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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처님에 관한 시 21편 모음
    좋은 시 2023. 5. 10. 09:53

    부처님에 관한 시를 부처님오신날을 맞이하여 준비해 보았습니다. 부처님은 "부지런히 수행정진하라, 낙숫물이 바위를 뚫듯이"라는 말을 마지막유언으로 남기셨는데요 괴로움과 속박에서 벗어나 내 인생의 주인이 되는 길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생각하며 부처님오신날 읽으면 더 좋은 부처님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부처님-동상
    부처님-동상

     

    부처님에 관한 시 모음

     

    석가의 날 / 조병화

     

    부처님은 

    아카시아꽃이 피어 만발한

    향기로운 꽃의 파도를 타시고

    올해는 이곳에 오셨구나

     

    오월 하늘이 높게높게 솟은

    푸른 곳에, 훤히

    흰 꽃 너울너울 향기의 파도를 타시고

    빙그레 웃으시며

    어머님도 같이 오셨구나

     

    아, 무한한 이 기쁨,

    사람의 작은 가슴으로 어찌 다하리

     

    이곳은 이렇게 아직도 어수선합니다

     

    그러나 오월은 세월 중 가장 좋다는 달

    편히 쉬시다 돌아가십시오

     

    번뇌로운 불안이 가시지 않는

    우리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시며

     

     

    풍경 달다 /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 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부처님 / 조병화

     

    부처님, 제가 부처님께 하는 치성이

    부처님 마음엔 차지 않으실지는 모르나

    저는 온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을 치성껏 섬기고 있습니다

     

    부처님, 그래도 더욱더 네 마음의 치성을 보여라!

    하실지는 모르나

    저는 더이상은 부처님께 보여 드릴

    제 마음의 치성이 없습니다

     

    그래도 더 네 마음의 치성을 보여라! 하신다면

    저는 더이상은 보여 드릴 것이 없어

    너무나 가난해서 부끄러운

    제 마음의 문을 닫을 수 밖엔 없습니다

     

     

    서산마애삼존불 / 오세영

     

    돌에서 깨어나

    인간으로 지금막 환생해서

    걸어나오는 미륵이여

    이세상 첫걸음에

    알듯 모를듯 입가에 흘리는

    그대 미소는

    진정무엇을 말하려 함인가

     

    한송이 연꽃에도 우주가 있다는데

    그대를 막잠에서 깨운

    암벽의 진달래

    너무도 아름다워 그런것인가

    돌로 불생받아

    인간될 수 있음을

    한낱 미소로 깨닫게 해준

    서산 운산면

    마애존불

     

     

    구름 위 부처님을 찾아서 / 권오범

     

    장맛비 깨지락거리는 중복허리

    웃비걷는 틈타 발맘발맘 끌어당기는 돌계단

    신발창이 깎아먹은 청석에 미끄러질라

    다람쥐야 널랑은 나무로 올라가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중얼중얼

    염불 흘리며 축지 걸음으로 멀어지는데

    해를 감금한 먹구름 우렁우렁 겁박질러

    금방이라도 무작스럽게 쏟을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세월이 얼마나 주리틀었는지

    유통기간지난 단무지 같이 흐무러져

    스테인리스 난간잡고 애걸복걸

    마음만 데바빠 천근만근인 장딴지

     

    당나귀 기침소리 앞세워

    천야만야 단애 위 별천지 밟고 보니

    목탁소리 따라 촛불 휘둘다 운무에 섞이는 향연

    우바이 우바새들 북새통에 옴나위없는 갓바위

     

     

    공양 / 안도현

     

    싸리꽃을 애무하는 산벌의 날갯짓소리 일곱 근

    몰래 숨어 퍼뜨리는 칡꽃 향기 육십  평

    꽃잎 열기 이틀 전 백도라지 줄기의 슬픈 미동 두치 반

    외딴집 양철지불을 두드리는 소낙비의 오랏줄 칠만 구천 발

    한 차례 숨죽였다가 다시 우는 매미 울음 서른 되

     

     

    석굴암대불 / 유치환

     

    목놓아 터뜨리고 싶은 통곡을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눈감고 앉았노라

    천년을 차가운 살결 아래 더욱

    아련한 핏줄, 흐르는 숨결을 보라

     

    먼솔바람

    부풀으는 동해 연잎

    소요로운 까막까치의 우짖음과

    뜻없이 지새는 흰달도 이마에 느끼노니

     

    뉘라 알랴!

    하마도 터지려는 통곡을 못내 견디고

    내 여기 한개 돌로

    적적히 눈감고 가부좌하였노니

     

    부처님에 대한 시 

     

    관세음의 노래 / 서정주

     

    그리움으로 여기 섰노라

    호수와 같은 그리움으로

    이 싸늘한 돌과 돌 사이

    얼크러지는 칡넝쿨 밑에

    푸른 숨결은 내 것이로다

     

    세월이 아주 나를 못 쓰는 티끝로서

    허공에, 허공에, 돌리기까지는

    부풀어오르는 가슴속에 파도와

    이 사랑은 내 것이로다

     

    오고 가는 바람 속에 지새는 나달이여

    땅 속에 파묻힌 찬란한 서라벌

    땅속에 파묻힌 꽃 같은 남녀들이여

     

    오 생겨났으면, 생겨났으면

    나보다도 더 나를 사랑하는 이

    천년을, 천년을, 사랑하는 이

     

    새로 햇볕에 생겨났으면

    새로 햇볕에 생겨나와서

    어둠 속에 날 가게 했으면

     

    살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이 한 마디 말 님께 아뢰고, 나도

    이제는 바다에 돌아갔으면!

     

    허나 나는 여기 섰노라

    앉아 계시는 석가의 곁에

    허리에 쬐그만 향낭을 차고

     

    이 싸늘한 바위 속에서

    날이 날마다 들이쉬고 내쉬이는 

    푸른 숨결은

     

    아, 아직은 내 것이로다

     

     

    돌부처의 미소 / 목필균

     

    봄인 듯 여름이고 가을인 듯 겨울이나

    돌고 도는 세월의 수레바퀴

    오너라 가거라 말없어도

    가는 듯 오고 오는 듯 가는 사람들

     

    색불이공 공불이색 색즉시공 공즉시색

    풍화되지 않는 불심 응고시킨 육신

    아는 듯 모르고 모르는 듯 아는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세상사

    말없이 미소짓는 천년고찰 돌부처

     

     

    탑을 돌며 / 서정윤

     

    진흙이 물을 담고

    옹기가 되어 서 있다

    모든 끝나는 곳에서 시작하는

    침묵을 보고 있으면

    세상은 찬란하게 빛난다

    아름다움 속에 죽음이 숨어 있다

    삶의 흰 이빨이 보인다

     

     

    얼음부처 / 김종제

     

    얼음 속에 부처가 있어

    불꽃으로 친견 간다

    언젠가 나도

    마음에 지닌 한기의 무게로

    얼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냉철하고 단단한

    무쇠꽃이 될 것이 당연하다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물로 녹아버릴 것은 필연이다

    마침내 불길에 닿아

    형체도 없어 우화등선으로

    훨훨 날아가는 것은 선택이다

    저 얼음 속에 있어서

    깨치기 전에 생전의 그가

    단단한 뼈를 가졌었다는 믿음을

    손으로 차갑게 느껴보라

    보리수 아래 열반에 든 그가

    부드러운 살을 가졌다는

    증거를 혀로 입술로 느껴보라

    허공 중으로 기화되어 사라지는

    그의 정신을 온 몸으로 느껴보라

    이제 남은 것이란

    언어로 기록된 사리다

    저것이 또 깨뜨리고 가야할

    얼음 속 세상이라고

    그가 스스로 장작불 뜨겁게 지펴

    뒤에서 광채를 발한 줄 알겠다

     

     

     

    미소론 / 유안진

     

    국보 제78호

    삼국시대 금동 미륵보살 반가사유상은

    한장 사진만으로도

    새 정토이다

    언어도단의 아름다운 극치

    극치의 신비 신비로운 절대

     

    이 미소 이상은 모두가 게거품질이고

    이 미소 이하는 모두가 딸꾹질이다

    안면근육경련이다

     

     

     

    부처 / 이재봉

     

    점심 공양을 마치고

    일주문을 나서는데

    식당 앞 노점에서

    할머니가 산나물을 팔고 있다

    쪼그리고 앉아 흥정을 하는데

    어린 손자가 할머니 등 뒤에서

    진짜 부처처럼 웃고 있다

     

     

    돌아가는 길 / 문정희

     

    다가서지 마라

    눈과 코는 벌써 돌아가고

    마지막 흔적만 남은 석불 한 분

    지금 막 완성을 꽤하고 있다

    부처를 버리고 

    다시 돌이 되고 있다

    어느 인연의 시간이

    눈과 코를 새긴 후

    여기는 천 년 안각사 뜨락

    부처의 감옥은 깊고 성스러웠다

    다시 한 송이 돌로 돌아가는

    자연 앞에

    시간은 아무 데도 없다

    부질없이 두 손 모으지 마라

    완성이라는 말도

    다만 저 멀리 비켜서거라

     

    부처님에 관한 좋은 시

     

    염화시중 / 손정모

     

    산자락 적시며 휩쓸리는

    바람소리

    공허한 궤적마다

    소리, 소리들어 흐르고 있다

     

    만물로 통하는 깨달음

    송화에 뒤덮여

    빛살처럼 흩날리는데

    그 누구도 섬세한 선율에

    접근할 수조차 없어라

     

    석가

    솔바람에 입굴 적시고도

    안타까운 듯

    연꽃을 드니

    군도를 속에서

    물결처럼 흘러드는 미소

     

     

    물속에 석가모니 / 홍윤표

     

    물속에 앉아 있는 석가모니는

    여간해서 노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물 위에 떠서 자연을 사랑하고

    물에 사는 보살을 살피느라 불심을 태우며

    홀로 걸어가는 거지와 나를

    깨우치느라 진땀을 뺀다

    한 때는 나서 늙고 병나고 죽음에 대해서

    순리를 지키는 너와 나에게

    아주 떠나지 않으려고 영원한

    불타 앞에서 흙물을 마시며

    그 속에 영원한 뿌리를 내리는

    작은 동작들이 자랑스럽다

    노스님과 함께 불도를 걸으며

    깊은 산행에 주인이 된 듯

    능선에 떠오른 태양에게 갈 길을 묻는 아침

    수많은 인연들이 물 위에 떠

    긴소매에 물을 적시는 연꽃

    갠지스강에 켜진 기도였다

     

     

    우담바라 / 임영조

     

    청계사 극락보전 삼신불 앞에

    낯선 새떼들 왁자지껄 붐빈다

    네가 곧 부처다

    네 마음이 절이다

    아무리 알아줘도 못 알아들으니

    답답하신 부처는 문득 우담바라!

    스스로 이마 찢고 꽃을 피웠다

    앞뜰 냉이 꽃다지고 덩달아 피고

    저 아래 마을에선 입이 싼

    풀잠자리 웃음소리 자리러지고

    오늘도 무사히 봄날은 간다

     

     

    초파일의 밤 / 김지하

     

    꽃같네요

    꽃밭 같네요

    물기어린 눈에는 이승 같질 않네요

    갈 수 있을까요

    언젠가는 저기 저 꽃밭

    살아 못 간다면 살아 못간다면

    황천길에만은 꽃구경 할 수 있을까요

    삼도천을 건너면 저기에 이를까요

    벽 돌담 너머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오색영롱한 꽃밭을 두고

    돌아섭니다

    쇠상찰 등에 지고

    침침한 감방 향해 돌아섭니다

    굳은 시멘트 벽 속에

    저벅거리는 교도관의 발자욱 울림 속에

    캄캄한 내 가슴의 옥죄임 속에도

    부처님은 오실까

    연등은 켜질까요

    고개가로저어

    더 깊숙이 감방속으로 발을 옮기며

    두 눈 질끈 감으면

    더욱 영롱히 떠오르는 사월 초파일

    인왕산 밤 연등, 연등, 연등

    아아 참말 꽃 같네요

    참말 꽃 같네요

     

     

    나무부처 / 권달웅

     

    불영사 넘어가는 길에

    거대한 굴참나무가 누웠다

    지금도 넘어지면서 쿵 하는 소리가

    산을 울리는 것 같다

    가지와 뿌리는 벌레들에게 다 주고

    반쯤 썩은 몸통에선 다시

    새잎이 돋아나고 있다

    까치들이 우짖는 산비탈에는

    그 아들 손자의 자뻘 되는

    굴참나무들이 관세음보살처럼 늘어서서

    허리를 굽히고 있다

    비바람과 눈보라의 고행 끝에

    흙으로 돌아간 굴참나무

    이젠 나무부처가 되어

    극락정토에 누웠다

     

     

    자기답게 사는 길 / 법정

     

    사람은 누구에겐가  의존하려는 버릇이 있다

    부처님이라 할지라도 그는 타인

    불교는 부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가르침에 따라 자기 자신답게 사는 길이다

     

    그러므로 불교란 부처님의 가르침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이 부처가 되는 자기실현의 길이다

    그렇게 때문에 우리가 의지할 것은 부처님이 아니라

    나 자신과 진리뿐이라는 것

     

    불교는 이와 같이 자기 탐구의 종교다

    자기 탐구의 과정에서 끝없는 이웃의 존재를

    발견한 것이 대승불교이다

     

    초기 불교가 자기 자신을 강조한 것은

    자기에게서 시작하려는 뜻에서이다

    자기에게서 시작해 이웃과 세상을 도달하라는 것

     

    자기 자신에게만 갇혀 있다면 그건 종교일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 진실한 지혜란

    이웃의 존재를 보는 지혜다

    자기라는 표현이 때로는

    만인 공통의 "마음"으로 바뀐다

     

     

    주천강가의 마애불 / 신경림

     

    다들 잠이 든 한밤중이면

    몸 비틀어 바위에서 빠져나와

    차디찬 강물에

    손을 담가보기도 하고

    뻘겋게 머리가 까뭉개져

    앓는 소리를 내는 앞산을 보며

    천년 긴 세월을 되씹기도 한다

     

    빼앗기지 않으려고 논틀밭틀에

    깊드리에 흘린 이들의 피는 아직 선명한데

    성큼성큼 주천 장터로 들어서서 보면

    짓눌리고 밟히는 삶 속에서도

    사람들은 숨가쁘게 사랑을 하고

    들뜬 기쁨에 소리 지르고

    뒤엉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참으려도 절로 웃음이 나와

    애들처럼 병신 걸음 곰배팔이 걸음으로 돌아오는 새벽

    별들은 점잖치 못하다

    하늘에 들어가 숨고

    숨 헐떡이며 바위에 서둘러 들어가 끼어앉은

    내 얼굴에서는

    장난스러운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부처님의 미소가 생각나는 짧고 좋은 시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괴로움이 없는 행복한 삶이 되시길 바라며 부처님에 관한 시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가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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