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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월의 시 추천 12편 짧은 가을 시
    좋은 시 2023. 8. 30. 17:06

    9월에 추천해 드리고 싶은 짧은 가을 시를 준비했습니다. 9월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시작점이자 가을맞이 준비를 하는 달이기도 합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진 날씨로 가을이 문턱 앞으로 다가와 있음을 느끼며  9월에 읽으면 좋은 짧은 가을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코스모스-가을-풍경-9월-가을-시
    코스모스-가을-풍경-9월-가을-시

     

    9월의 시 추천

     

    가을볕 /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

     

     

     

    가을이 오면 / 김용택

     

    나는 꽃이에요

    잎은 나비에게 주고

     

    꿀은 솔방벌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게 보냈어요

     

    그래도 난 잃은 건 하나도 없어요

     

    더 많은 열매로 태어날 거에요

    가을이 오면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나희덕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걸을 때

    아무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

    가을에는 정말

    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

     

    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미워하던 것들도 그리워지는

    가을엔 모든 것 다 사랑하고 싶어라

     

     

     

    가을 엽서 /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에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짧은 가을 시

     

    초가을 / 남정림

     

    지구의 손가락이 궁서체로

    공중에 '가을' 한 글자 적으면

     

    무성해 소란스럽던 무더위는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고 달아나고

     

    그간 쪼그라들었던 가을바람은

    고추잠자리 날개 펼치듯

    오금을 쭉 펴고 일어나지

     

    풋풋한 가을이 자박자박 걸어오지

     

     

     

     

    하늘 / 박두진

     

    하늘이 내게로 온다

    여릿여릿

    머얼리서 온다

     

    하늘은, 머얼리서 오는 하늘은

    호수처럼 푸르다

     

    호수처럼 푸른 하늘에

    내가 안긴다 온몸이 안긴다

     

    가슴으로, 가슴으로

    스미어드는 하늘

    향기로운 하늘의 호흡

     

    따가운 볕

    초가을 햇볕으로

    목을 씻고

     

    나는 하늘을 마신다

    자꾸 목말라 마신다

     

    마시는 하늘에

    내가 익는다

    능금처럼 마음이 익는다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밤비 / 유치환

     

    해지자 날 흐리더니

    너 그리움처럼 또 비 내린다

    문 걸고 등 앞에 앉으면

    나를 안고도 남는 너의 애정

     

     

    가을에 좋은 시

     

    가을날 / 김현성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사랑은 한때 여름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 드는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버릴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나뭇잎 커피 / 윤보영

     

    커피잔에

    나뭇잎을 뛰웠다

    그리움 따라

    살랑살랑

    떠내려가다

    그대 커피잔에

    닿으면

    내 그리움을

    읽어 볼 수 있겠지

     

     

     

    가을이 왔다 / 오규원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과 시를 뿌려놓아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시와 어울리는 가을이 우리를 향해 반갑다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가을 냄새를 풍기는 9월에 읽으면 좋은 시들 감상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가을맞이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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