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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화 시 모음 매화 꽃말과 매화에 관한 시
    좋은 시 2023. 2. 3. 09:09

    매화 시를 준비하면서 매화 꽃말도 함께 알아보았어요. 이른 봄 팝콘처럼 꽃망울을 터트리는 매화를 보면 봄의 꽃잔치가 시작되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는 '고결한 마음', '결백', '기품', '인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습니다. 봄의 전령사 매화에 관한 시 소개해 드릴게요

     

    매화
    매화

     

    매화 시 모음

     

    매화 앞에서 / 이해인

     

    보이지 않기에 더욱 깊은 땅속의 어둠

    뿌리에서 줄기와 가지 꽃잎에 이르기까지

     

    먼 길을 걸어온 어여쁜 봄이

    마침내 여기 앉아 있네

     

    뼛속 깊이 춥다고 신음하며

    죽어가는 이가

    마지막으로 보고 싶어 하던

    희디흰 봄 햇살도 꽃잎 속에 접혀 있네

     

    해마다 첫사랑의 애틋함으로

    재일 먼저 매화 끝에 피어나는 나의 봄

    눈 속에 묻어 두었던 이별의 슬픔도

    문득 새가 되어 날아오르네

    꽃나무 앞에 서면

    갈 곳 없는 바람도 따스하여라

     

    살아갈수록 겨울은 길고

    봄이 짧더라도 열심히 살 거란다

    그래 알고 있어 편하게만 살 순 없지

    매화도 내게 그렇게 말했단다

    눈이 맑은 소꿉동무에게

    오늘은 향기 나는 편지를 쓸까

     

    매화는 기어이

    보드라운 꽃술처럼 숨겨두려던

    눈물 한 방울 내 가슴에 떨어뜨리네

     

     

    홍매화 / 도종환

     

    눈 내리고 쌓여 소백산 자락 덮어도

    매화 한 송이 그 속에서 핀다

     

    나뭇가지 얼고 또 얼어

    외로움으로 반질반질해져도

    꽃봉오리 솟는다

     

    어이하랴 덮어버릴 수 없는

    꽃 같은 그대 그리움

     

    그대 만날 수 있는 날 아득히 멀고

    폭설은 퍼붓는데

     

    숨길 수 없는 숨길 수 없는

    가슴속 홍매화 한 송이

     

     

    매화 / 정호승

     

    퇴계 선생 임종하신 방 한구석에

    매화분 하나 놓여 있다

    매화분에 물 주거라

    퇴계 선생 돌아가실 때 남기신 마지막 말씀

    소중히 받들기 위해

    매화분에 매화는 피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통장의 돈 찾아라

    한마디 남기고 죽을까봐 두려워라

    오늘도 낙동강 건너 지구에는

    한창 매화꽃이 피고 있다

    새들은 꽃나무 아래 쭈그리고 앉은 나를 보고

    죽더라도 겨울 흰 눈 속에 핀

    매화 향기에 가서 죽으라고 자꾸 속삭이는데

    도산서원 매화나무 가지에 앉은 새들은

    어디에 가서 죽는가

     

     

    매화를 찾아서 / 신경림

     

    구름떼처럼 모인 사람들만 보고 돌아온다

    광양 매화밭으로 매화를 보러 갔다가

    매화는 덜 피어 보지 못하고

    그래도 섬진상 거슬러 올라오는 밤차는 좋아

    산허리와 들판에 묻은 달빛에 취해 조는데

    차 안을 가득 메우는 짙은 매화향기 있어

    둘러보니 차 안에는 반쯤 잠든 사람들뿐

    살면서 사람들이 만드는 소음과 악취가

    꿈과 달빛에 섞여 때로 만개한 매화보다도

    더 짙은 향내가 되기도 하는 건지

    내년 봄에 다시 한번 매화 찾아 나섰다가

    매화는 그만두고 밤차나 타고 올라올까

     

     

    매화에 관한 시

     

    매화꽃이 필 때면 / 박노해

     

    청매화가 필 때면

    마음이 설레어서

    아침길에도 가보고

    달빛에도 홀로 사 서성입니다

     

    청매화 핀 야산 언덕에

    홀로 앉아 술잔을 들고

    멀리 밤기차가 지나가는 걸 바라보면

    아, 그리운 사람들은 왜 멀리 있는지

    꽃샘바람에 청매화 향기는

    나를 못살게 못살게 흔들고

    그대가 그리워서 얼굴을 묻고

    하르르 떨어지는 꽃잎처럼

    그냥 이대로 죽고만 싶습니다

     

     

    매화꽃 / 천상병

     

    뜰에 매화꽃이 탐스럽게 피었다

    옛날의 시인들이

    매화꽃 시를 많이 읊었으니

    나도 한 편 끌까 합니다

     

    하얀 꽃송이가 하도 매력이 있어

    보기만 하여서는 안 되겠기에

    매화꽃과 친구가 되고 싶구나!

     

    지금은 92년 4월 30일인데

    봄을 매화꽃 혼자서

    만끽하고 있는가 싶구나!

     

    한들한들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천사와도 같구나!

    오래 꽃피어서 나를 달래다오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 김용택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

    푸른 강물 하얀 모래밭

    날선 푸른 댓잎이 사운대는

    섬진강가에 서럽게 서보셨는지요

    해 저문 섬진상가에 서서

    지는 꽃 피는 꽃을 다 보셨는지요

    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서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홍매화 / 유일화

     

    청순하고 사려가 깊은 봄하늘

    밀폐된 공간 속 터져 나온 팝콘들

    수줍어 생글생글 핏빛 생리통

    통도사 경내 어깨 넘어

    고운 한복 차려입고 하늘 향해 웃어라

     

    너를 보려던 내 눈자위마저 붉어라

    네 언저리에 내 마음 넣어볼까

    받아줄래? 아님 돌아설까?

    꿀벌처럼 머리 처박고 빨고 싶어라

    새색시 고운눈매로 법문을 외우노라

     

    흐르는 목탁소리에 귀가 번쩍

    청춘도 시작이여

    사랑도 시작이라

    지나던 산새한마리 풍경소리에 깜짝

    아아! 봄이 왔구나

     

    곱디고운 너의 속살 냇가에 누워

    흘러서 흘러서 내게 올려나!

    슬리퍼 벗겨져 맨 발 되어

    돌부리에 걸려 붉은 피가 흘러도

    널 배웅하리라

     

     

    봄꽃 매화 시

     

    매화 / 서정주

     

    매화에 봄 사랑이 알큰하게 펴난다

    알큰한 그 숨결로 남은 눈을 녹이며

    더 더는 못 견디어 하늘에 뺨을 부빈다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 번 나와 보아라

     

    매화 향기에서는 가신 님 그린 내음새

    매화 향기에서는 오는 님 그린 내음새

    갔다가 오시는 님 더욱 그린 내음새

     

    시악씨야 하늘도 님도 네가 더 그립단다

    매화보다 더 알큰히 한 번 나와 보아라

     

     

    매화예찬 / 손병흠

     

    초봄에 피어나 고결한 기상을 자랑하는

    휘파람새의 아름답고도 슬픈 전설이 깃든

     

    시인 묵객들 단골 작품소재였던 매화나무

    양지 녘 따스해진 햇살아래 찬바람 견디며

     

    추운 날씨에도 곧은 절개로 꽃을 피워내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의 표상 화목

     

    흰 꽃이 피는 흰 매화 분홍 꽃 피는 분홍매화

    봄소식을 알려주고 있는 장미과의 낙엽소교목

     

    상처가 나고 굽어져 고사한 줄기 몸에 지닌 채

    새로운 싹을 틔워 고난역경 극복한 그윽한 향기

     

     

    매화가 피면 / 김덕성

     

    봄소식 전 하는

    앙상한 가지에 품위 있고 아름다운

    순백의 속살을 들어내는

    사랑스러운 매화

     

    그리움으로 기다림

    그 설렘으로 깊이 심취되어

    매화의 감미로운 사랑 이야기를

    수줍은 듯 엿듣고 싶다

     

    옛 선비들이 좋아하던

    고결하고 밝은 마음을 지닌

    어느 꽃보다도 꽃향기가 일품인

    명성어린 매화

     

    사랑하며 그리는 나

    하얀 향기 마음에 스미는

    매화가 피면

    영영 네 곁을 떠나지 않으리

     

     

    정든 세월에게 / 안도현

     

    홍매화 꽃망울 달기 시작하는데 싸락눈이 내렸다

    나는 이제 너의 상처를 감싸주지 않을 거야

    너 아픈 동안, 얼마나 고통스럽냐고

    너 아프면 나도 아프다고

    백지 위에다 쓰지 않을 거야

    매화나무는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채

    나뭇가지 속이 뜨거워져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너를 위하여 내가 흘릴 눈물이 있다고

    말하지 않을 거야 쿨룩쿨룩, 기침을 하며

    싸락눈이 봄날을 건너가고 있었다

     

     

    매화가 피면 봄의 꽃잔치가 시작되는 것 같아요. 매화 시 읽으며 마음속에도 봄꽃 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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