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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밤에 관한 시 15편
    좋은 시 2023. 9. 15. 14:52

    가을밤 관한 시는 따뜻하고 감성적입니다. 가을밤 울려 퍼지는 풀벌레 소리는 노랫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울음소리로 들리기도 합니다. 가을밤을 더욱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는 가을밤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가을-밤풍경-시
    가을-밤풍경-시

     

    가을밤 시

     

    가을밤은 길고 / 신경림

     

    낙엽이 떨어져 쌓인다 달빛이 쏟아진다

    눈이 오겠지 곧 함박눈이 쏟아져 내리겠지

    눈 속에서 새싹이 트리라 그래도 믿고 싶은 내 꿈을

    한파람에 쓸고 갈 서북풍을 몰고서

    풀벌레가 운다 땅속에 들어갈 제 운명을 운다

    먼 산에서 가까운 산에서 소쩍새도 운다

    모든 것들이 죽어가는 가을밤을 운다

     

    낙엽이 떨어져 쌓인다 눈처럼 날리며 쌓인다

    서북풍이 몰아치겠지 어두운 밤길을 더듬어 오느라

    침침해진 내 눈에 다시 흙먼지를 끼얹으며

    기러기가 난다 내 젊은 날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검은 하늘을 난다 내 화한 속을 난다

    눈이 오겠지 기러기 소리로 울며 오겠지

    낙엽이 떨어져 쌓인다 달빛이 쏟아진다

     

     

     

    가을밤 / 도종환

     

    그리움의 물레로 짓는

    그대 생각의 실타래는

    구만리 장천을 돌아와

    이 밤도 머리맡에 쌓인다

     

    불을 끄고 누워도

    꺼지지 않는

    가을밤 등잔불 같은

    그대 생각

     

    해금을 켜듯 저미는 소리를 내며

    오반죽 가슴을 긋고 가는

    그대의 활 하나

    멈추지 않는 그리움의 활 하나

     

    잠 못 드는 가을밤

    길고도 긴데

    그리움 하나로 무너지는 가을밤

    길고도 긴데

     

     

     

    가을 달밤 / 이태수

     

    깊어가는 가을밤, 환한 달빛 아래

    샐비어들이 시들고

    마른 풀들이 눕는다

     

    하루치의 기억을 거슬러 오르다 말고

    오래된 화화나무 등걸에

    우두커니 등을 기대어 선다

     

    바람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뿌리는 힘주는 나무들을

    자꾸만 흔들어댄다

    달빛을 그러안는 듯 가지에서

    손을 놓아버리는 단풍나무 붉은 잎들

     

    무슨 풀벌레들인지

    서늘한 바람 소리와 달빛의 각단에

    울음소리를 끼얹고 쟁이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제 아무도

    얼씬대지 않는다

    달빛 속의 집들도 불을 다 꺼버렸다

     

     

     

    가을밤 / 김용택

     

    달빛이 하얗게 쏟아지는

    가을 밤에

    달빛을 밟으며

    마음 밖으로 걸아나가보았느냐

    세상은 잠이 들고

    지푸라기들만

    찬 서리에 반짝이는

    적막한 들판에

    아득히 서보았느냐

    달빛 아래 산들은

    빚진 아버지처럼

    까맣게 앉아 있고

    저 멀리 강물이 반짝인다

    까만 산속

    집들은 보이지 않고

    달뱃불처럼

    불빛만 깜박인다

    하나 둘 꺼져가면

    이 세상엔 달빛뿐인

    가을 밤에

    모든 것 다 잃어버린

    들판이

    들판 가득 흐느껴

    달빛으로 제 가슴을 적시는

    우리나라 서러운 가을 들판을

    너는 보았느냐

     

     

     

    가을밤 / 윤동주

     

    궂은비 내리는 가을밤

    벌거숭이 그대로

    잠자리에서 뛰쳐나와

    마루에 쭈그리고 서서

    아인 양 하고

    솨 - 오줌을 쏘오

     

     

    가을밤에 관한 시

     

    가을밤 / 조용미

     

    마늘과 꿀을 유리병 속에 넣어 가두어두었다 두 해가 지나도록 깜박 잊었다 한 숟가락 뜨니 마늘도 꿀도 아니다 마늘이고 꿀이다

     

    당신도 저렇게 오래 내 속에 갇혀 있었으니 형과 질이 변했겠다

     

    마늘에 연하고 꿀에 연하고 시간에 연하고 동그란 유리병에 둘러싸여 마늘꿀절임이 된 것처럼

     

    내 속의 당신은 참당신이 아닐 것이다 변해버린 맛이 묘하다

     

    또 한 숟가락 나의 손과 발을 따뜻하게 해줄 마늘꿀절임 같은 당신을

     

    가을밤은 맑고 깊어서 방안에 연못 물 얇아디는 소리가 다 들어앉는다

     

     

     

    가을밤 2 / 황인숙

     

    귀뚜라미는 만물이 쓸쓸해하는 가을밤 속을

    씩씩하고 우렁찬 노랫소리로 가득 채운다

    뭐가 쓸쓸해? 뭐가 쓸쓸해? 뭐가?! 뭐가?! 뭐가?!

    귀뚜라미 소리가

    명랑한 소름처럼 돋는 밤

     

     

     

    귀뚜라미가 나를 끌고 간다 / 신경림

     

    찌르찌르찌르르 귀뚜라미가 나를 끌고 간다

    이곳은 서대문구 홍은동 산 일번지

    좁은 방안 가득 모여 앉은 동네 아낙네들

    남정네를 꺼리지 않는 농익은 음담 속에서

    아내의 야윈손이 가발을 손질한다

    찌르찌르찌르르 귀뚜라미가 나를 닥달한다

    이번에는 충주시 역전동 사칠칠의 오번지

    실공장에 다니는 그 애한테서 나는 고치 냄새

    사과꽃 위에 하얗게 달빛이 쏟아지는

    그 애와 하룻밤을 보낸 호수 앞 여인숙

    찌르찌르찌르르 귀뚜라미가 나를 앞장세운다

    저곳은 홍전읍 북면 보개리 오팔구번지

    강물을 따라가는 숲길이 십리

    부끄럼도 없는 내 거짓 맹세는

    불행한 여자에게 불행 하나 더 보태고

    찌르찌르찌르르 귀뚜라미가 나를 끌고 간다

    뉘우칠 줄도 모르는 나를 밤새도록 끌고 간다

     

     

     

    가을밤 / 이동순

     

    산길을 내려와

    늦은 저녁을 먹는 밥상 위엔

    그림자가 어렸다

     

    어둑한 촉수의 전등 불빛은

    토방 마루를 밝히고

    마당의 송아지 등까지도 애틋하게 비치었다

     

    종일 빈집을 지킨 송아지는

    자꾸만 긴 혀를 내밀어 내 등을 핥는다

    아마도 사람이 그리웠던 게지

     

    송이철에만 이 산골로 올라온다는

    노친네의 몸에선

    오늘 갓 따온 시큼한 산초 냄새가 났다

     

     

     

    어느 가을밤 / 홍사성

     

    달 밝은 가을밤 산속 암자에 도둑이 들었다

    이것저것 잔뜩 훔친 도둑이 일어나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슬쩍 지게를 밀어주며 말했다

    밤길이 험하니 달빛 따라 조심해 내려가시게

     

     

    가을밤에 어울리는 시

     

    중년의 가을밤 / 이채

     

    가을은 고독의 숲을 지나

    잠시 머무는 사색의 바람과도 같은 것

    이때 우리는 부서진 별을 안고

    떠나간 옛 애인의 눈물을 기억해야 하네

     

    여미는 옷깃은 외롭고

    한때의 사랑이 낙엽처럼 흩어질 때

    중년이여! 우리는 우리가 아는

    가장 쓸쓸한 노래를 불러야 하네

     

    사랑이 결코 인생의 성좌가 아니라면

    당신은 왜 별빛으로 젖어드는가

    이별이 더이상 사랑의 무덤이 아니라면

    낙엽은 왜 가슴으로 쌓이는가

     

    천기간에 홀로라는 서글픔만

    눈을 감아도 떨쳐버릴 수 없을 때

    이 저녁 활량한 갈대숲을 지나

    중년이여! 우리는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그래, 눈물이 아니라도 쓸쓸한 밤이다

    꼭, 상처가 아니라도 아픈 밤이다

    소리도 없이 울어야 하는 밤이라면

    이제 그만 당신을 재우고 싶다

     

     

     

    가을밤 / 나태주

     

    너 없이 어찌 살꼬?

     

    나무에서 나뭇잎

    밤을 세워 내려앉는데

     

    나 없이 어찌 살꼬?

     

    밤을 세워 별들은

    더욱 멀리 빛이 나는데

     

     

     

    가을 저녁 / 김현승

     

    긴 돌담 밑에

    땅거미 지는 아스팔트 위에

    그림자로 그리는 무거운 가을 저녁

    짙은 크레파스의 가을 저녁

    기적은 서울의 가장자리에서

    멀리 기러기같이 울고

    겹친 공휴일을 찾아 가는

    오랜 풍속의 가을 저녁

    사는 것은 곧 즐거움인 가을 저녁

    눈들은 보름달을 보듯 맑아 가고

    말들은 꽃잎보다 무거운 열매를 다는

    호올로 포키트에 손을 넣고 걸어가도

    외로움조차 속내의처럼 따뜻해 오는

    가을 저녁

    술에 절반

    무등차에 절반

    취하여 달을 안고

    돌아가는 가을 저녁

    흔들리는 뻐스 안에서

    그러나 가을은 여름보다 무겁다

    시간의 잎새들이 떨어지는

    내 어깨의 제목 위에선...

     

     

     

    가을밤 / 김시탁

     

    언어가 시를 버리고

    시가 시인을 버린 채

    사전 속으로 걸러 들어가

    책갈피 속 낙엽으로

    문을 꼭꼭 걸어 잠그는 밤

     

    내 영혼의 퓨즈가 나가

    삶이 장전된 밤

     

     

     

    가을밤 / 정호승

     

    휘파람을 불며 불며 기러기들이

    보름달을 향해 날아가더니

    보름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때부터

    보름달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가을밤의 따뜻함과 쓸쓸함, 고독함이 느껴지는 시들입니다. 가을은 책 읽기 좋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하는데요 감성을 풍부하게 해주는 시집 한 권 이 가을이 가지 전 읽어 보시면 일상이 풍부해질 것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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