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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옛사랑에 관한 시 모음 11편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좋은 시 2023. 7. 10. 13:40

    옛사랑, 첫사랑, 짝사랑 사랑에는 여러 가지 이름이 붙습니다. 그중 옛사랑은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며 추억 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문세의 옛사랑 노래가 애틋하고 아련한 느낌을 주듯이 마음을 촉촉하게 젹셔줄 옛사랑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옛사랑-시
    옛사랑-시

     

    옛사랑 시모음

     

    옛사랑 / 박철

     

    이 땅에

    자유 없인 살아도 너 없인 안된다고

    빵 없인 살아도 너 없인 안된다고

    굳게 믿던 나 이렇게

    살아 들길을 가고 있구나

    차라리 너 없인 살아도 자유 없인 안된다고

    짐짓, 빈말이라도 던져볼 것을

    이제 모두 다 떠나버린 나

    그래도 이렇게 살아 있구나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안도현

     

    그대 나를 떠난 뒤에도

    떠나지 않은 사람이여

     

     

    옛날 애인 / 유안진

     

    봤을까?

    날 알아봤을까?

     

     

    옛사랑 / 윤제림

     

    이젠 앞도 못 본다지

    점이나 봐주며 혼자 산다지

    처녀철학관, 간판은 걸었어도

    창문 하나 못 고쳤구나

    예전처럼 꼭 그만큼만 열린 창,

    담쟁이만 지붕을 넘었네

     

    기다리는 사람 서에서 오느니

    귀인이 동에서 오느니

    남의 길 짚어주고선

    사람마다 붙잡고 부탁한다지

    못 보던 남정네 하나 보이거든

    일러주세요, 네.

     

    전에 살던 마을에 갔었네

    그 집 앞까지 갔었네.

     

     

    또다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최영미

     

    불꺼진 방마다 머뭇거리며, 거울은 주름살 새로 만들고

    멀리 있어도 비릿한 냄새를 맡는다

    기지개 켜는 정충들 발아하는 새싹의 비명

    무덤가의 흙들도 어깨 들썩이고

    춤추며 절뚝거리며 4월은 깨어난다

     

    더러워도 물이라고 한강은 아침해 맞받아 반짝이고

    요한 슈트라우스 왈츠가 짧게 울려퍼진 다음

    9시 뉴스에선 넥타이를 맨 신사들이 침통한 얼굴로 귀엣말을 나누고

    청년들은 하나 둘 머리띠를 묶는다

     

    그때였지

    저 혼자 돌아다니다 지친 바람 하나

    만나는 가슴마다 들쑤시며 거리는 처저녁부터 술렁였지

    발기한 눈알들로 술집은 거품 일듯

    부글부글 취기가 욕망으로 발효하는 시간

    밤공기 더 축축해졌지

    너도 나도 건배다!

    딱 한잔만

    그러나 아무도 끝까지 듣지 않는 노래는 겁없이 쌓이고

    화장실 갔다 올 때마다 허리띠 새로 고쳐맸건만

    그럴듯한 음모 하나 못 꾸민 채 낙태된 우리들의

    사랑과 분노, 어디 버릴 데 없어

    부추기며 삭이며 서로의 중년을 염탐하던 밤

    새벽이 오기 전에 술꾼들은 제각기 무릎을 세워 일어났다

    택시이! 부르는 손들만 하얗게, 텅 빈 거리를 지키던 밤

    4월은 비틀거리며 우리 곁을 스쳐갔다

    해마다 맞는 봄이건만 언제나 새로운 건

    그래도 벗이여, 추억이라는 건가

     

     

    옛사랑에 관한 시 모음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 윤제림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방법 하나는

    노래하며 걷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걷는 것이다

     

    저를 모르시겠어요, 눈물을 훔치며

    손목을 잡는 버드나무가 있을라

    마침 흰구름까지 곁에 와 서서

    뜨거운 낯이 한층 더 붉어진 소나무가 있을라

    풀섶을 헤치며 나오는 꽃뱀이 있을라

     

    옛사랑은 고개를 넘어오는

    버스의 숨 고르는 소리 하나로도

    금강운수 강원여객을 가려낸다

    봉양역 기적 소리만으로도

    안동행 강릉행을 안다

     

    이젠 어디서 마주쳐도 모르지

    그런 사람 찾고 싶다면

    노래를 부르거나, 신발을 끌며 느릿느릿

    걸을 일이다

     

    옛사랑은 라디오를 듣는다

     

     

    정선행 / 안상학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골지천 아우라지 뗏목을 타고 흔들리면서라도 가야지

    여랑 지나 오대천 만나는 나전 어디쯤

    하룻밤 발고랑내 나는 민박집에 들러

    아우라지막걸리 한 동이 끌어안고 쉬어서도 가야지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나귀가 없다면 나뭇잎 배라도 타고 가야지

    나즉나즉 조양강처럼 정선 가야지

    읍내 어디 버들가지에 배를 묶고 놀다가도 가야지

    옛사랑 못 찾으면 꼭 뒤라도 닮은 주모가 내주는

    곤드레밥은 물러놓고 강냉이막걸리 한 동이와 놀다가야지

     

    삼십년 전 어디에서 길을 놓친

    옛사랑 찾아 정선 가야지

    정선행 기차처럼 달그락달그락 찾아가야지

    그 어느 골목길에서 아직 솜사탕 들고 울고 있을까

    기차역 어디 노란 풍선 들고 여태 발 동동 굴리고 있을까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여량 어디 골지천 만나면 물어나 봐야지

    어떻게 흘러가면 송천도 만나고 오대천도 만나는지

    나는 왜 흘러가면서 자꾸만 사랑과 헤어지는지

    정선 숨어드는 아우라지강에게 물어나 봐야지

    정선 떠나는 아우라지강에게 물어나 봐야지

     

     

    옛사랑 / 심재휘

     

    도마 위의 양파 반 토막이

    그날의 칼날보다 무서운 빈집

    봄날 내내 견디고 있다

    그토록 맵자고 맹세하던 마음의 즙이

    겹겹이 쌓인 껍질의 날들 사이에서

    어쩔 수 없이 마르고 있다

     

     

    옛사랑에 대한 시 모음

     

    정선행 / 안상학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골지천 아우라지 뗏목을 타고 흔들리면서도 가야지

    여량 지나 오대천 만나는 나전 어디쯤

    하룻밤 발고랑내 나는 민박집에 들러

    아우라지막걸리 한 동이 끌어안고 쉬어서도 가야지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나귀가 없다면 나뭇잎 배라도 타고 가야지

    나즉나즉 조양강처럼 정선 가야지

    읍내 어디 버들가지에 배를 묶고 놀다가도 가야지

    옛사랑 못 찾으면 꼭 뒤라도 닮은 주모가 내주는

    곤드레밥은 물려놓고 강냉이 막걸리 한 동이와 놀다 가야지

     

    삼십년 전 어디에서 길을 놓친

    옛사랑 찾아 정선 가야지

    정선행 기차처럼 달그락달그락 찾아가야지

    그 어느 골목길에서 아직 솜사탕 들고 울고 있을까

    기차역 어디 노란 풍선 들고 여태 발 동동 굴리고 있을까

     

    옛사랑 보고 싶을 땐 정선 가야지

    여량 어디 골지천 만나면 물어나 봐야지

    어떻게 흘러가면 송천도 만나고 오대천도 만나는지

    나는 왜 흘러가면서 자꾸만 사랑과 헤어지는지

    정선 숨어드는 아우라지강에서 물어나 봐야지

    정선 떠나는 아우라지강에서 물어나 봐야지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 김광규

     

    4.19다 나던 해 세밑

    우리는 오후 다섯 시에 만나

    반갑게 악수를 나누고

    불도 없이 차가운 방에 앉아

    하얀 입김 뿜으며

    열띤 토론 벌였다

    어리석게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정치와는 전혀 관계없는 무엇인가를

    위해서 살리라 믿었던 것이다

    결론 없는 모임을 끝낸 밤

    혜화동 로터리에서 대포를 마시며

    사랑과 아르바이트와 병역 문제 때문에

    우리는 때 묻지 않은 고민을 했고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노래를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노래를

    저마다 목청껏 불렀다

    돈을 받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별똥별이 되어 떨어졌다

     

    그로부터 18년 오랜만에

    우리는 모두 무엇인가 되어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넥타이를 매고 다시 모였다

    회비를 만 원씩 걷고

    처자식들의 안부를 나누고

    월급이 얼마인가 서로 물었다

    치솟는 물가를 걱정하며

    즐겁게 세상을 개탄하고

    익숙하게 목소리를 낮추어

    떠도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두가 살기 위해 살고 있었다

    아무도 이젠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긴 채

    우리는 달라진 전화번호를 적고 헤어졌다

    몇이서는 포우커를 하러 갔고

    몇이서는 춤을 추러 갔고

    몇이서는 허전하게 동승동 길을 걸었다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는 옛사랑이 피 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하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옛 애인 / 김용문

     

    피차 가려줄 거란곤 침묵밖에 없는

    애잔함이 굽어진 어깨에 걸쳐있고

    서먹하게 내외하고 있는 버스 안이 안쓰러웠습니다

    서로의 마음처럼 덩그러니 비어져 있는

    건너편 좌석이 소실점처럼 멀었고

    세상은 좁았습니다

    슬쩍 본 옆모습이 세월의 관골이 파여있어

    외면하며 이립이전을 생각했습니다

    숨겨놓은 연서의 묵시록이 말없는 말로

    수없이 오고 갔을 침묵의 다섯정거장 내내

    장승처럼 앞만 보다가

    물기없는 그리움만 남은 눈빛으로

    내릴 때 그 가벼운 목례에

    물망초 같은 사랑도 데면데면하게 지나가던데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채

    이별은 저 별보다도 얼마나 멀은지 보이지도 않고

    다 식어버린 침묵만 우두커니 남아서

    컴컴해진 종점까지 갔드랬습니다

    나와 섞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사람은 안 변했는데 사상만 변해있다고

    세월이란 다 그런거였습니다

     

     

    부치지 않은 편지 / 정호승

     

    풀잎은 쓰러져도 하늘을 보고

    꽃 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려워라

    시대의 새벽길 홀로 걷기가

    사랑과 죽음의 자유를 만나 

    언 강바람 속으로 무덤도 없이

    세찬 눈보라 속으로 노래도 없이

    꽃잎처럼 흘러 흘러 그대 잘 가라

    그대 눈물 이제 곧 강물 되리니

    그대 사랑 이제 곧 노래 되리니

     

    산을 입에 물고 나는

    눈물의 작은 새여

     

    뒤돌아보지 말고 그대 잘 가라

     

     

     

    지나온 시간들 속에는 사랑했던 추억들이 함께 있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가기보다 한 번쯤 뒤돌아 보는 여유를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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