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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시모음 가을에 관한 시좋은 시 2022. 8. 19. 08:48
가을 시음
가을에 관한 시 모음입니다.
가을 시 읽고 잠시 쉬었다 가세요.
가을은 시의 계절인 것 같습니다.
가을의 맑은 하늘과 붉게 물든 단풍은
우리의 마음을 시인의 마음으로
이쁘게 물들여 주는 것 같아요.
빨갛게 물든 나뭇잎 한 장 주워 가만히
바라보면 나뭇잎 속에 그리움과 사랑이
담겨 있어요.
가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랫녘 온 들녘이
모두 셋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감정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 지는 풀섶에서 우리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들 끝에서 살아나는
불빛을 찾았습니다
내가 가고 해가 가고 꽃이 피는
작은 흙길에서
저녘 이슬들이 내 발등을 적시는
이 아름다운 가을 서정을
당신께 드립니다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이준관
가을에 사람이 그리울 때면
시골 버스를 탄다
시골 버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
황토흙 얼굴의 농부들이
아픈 소리 다 나았느냐고
소의 안부를 묻기도 하고,
낯모르는 내 손에
고향 불빛 같은 감을
쥐어주기도 한다
콩과 팥과 고구마를 담은 보따리를
제 자식처럼 품에 꼭 껴안고 가는
아주머니의 사투리가 귀에 정겹다
창문밖에는
꿈 많은 소년처럼 물구나무선
은행나무가 보이고,
지붕 위 호박덩이 같은 가을 해가 보인다
어머니가 싸주는
따스한 도시락 같은 시골 버스,
사람이 못내 그리울 때면
문득 낯선 길가에 서서
버스를 탄다
하늘과 바람과 낮달을 머리에 이고
가을엽서
안도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 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 곳에 있는지를
가을 사랑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가을 안부
나태주
골목길이 점점 환해지고
넓게 보인다
도시의 건물과 건물 사이가
점점 성글어진다
바람 탓일까
햇빛 탓일까
아니면 사람 탓일까
그래도 섭섭해하지 말자
우리는 오래된 벗
너 거기서 잘 있거라
나도 여기 잘 있단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가을연가
윤보영
가을이
날 보고 수줍어
붉게 물들고 있다
나는
그대 생각에 수줍어
가슴이 타들어 가는데
추억으로 오는 가을
이채
가로수 길 위로 뒹구는 낙엽이
긴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오면
안개처럼 흐린 추억이 가을로 스치네
아득한 기억속에서도
아름답고 소중했던
삶의 뒤안길에 새겨진 발자욱 위로
나는 지금 가을을 걷고 있네
낙엽 한 장 주위를 물끄러미 바라보면
가는 잎새 줄기에 새겨진
풀잎같은 사랑과
얇은 이파리 부스러질듯
내 작은 이별도 서려있네
그리움과 아쉬움이
낙엽의 앞뒤로 새겨져
흩어졌다 저 멀리
무리 지어 날으는 새처럼
남겨진 것들은 지워지지 않고
잊혀진 것들은 다시 떠오르는
이 거리 낙엽이 추억으로 흩날리네
먼 훗날 간직하기 좋을
갈잎 하나 책갈피에 끼우며
나는 지금 추억으로 오는 가을을 걷고 있네
가을볕
박노해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 부시다
가을볕이 너무 좋아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
내 마음의 가을
남정림
가을애는 내 마음도 내 것이 아니야
스산한 바람 한 자락 불면
어느새 너의 뜨락에서 뒹구는 내 마음
두근거리는 그리움은
익은 밤송이 터지듯 터져 나오는데
허락받지 않은 사랑은
단풍처럼 속으로만 타들어 가는데
그대는 언제 내 마음의 가을로 오시려나?
서성인다
박노해
가을이 오면 창밖에
누군가 서성이는 것만 같다
문을 열고 나가 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방으로 돌아와 나 홀로 서성인다
가을이 오면 누군가
나를 따라 서성이는 것만 같다
책상에 앉아도 무언가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아
슬며시 돌아보면 아무도 없어
그만 나도 너를 따라 서성인다
선듯한 가을바람이 서성이고
맑아진 가을볕이 서성이고
흔들리는 들국화가 서성이고
남몰래 부풀어 오른 씨앗들이 서성이고
가을편지와 떠나간 사랑과 상처 난 꿈들이
자꾸만 서성이는 것만 같다
가을이 오면 지나쳐온 이름들이
잊히지 않는 그리움들이
자꾸만 내 안에서 서성이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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