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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선화 시 모음 수선화 꽃말 슬픈 이야기
    좋은 시 2023. 2. 28. 14:07

    수선화 시 하면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라는 시가 제일 먼저 생각납니다. 추위에 잘 견뎌 12월부터 4월에 개화하여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꽃인데요 꽃말에는 슬픈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잘생긴 나르키소스가 물에 비친 자신의 잘생긴 모습을 보다가 물에 빠져 죽은 뒤 그 자리에 꽃 한 송이가 피었는데 그 꽃이 수선화입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존심', '자기 사랑',  '고결', '신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애달픈 사연이 있는 수선화를 주제로 쓴 시 소개해 드릴게요.

     

    수선화
    수선화

     

    수선화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 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 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 소리고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수선화 / 나태주

     

    언 땅의 꽃밭을 파다가 문득

    수선화 뿌리를 보고 놀란다

    어찌 수선화, 너희들에게는 언 땅 속이

    고대광실 등 뜨신 안방이었더라 말이냐!

    하얗게 살아 서릿발이 엉켜 있는 실뿌리며

    붓끝으로 뾰족이 내민 예쁜 촉.

    봄을 우리가 만드는 줄 알았더니

    역시 우리의 봄은 너희가 만드는 봄이었구나.

    우리의 봄은 너희에게서 빌려온 봄이었구나.

     

     

    수선화 / 이해인

     

    초록빛 스커트에

    노오란 블라우스가 어울리는

    조용한 목소리의

    언니 같은 꽃

     

    해가 뜨면

    가슴에 종을 달고

    두손 모으네

     

    향기도 웃음도

    헤프지 않아

    다가서기 어려워도

    맑은 눈빛으로

    나를 부르는 꽃

     

    헤어지고 돌아서도

    어느새

    샘물 같은 그리움으로

    나를 적시네

     

     

    수선화 / 류시화

     

    여기 수선화가 있다, 남몰래

    숨겨 놓은 신부가

     

    나는 제주 바닷가에 핀

    흰 수선화를 지나간다

     

    노래 전에 누군가 숨겨 놓고는 잊어 버린

    신부 곁을

     

    가슴에서 마음을 떼어 버릴 수 있다면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 / 도종환

     

    우리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에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대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가

    네 잎에 하나씩 찢어 내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네 마음의 십분의 일 내 몸의

    백 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몸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겨울 수선화 / 박노해

     

    눈 내리는 날 그녀가 보내준

    겨울꽃  한 송이

     

    성에 낀 창가에

    고개 숙인 수선화

     

    수선화처럼 고개 숙여

    눈 속의 나를 돌아보다

    수선화처럼 고개 숙여

    봄이 오는 눈길을 바라보네

     

     

     

    수선화가 처음 핀 날 / 박노해

     

    오늘은 수선화가 처음 핀 날

    햇살은 맑아도 공기는 시린데

    아침부터 수선화 앞에서 어쩔 줄 모른다

     

    바쁜 내 손길이 아무렇게나 심었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곱게도 피었구나

    연노랑 얼굴에 초록 두 손을 받치고

    일제히 해 뜨는 쪽으로 명랑하게 피어나

    맑은 찬가를 부르는구나

     

    오늘은 수선화가 처음 핀 날

    아침 햇살 아래 겨우내 고이 써온 

    눈부신 연노랑 편지를 읽는 날

     

    씨앗을 품은 믿음이 있었어요

    참아내고 기다리고 견뎌냈어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에 반드시

    시간과 정성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봄날 아침 수선화 꽃 언덕에서

    해맑은 얼굴로 피어나는 그대를 위한 경배!

     

     

    수선화 / 박인걸

     

    나는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내 가슴에 옮겨 심었고

    아무도 캐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쌓아 올렸다

     

    고결한 꽃망울이 입을 열고

    빳빳한 자존심이 고개를 들어

    신비한 꽃잎이 활짝 웃을 때

    나는 황홀하여 실신하는 줄 알았다

     

    메마른 가슴에도 생기가 돌고

    잠자던 의식은 눈을 떴다

    곱지않던 몸짓이 순한 양이 되고

    시들었던 꿈이 되살아났다

     

    나를 완전히 바꿔놓은 그대여

    영원토록 지지말고 피어라

    너는 내 안에서 나는 네 안에서

    평생을 수선화로 살고싶구나

     

     

    수선화에게 묻다 / 복효근

     

    말라비틀어진 수선화 알뿌리를 다듬어

    다시 묻고 나니

    비 내리고 어김없이 촉을 틔운다

     

    한 생의 매듭 뒤에도 또 시작은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잎사귀 몇 개로

    저 계절을 건너겠다는 것인지

    이 무모한 여행 다음에

    기어이 다다를 그 어디 마련이나 있는지

     

    귀를 기울이면

    알뿌리, 겹겹 상처가

    서로를 끌어안는 소리

    다시 실뿌리 내려 먼 강물을 끌어오는 소리

    어머니 자궁 속에서 듣던

    그 모음 같은 것 자음 같은 것

     

    살아야 함에 이유를 찾는 것은 사치라는 듯

    말없이 꽃봉오리를 맺히고

    무에 그리 목마르게 그리운 것 있어

    또 한 세상 도모하며

    잎은 잎대로 꽃대궁은 또 꽃대궁대로 일어서는데

     

    이제 피어날 수선화는

    뿌리가 입은 상처의 총회라면

    오늘 안간힘으로 일어서는 내 인생,

    내 생에 피울 꽃이

    수선화처럼 아름다워야 되지 않겠는가

     

    꽃,

    다음 생을 엿듣기 위한 귀는 아닐까

     

     

    추위 강해 한 겨울부터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수선화는 꽃말처럼 고결한 느낌이 드는 꽃입니다. 수선화에 관한 시를 읽으며 따뜻한 봄날 즐기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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