를 사랑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구월의 이름 / 류시화

     

    소나무 숲과 같이 있는 곳

    그곳에 구월이 있다 소나무 숲이

    오솔길을 감추고 있는 곳 구름이 한 그루를

    감추고 있는 곳 그곳에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이 잇다

     

    그 구월의 하루를

    나는 숲에서 보냈다 비와

    높고 낮은 나무들 아래로 새와

    저녁이 함께 내리고 나는 숲을 걸어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나뭇잎사귀들은

    비에 부풀고 어느 곳으로 구름은

    구름과 어울려 흘러갔으며

     

    그리고 또 비가 내렸다

    숲을 걸어가면 며칠째 양치류는 자라고

    둥근 눈을 한 저 새들은 무엇인가

    이 길 끝에 또 다른 길이 있어 한 곳으로 모이고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모래의 강물들

     

    멀리까지 손을 뻗어 나는

    언덕 하나를 붙잡는다 언덕은

    손 안에서 부서져

    구름이 된다

     

    구름 위에 비를 만드는 커다란 나무

    한 그루 있어 그 잎사귀를 흔들어

    비를 내리고 높은 탑 위로 올라가 나는 멀리

    돌들을 나르는 강물을 본다 그리고 그 너머 먼 곳에도

    강이 있어 더욱 많은 돌들을 나르고 그 돌들이

    밀려가 내 눈이 가닿지 않는 그 어디에서

    한 도시를 이루고 한 나라를 이룬다 해도

     

    소나무 숲과 길이 있는 곳 그곳에

    나의 구월이 있다

    구월의 그 이틀이 지난 다음

    그 나라에서 날아온 이상한 새들이 내

    가슴에 둥지를 튼다고 해도 그 구월의 이틀 다음

    새로운 태양이 빛나고 빙하시대와

    짐승들이 춤추며 밀려온다 해도 나는

    소나무 숲이 감춘 그 오솔길 비 내리는

    구월의 이틀을 본다

     

     

     

    9월이 / 나태주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위에서 먹고

    대추는 대추나무 가지 위에서 먹고

    너는

    내 가슴속에 들어와 익는다

     

    9월이

    지구의 북반구 위에서

    서서히 물러가는 동안

    사과는

    사과나무 가지를 떠나야 하고

    너는 

    내 가슴속을 떠나야 한다

     

     

     

    9월에 감성시

     

    9월 / 고영민

     

    그리고 9월이 왔다

    산구절초의 아홉 마디 위에 꽃이 사뿐히 얹혀져있었다

    수로(水路)를 따라 물이 반짝이며 흘러갔다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누군지 노를 당신들 생각으로

    꼬박 하루를 다 보냈다

    햇살 곳곳에 어제 없던 그늘이 박혀 있었다

    이맘때부터 왜 물은 깊어질까

    산은 멀어지고 생각은 더 골똘해지고

    돌이 맥박은 빨라질까

    왕버들 아래 무심히 앉아

    더 어두워지길 기다렸다

    이윽고 저녁이 와

    내 손끝 검은 심지에 불을 붙이자

    환하게 빛났다

    자꾸만 입안에 침이 고였다

     

     

     

    9월의 시 / 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9월이 오면 / 안도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저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것을

     

    그대

    9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 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주는 것을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들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9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9월 짧고 좋은 시

     

    9월이 오면 들꽃으로 피겠네 / 이채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보일 듯 말 듯 피었다가

    보여도 그만

    안 보여도 그만인

    혼자만의 몸짓이고 싶네

     

    그리운 것들은 언제나

    산 너머 구름으로 살다가

    들꽃향기에 실려오는 바람의 숨결

    끝내 내 이름은 몰라도 좋겠네

     

    꽃잎마다 별을 안고 피었어도

    어느 산 어느 강을 건너왔는지

    물어보는 사람 하나 없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네

     

    9월이 오면

    이름 모를 들꽃으로 피겠네

    알 듯 모를 듯 피었다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인

    혼자만의 눈물이고 싶네

     

     

     

    구월이 와도 / 이재무

     

    구월이 와도 멀어진 사람 더욱 멀어져 아득하고

    가까운 사람의 눈길조차 낯설어가고

    구월이 와도 하늘은 딱딱한 송판 같고

    꽃들은 피면서 지기 시작하고

    마음의 더위 상한 몸 더욱 지치게 하네

    구월이 와도 새들이 날개는 무겁고

    별들은 이까 낀 돌처럼 회색의 도화지에 박혀

    빛나지 않고 백지 앞에서 나는 여전히 우울하고

    이제는 먼 곳의 고향조차 그립지 않네

    구월이 와도 나 예전처럼 설레지 않고

    가는 세월의 앞치마에 때만 묻히니

    나를 울고간 사랑아 나는 살다간 나무야

    꽃아 강물아 달아 하늘아

    이대로 죽어도 좋으련 좋으련 나는

     

     

     

    9월 / 오세영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문득 고개를 들면

    벌써 없어지기 시작하는 햇살

    태양은 황도에서 이미 기울었는데

    코스모스는 왜

    꽃이 지는 계절에 피는 것일까

     

    사랑이 기다림에 앞서듯

    기다림은 성숙에 앞서는 것

    코스모스 피어나듯 9월은

    그렇게

    하늘이 열리는 달이다

     

     

     

    9월의 저녁이면 / 강연호

     

    9월도 저녁이면 바람은 이분쉼표로 분다

    괄호 속이 숫자놀이처럼

    노을도 생각이 많아 오래 머물고

    하릴없이 도량 막고 물장구치던 아이들

    집 찾아 돌아갈길 기다려 등불은 켜진다

    9월도 저녁이면 습자지에 물감 번지듯

    푸른 산그늘 골똘히 머금는 마을

    빈집의 돌담은 제풀에 귀가 빠지고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살갗의 얼룩 지우며

    저무는 일 하나로 남은 사람들은

    묵묵히 밥상 물리고 이부자리를 편다

    9월도 저녁이면 삶이란 죽음이란

    애매한 그리움이란

    손바닥에 하나 더 새겨지는 손금 같은 것

    지난여름은 어떠했나

    9월도 저녁이면 죄다 글썽해진다

     

     

     

    유난히 무더웠던 8월을 보내고 아침저녁 시원한 바람 부는 9월 왔습니다. 더 높아진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보며 좋은 시 한 편 읽으며 계절을 느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9월 좋은 시 읽으며 감성 돋는 가을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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