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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 관한 시 모음 25편 사찰 시좋은 시 2023. 5. 23. 16:12
절에 관한 시를 보면 우리나라 유명한 사찰들이 많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인사, 부석사, 선운사, 백담사, 화엄사 등 절에 관한 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품은 절 풍경과 절이 주는 마음의 평안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온전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절에 관한 시 모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절에 관한 시 모음
석굴암 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쓰는 티끌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 오르는 가슴 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날이여
땅 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 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 년을 천 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 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인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끄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윗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도 내 것이로다
길상사 / 정채봉
다닥다닥 꽃눈 붙은 잔나무가지를
길상사 스님께서 보내주셨다
퇴근하면서 무심히 화병에 꽂았더니
길상사가 진달래로 피어났습니다
부석사 봄밤 / 고두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
가만히 손 대고 눈 감다가
일천이백 년 전 석등이
저 혼자 타오르는 모습
보았습니다
하필 여기까지 와서
실낱같은 빛 한줄기
약간 비켜선 채
제 몸 사르는 것이
그토록 오래 불씨 보듬고
바위 속 비추던 석등
잎 다 떨구고 대궁만 남은
당신의 자세였다니요
낙산사 / 이성신
암자를 잠근 바다
문고리를
손으로 풀고 들어서다
방에 눈물 없이 앉아
시를 만지는 일이
세상을 보는만큼이나 두렵다
한밤중
뜨거운 내 옆구리에서
빠져나온 달이
붉게 우는 바다
솔가지 끝으로
두려움 없이 일어서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수송사 종소리 / 이문형
세월을 읽던 행간 다 접은 줄 알았다
더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인 줄 알았다
이 한밤 먼 물결소리에 잠이 깨는 심사는
삶에 이는 풍탁 모두 토하려다
파열된 목울대가 불꽃을 각혈한다
스스로 끓어 넘치며 쇠북쇠리 멀다
두물머리에 이르러 바닥을 치는 소리
사흘 밤낮 쏟아내며 무딘 가슴 두드리니
종각도 용통도 없이 온몸이 공명이다
그러니까 세물 네물 그저 바다에 이르나
백보를 걸어가면 백보나 다 파도인데
쿠우웅 물결을 모아 세월을 솎는 소리
용문사 은행나무 / 임성용
정녕 천 년이던가
나무는 나무만큼 자랐다
사람이 사람만큼 자랄 수 없다면
저 생장점의 끝을 가늠하지 말라
나는, 짧은 인생이 나를 쓸고 지나가도
내가 쓰는 망치가 녹물 들어
세월의 밑둥에 그대로 박혀있으면 좋겠다
부석사 무량수전 / 정일근
어디 한령없는 목숨 있나요
저는 그런 것 바라지 않아요
이승에서의 잠시 잠깐도 좋은 거예요
사라지니 아름다운 거예요
꽃도 피었다 지니 아름다운 것이지요
사시사철 피어 있는 꽃이라면
누가 눈길 한 번 주겠어요
사람도 사라지니 아름다운 게지요
무량수를 산다면
이 사랑도 지겨운 일이어요
무량수전의 눈으로 본다면
사람의 평생이란 눈 깜짝할 사이애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우리도 무량수전 앞에 피었다 지는
꽃이어요, 반짝하다 지는 초저녁별이어요
그래서 사람이 아름다운 게지요
사라지는 것들의 사랑이니
사람의 사랑 더욱 아름다운 게지요
사찰에 관한 시 모음
운문사 / 서연정
흰 고무신코에 쓰인
불 견자
흰 고무신코에 그려진
돛단배
단정하게 저녁 마당 지나다가도
푸른 물너울 일으키며 법고가 울면
따라 우는 제 마음
가락에 얹어 염불을 왼다
날개에 묻어 있는 물기를 말리기 위해
마당 가득 휘몰아치는 검은 잠자리
어디서 묻혀 오는지 모르지만
언제나 안쪽이 젖어있는
내 목숨의 날개도 덩달아 휘몰아칠 때
다정하고 씩씩하게 내려쌓이는 울울창창 땅거미
흰 개미 질끈 감긴
불 견자 위로
흰 개미 발가락에 매인
돛단배 위로
내소사에서 / 최영희
능가산자락에 자리한
내생의 염원을 담았다는
내소사를 가려면
먼저 송진 냄새로 가슴 싸-한
이 전나무 숲을 지나야 한다
전나무 숲 사이로 들리는
아~ 바람 고이 독경소리 천상의 문이 열리고
이제 천 년이 시간은 그림자도 내 안에 드나 보다
대웅전 꽃살문의 꽃들은
바람에 씻긴 채 햇살에 바레인 채 선명하고
마당에 수문장처럼 우뚝한
수령이 천 년이라는 느티나무 한 그루
천 년의 비밀을 안은 듯 바람에 너울너울 푸르다
대웅전 처마 밑을 돌아 나오면
돌 수반 속, 천 년 우주를 담았을까
하늘이 물에 들고 푸른나무그늘 사이로
연잎 위 동동 수련 한 송이
내생에 반드시 소생하겠다던
어느 스님의 넋인 양 해맑고
저, 하-얀 연꽃이 세상을 맑히는 우주라면
우주의 중심 같은 노란 꽃술 속에 안긴 벌 한 마리
저놈도 지금 내새을 꿈꾸는 중일까, 잠든 듯 고요하다
사찰을 돌아 나온, 천 년 전에도 천 년 후에도
영원할 바람이여! 천 년 후 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그대를 다시 만날까
가을 화엄사 / 박라연
그리움에도 시절이 있어
나 홀로 여기 지나간다 누군가
떨어뜨린 부스럼 딱지들
밟히고 밟히어서 더욱 더디게 지나가는데
슬픈 풍경의 옛 스승을 만났다
스승도 나도 떨어뜨리고 싶은 거 있어 왔을 텐데
너무 무거워서 여기까지 찾아왔을 텐데
이렇게 저렇게 살아온 발바닥의 무늬
안 보이는 발그림자 무게를
내 다 알지 하면서 내려다보는 화엄사의
눈매 아래서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무엇인가
탁탁, 탁탁, 탁탁
모질게 신발을 털며 가벼웁게 지나가려 해도
안 떨어지는 낙엽
화엄사의 낙엽은 무엇의 무게인가
화엄사 타종 / 신용목
이 세상 꼴깍 모르고 지나치고 말
여름 풀꽃들을
범종소리가 불러 세워
산 깊이 하얗게 흩어졌음을
안다, 이 늦은 바람의 시간의 길 끝에
화엄이 있어 화엄을
찾는 마음의 그늘맡
환하게 지우고 가는
타종, 섬진강 살 같은 그물이 일고
어머니의 젖꼭지를 떠나온
입술이 씻겨진다
산사는
산이 품은 그리움
자궁으로부터 상속받은 하루하루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범종의 둘레에 모이는 세월들이며,
지리산에서
세속의 인연 다 끊고 눈머는
참나리꽃으로 앉아
타종의 물결이 만드는 그믈에 갇혀
나 또한 한 세상
모르고 지나갈 갈음
여기가 머물고 있음을 안다
겨울 동학사에서 / 김시천
겨울 동학사에 눈이 내린다
세상 인연 끊고 사는 산사에도
눈은 내려 쌓이고
저녁 예불 소리 더욱 적막한데
돌아보면 까마득한 하늘 모퉁이
아, 그래 여기도 사람이 살아
산너머 구름으로나 떠 있던 세상 소식들이
눈이 되어 내리는구나
여기도 사람이 살아
굴뚝에 저녁 연기 피어 오르고
세상 인연 아직 남아 있어
먼 곳의 그리움 더욱 간절하구나
하나 둘 등불도 타오르는구나
밤새 독경 소리 그치지 않는구나
사람 사는 일이란 이렇듯 간절한 것이었구나
간간이 들리는 노스님 기침소리에
바람마저 숨을 죽인
겨울 동학사에 눈이 내린다
겨울 갑사 / 손병흥
절정기 지난 가을이 머물다간
낙엽으로 뒤덮여진 계룡산자락
단풍져버린 갑사계곡의 오솔길
오리 숲에서 금잔디고개에 이르는
어느새 화사했던 색깔의 향연으로
막바지 가을 풍경을 가득 채워주던
늦은 단풍마져도 사라져버린 쓸쓸함
거목과 고목들에 뒤덮여진 이끼사이로
하늘 땅 사람 가운데에 가장 으뜸이라던
아도화상이 백제 구이신왕 원년에 창건한
첩첩산중에 무심한 소멸의 상념 쌓여가는
당대 최고의 사찰이었다던 천년고찰 갑사
내소사 / 김승동
놓아야지 놓아야지 하면서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는
세상의 욕심들
산사의 향불 위로 사르고 올까
내소사로 갔습니다
일주문 지나
하늘을 가려버린 키 큰 전나무와
땅으로 내려앉은 앉은뱅이 대나무들
말은 않지만 서로 속진 응어리
바람소리에 묻어 있습니다
잘 집 앞을 지키는 이들도
저렇듯 버리지 못하고 사는데
하물며 이 속물이야
가진 욕심 사를 생각도 못한 채
머리에 눈을 이고 맑은 꿈에 잠긴
대웅전 꽃살 무늬만 바라보고 섰다가
돌아 나왔는데
술 저문 버스 칸에 앉아서야
내 마음 하얗게 빈걸 알았습니다
그리운 부석사 / 정호승
사랑하다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마지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절에 관한 좋은 시 모음
선암사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선운사 동백꽃 / 김용택
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량물을
맨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 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불게 터지는
선운사 뒤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
백담사 / 서봉석
오늘은 허공을 두고 덜컹 나오셨는지
하늘이 높고 푸르다
물어가며 가는 산길은 멀어도
계곡 물소리는 깊어져서 나들이 나간다
산 아래로 부는 바람에게서는
어느 암자 처마 밑
기미낀 그늘을 두드리던 풍경소리인지
스치는 나뭇잎마다 염불소리가 나고
산 깊게 화두처럼 백담사가 있어
백 번을 놓아야만 가벼워지는 인두겁을
헹굼 질 하는 물길로 이는 포말은
돌아가려는 속된 인연들 보고
길 몰라서 찾아온 산에서
아는 것도 두고 가라고 타이르는 소리
하늘이 구겨져라 부는 바람 속
부처인지 만해인지 더듬는 동안
깊은 산보다 더 높이 절 이 솟는다
수만 마디 덜 익은 시인의 말들이
오늘 보다 내일에 경을 세우고
물음 많은 백담사는
절집으로 남아서 아직 깊다
천은사 / 손정모
노고단 횡단도로
시작되는 계곡의
지리산 고찰
이무기를 몇 마리는
감춘 듯한
저수지를 끼고
사찰이 고요에 잠겨
풍경 소리마저
바스러져 한숨이 된다
수홍루
자욱한 물안개 속
합장하여 선 여승
뭘 염원하기에
가냘픈 어깨선이
저토록 물결치고 있을까?
석굴암 대불 / 조오현
토함이 떠갑니다 동해 푸르름에
편주의 시공인 양 대불은 졸립니다
하 그리 바다가 멀어
깨실 날이 없으신 듯
허공에 던진 원념 해를 지어
밝혔느니
밤이면 명명한 수평
달을 건져 올립니다
전토에 뜨거운 말씀을 솔씨처럼
묻으시고
시모의 깃털 뽑아 보내 논 갈매기는
오늘도 어느 바다
길을 잃고 도는 걸까
무량심 파도로 밀려 무릎까지
오릅니다
해인사 / 조병화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이 하나
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해인사 가는 길 / 허형만
산길의 안개는 슬픔의 무게로 어깨를 누른다
심심하면 한두 잎씩 떨구어주던 굴참나무도
어깨가 무거웠던지 순식간에 무더기로 털어낸다
나의 얼굴을 스치며 떨어지는 나뭇잎이 말한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때가 되었으니 때를
알아 어머니의 자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것이 곧 적멸의 길이어니 저 안개 속
어딘가에 나의 영혼 편히 쉴 집이 있을 것이다
존자암에서 / 한기팔
무너진 돌담 밖에
선벚꽃 환히 피었는데
그 꽃나무 아래서
꽃 그늘인 양 동자승이
혼자서 그네를 타고 있네
진아스님 독경 소리에
산그늘이 내려오면
온 세상이
화엄 속이라
아직 밝음에서조차 눈뜨지 못한
적멸궁, 그 흐린 빛에 기대어
자부름의 관음보살상
가만히 눈뜨고 있네
눈길 어린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네
운주사 / 함민복
비 내려
와불이 눈에 빗물 고인다
내 아픔이 아닌
세상의 아픔에 젖을 수 있어
내리는 비도
눈물이구나
그렇게, 다 그렇게 되어
세상에
눈물의 강 흐르면
그 위를
마음 배들
구름처럼 평화롭게
떠갈 수 있다는 설법인가
종교를 떠나 조용한 곳을 찾아 절을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연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절에는 바람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만 가득하여 편안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절에 관한 시 읽으며 마치 산속 절이 있는 듯한 느낌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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