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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시 모음 15편 모던보이 시집 사슴좋은 시 2023. 9. 13. 16:42
백석 시인의 시 한 편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백석 시인의 시를 준비했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 윤동주가 가장 좋아했다는 백석 시인은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났으며 본명은 백기향입니다. 1924년 오산학교 졸업 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된 후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옵니다. 백석은 오산학교 시절김소월과 동문인 점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합니다. 1936년 시집 '사슴'을 발행했습니다. 총 33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으며 '여우난곬족', '모닥불', '여승',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이 실려 있습니다. 백석 시인을 좋아했던 시인 윤동주는 시집 '사슴'을 필사하여 가지고 다닐 정도로 정말 사랑했던 시집이라고 합니다. 수려한 외모와 언어천재, 조선 최고의 모던보이 백석의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백석 시 모음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 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여승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웠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모닥불
새끼오리도 헌신짝도 소똥도 갓신창도 개니빠디도 너울쪽도 짚검불도 가락닢도 머리카락도 헝겊조각도막대꼬치도 기왓장도 닭의 짗도 개터럭도 타는 모닥불
재당도 초시도 문장 늙은이도 더부살이 아이도 새사위도 갓사둔도 나그네도 주인도 할아버지도 손자도 붓장사도 땜쟁이도 큰 개도 강아지도 모두 모닥불을 쪼인다
모닥불은 어려서 우리 할아버지가 어미 아비 없는 서러운 아이로 불상하니도 몽둥발이가 된 슬픈 럭사가 있다
고향
나는 북관에 혼자 앓아 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
의원은 여래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드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지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국수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먹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물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녚 은댕이 예데가리밭녯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볕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믈든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베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 사발에 그득히 시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짚등색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 옛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 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굴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백석 대표시 모음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 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느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아 대굿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느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을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란시스 잠'과 도연명과 '라이널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바다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 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구붓하고 모래콥을 올으면
당신이 앞선 것만 같구려
당신이 뒷선 것만 같구려
그리고 지중지중 물가를 거닐면
당신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구려
당신이 이야기를 끓은 것만 같구려
바닷가는 개지꽃에 개지 아니 나오고
고기비늘에 하이얀 햇볕만 쇠리쇠리하야
어쩐지 쓸쓸만 하구려 섧기만 하구려
정주성{定州城)
산턱 원두막은 뷔였나 불빛이 외롭다
헝겊심지에 아즈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잠자리 조을든 문허진 성터
반딧불이 난다 파란 흔들 같다
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짜리골 난다
헐리다 남은 성문이
한울빛같이 훤하다
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
청 시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밖은 봄철날 따기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단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지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든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든 동무가 나를 버린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려 단닐 것과 내 손에는 신간서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세상사>라도 들을 류기성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백석 좋은 시 모음
산 (山)
머리 빗기가 싫다면
니가 들구 나서
머리채를 끄을구 오른다는
산이 있었다
산너머는
겨드랑이에 짗이 돋아서 장수가 된다는
더꺼머리 총각들이 살아서
색시 처녀들을 잘도 업어간다고 했다
산마루에 서면
멀리 언제나 늘 그물그물
그늘만 친 건넌산에서
벼락을 맞아 바윗돌이 되었다는
큰 땅괭이 한 마리
수염을 뻗치고 건너다보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그 쉬영꽃 진달래 빨가니 핀 꽃바위 너머
산잔등에는 가지취 뻐국채 게루기 고사리 사나물만
산나물 냄새 물씬물씬 나는데
나는 복장노루를 따라 뛰었다
통영 統營
녯날엔 통제사가 있었다는 낡은 항구의 처녀들에겐 녯날이 가지 않은 천희라는 이름이 많다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는다는 이 천희의 하나를 나는 어늬 오랜 객주집의 생선 가시가 있는 마루방에서 만났다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냄새 나는 비가 나렸다
여우난골족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로에 베 한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 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작은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 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촌 삼춘엄매 사촌누이 사촌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인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앟엔 엄매는 엄내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옷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든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들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잠풍 날씨가 너무나 좋은 탓이고
가난한 동무가 새 구두를 신고 지나간 타이고 언제나 꼭 같은 넥타이를 매고 고은 사람을 사랑하는 탕이다
내가 이렇게 외면하고 거리를 걸어가는 것은 또 내 많지 못한 월급이 얼마나 고마운 탓이고
이렇게 젊은 나이로 코밑수엽도 길러보는 탓이고 그리고
어느 가난한 집 부엌으로 달재 생선을 진장에 꼿꼿이 지진 것은 맛도 있다는 말이 자꾸 들려오눈 탓이다
수라(修羅)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떄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미나 분명히 울고불고 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아나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히 보드러운 종이에 받어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이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한국의 토속적인 언어를 모던하게 살려낸 천재이며 시인들의 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를 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삶을 모던하게 풀어낸 그의 시에는 우리 풍속과 음식을 소재로 삼아 친근하고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백석 시에서 우리 민족의 슬픈 역사가 담겨 있는 백석 시를 담담하게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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