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향기 가득한 좋은 시좋은 시 2022. 4. 4. 16:41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특별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이 좋습니다.
일상 속에서 조금씩 변하는
일들에 적응하며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는 것이 즐겁습니다.
오늘은 봄 향기 가득한 시들로
하루를 채워 봅니다.
4월에 읽으면 좋은 나태주 시인의
시를 모아 보았습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 읽고
봄 향기 가득한 날 되세요.
제비꽃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꽃잎
활짝 핀 꽃나무 아래서
우리는 만나서 웃었다
눈이 꽃잎이었고
이마가 꽃잎이었고
입술이 꽃잎이었다
우리는 술을 마셨다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그날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다
돌아와 사진을 빼보니
꽃잎만 찍혀 있었다.
꽃· 3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러운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꽃들아 안녕
꽃들에게 인사할 때
꽃들아 안녕!
전체 꽃들에게
한꺼번에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꽃송이 하나하나에게
눈을 맞추며
꽃들아 안녕! 안녕!
그렇게 인사함이
백번 옳다.
3월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는구나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러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 번 새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그쳐 가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봄
봄이란 것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아직은 겨울이지 싶을 때 봄이고
아직은 봄이겠지 싶을 때 여름인 봄
너무나 힘들게 더디게 왔다가
너무나 빠르게 허망하게
가버리는 봄
우리네 인생에도
봄이란 것이 있었을까?
능금나무 아래
한 남자가 한 여자의 손을 잡았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손을 잡은 것이다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어깨에 몸을 기댔다
한 젊은 우주가 또 한 젊은
우주의 어깨에 몸을 기댄 것이다
그것은 푸르른 5월 한낮
능금꽃 꽃등을 밝힌
능금나무 아래서였다.
목련꽃 낙화
너 내게서 떠나는 날
꽃이 피는 날이었으면 좋겠네
꽃 가운데서도 목련꽃
하늘과 땅 위에 새하얀 꽃등
밝히듯 피어오른 그런
봄날이었으면 좋겠네
너 내게서 떠나는 날
나 울지 않았으면 좋겠네
잘 갔다 오라고 다녀오라고
하루치기 여행을 떠나는 사람
가볍게 손 흔들듯 그렇게
떠나보냈으면 좋겠네
그렇다 해도 정말
마음속에서는 너도 모르게
꽃이 지고 있겠지
새하얀 목련꽃 흐득흐득
울음 삼키듯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앉겠지.
풀꽃 ·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인연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ㅡ나태주, 「꽃을 보듯 너를 본다」 中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랑시 모음 (0) 2022.04.08 봄 햇살만큼 아름다운 시 모음 (0) 2022.04.06 4월의 시 모음 - 아름다운 봄날 (0) 2022.03.31 지울 수 없는 얼굴 - 고정희 시 모음 (0) 2022.03.28 힘들 때 위로가 되는 시 모음 (0) 2022.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