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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작나무 시모음
    좋은 시 2022. 7. 20. 12:48

     

     

     

     

    자작나무 시모음

    자작나무에 관한 시를 모았습니다.

     

    자작나무는 껍질이 종이처럼 하얗게 벗겨져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사랑의 글귀를 쓰기도

    하는 낭만적인 나무입니다. 

     

    자작나무 숲은 신기하고 환상적인

    느낌이 들어 다른 세상에 온 듯합니다.

     

    아름다운 자작나무 숲을

    시인의 아름다운 언어로 느껴 보세요.

     

     

     

     

    눈이 내린 자작나무 숲 풍경

     

     

     

     

     

     

     

    자작나무 내 인생

     

                                       정끝별

     

     

    속 깊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멍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기에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서릿몸

    신경줄까지 드러낸 헝큰 마음

    언 땅에 비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가는 겨울 자작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 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가까이에서 본 자작나무 기둥

     

     

     

     

     

     

    자작나무에게

     

                                  정호승

     

     

    나의 스승은 바람이다

    바람을 가르며 나는 새다

    나는 새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일찍이 바람을 가르는 스승의 높은 날개에서

    사랑과 자유의 높이를 배었다

     

    나의 스승은 나무다

    새들이 고요히 날아와 앉는 나무다

    나는 일찍이 나무의 제자가 된 지 오래다

    스스로 폭풍이 되어

    폭풍을 견디는 스승의 푸른 잎새에서

    인내와 감사의 깊이를 배웠다

     

    자작이여

    새가 날아오기를 원한다면

    먼저 나무를 심으라고 말씀하신 자작나무여

    나는 평생 나무 한 그루 심지 못했지만

    새는 나의 스승이다

    나는 새의 제자다

     

     

     

     

    자작나무 숲속 길

     

     

     

     

     

     

     

    자작나무

     

                                   류시화

     

     

    아무도 내가 말하는 것을 알 수가 없고

    아무도 내가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할 수 없다

    사랑은 침묵이다

     

    자작나무를 바라보면

    이미 내 어린 시절은 끝나고 없다

     

    이제 귀에 시의

    마지막 연이 들린다 내 말은

    나에게 되돌아 울려오지 않고 내 혀는

    구제받지 못했다

     

     

     

     

    자작나무 기둥

     

     

     

     

     

     

    자작나무

     

                         도종환

     

     

    자작나무처럼 나도 추운 데서 자랐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맑지만 창백한 모습이었다

    자작나무처럼 나도 꽃은 제대로 피우지 못하면서

    꿈의 키만 높게 키웠다

    내가 자라던 곳에는 어려서부터 바람이 차게 불고

    나이 들어서도 눈보라 심했다

    그러나 눈보라 북서풍 아니었다면

    곧고 맑은 나무로 자라지 못했을 것이다

    단단하면서도 유연한 몸짓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외롭고 깊은 곳에 살면서도

    혼자 있을 때보다 숲이 되어 있을 때

    더 아름다운 나무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자작나무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숲

     

     

     

     

     

     

     

    자작나무의 입장을 옹호하는 노래

     

                                                  안도현

     

     

    저 도시를 활보하는 인간들을 뽑아내고

    거기에다 자작나무를 걸어가게 한다면

    자작나무의 귀를 닮은

    아이를 낳으리

     

    봄이 오면 이마 위로

    새순 소록소록 돋고

    가을이면 겨드랑이 아래로

    가랑잎 우수수 지리

     

    그런데 만약에

    저 숲을 이룬 자작나무를 베어내고

    거기에다 인간을 한 그루씩 옮겨 심는다면

    지구가, 푸른 지구가 온통

    공동묘지 되고 말겠지

     

     

     

     

     

     

     

     

     

     

    백화

     

                    백석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

    그 맛있는 메밀국수를 삶는 장작도 자작나무다

    그리고 감로(甘露)같이 단샘이 솟는 박우물도 자작나무다

    산(山) 너머는 평안도 땅도 뵈인다는 이 산(山) 골은 온통 자작나무다

     

     

     

     

    작은 나뭇가지가 기둥 옆은 난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야

     

                           이경림

     

     

    너 지금 사랑하고 있구나

    쭉쭉 살빠지는 소리 들으며 진땀나게 그리워하고 있구나

    이 엄동에 청청하게 고통 거느리고 지지푸르게 신음하고 있구나

    가지에 새 한마리 앉아도 소스라치는구나

    그래 그 마음 만져지는구나

     

    이파리만 날카로워지는 날들 잔바람에도 하늘이 흔들리는 날들

    자꾸 껍질만 키우며 거머죽죽 검버섯 만드는 날들

    그래 아픈 몸에도 꺼칠하게 열매 달리고

    그 열매 당차게 가지 끝에 붙어있구나

     

    아아 하늘은 자꾸 네 모가지를 당기고

    출출출 물소리 뿌리를 흔드는데

    안절부절 그 사이에서 팔다리만 휘젓는 자작나무야

     

    너 많이 아프구나

     

     

     

     

    하얗게 눈 덮인 숲 속 자작나무

     

     

     

     

     

     

    자작나무

     

                          양진건

     

     

    자작나무는 알고 있을까?

    왜 우리는 모든 것을 떠나보내려 하는 건지

    바람에 몸을 기댄 채

    우수수 나뭇잎을 떠나보내듯

    때가 되면

    서글프지만 왜 우리는 뒤척이며 헤어져야 하는 건지

     

    자작나무는 알고 있을까?

    그것들이 비록 슬픈 몸짓으로 떠나지만

    때가 되면

    다시는 누구도 만나지 않을 것처럼

    그것들은 떠나지만

    왜 우리는 많은 밤을 지나 다시 만나야 하는지

    우리는 증거하는 것이 비록 고통뿐이어도

    왜 우리는 사랑해야 하는지

     

    그래서 슬픔과 기쁨은

    불륜처럼 함께 하는 것이지만

    외로웠으므로 그래서

    내 가슴은 다시 뜨거워지는 것인지 모르지만

    사랑하는 그대여

    돌아보면 언제나 나는 돌아오고 있을테니

    헤어진 것과 헤어지는 것들 틈에서

    그토록 바스락거리는 자작나무처럼

    비로소 귀 열고

    볼 뻗어, 오늘도 나를 기다려주오

     

     

     

     

    초록 숲속 하얀 기둥 자작나무

     

     

     

     

     

     

     

    자작나무 저더러 길이라던데

     

                                                오세영

     

     

    산정 가는 길

    다람쥐 쫒다 어느새

    길을 잃었다

    자작나무 저더러 길이라 하고

    굴참나무 저더러 길이라는데

    보이는 건 흐드러지게 핀 철쭉꽃

    길은

    어디에도 없다

    어디에도 없는 그 길을

    흐르는 흰 구름, 솔바람 좇아

    다람쥐는

    간 것일까, 온 것일까

    풀섶에 누워

    먼 하늘에 우러르면

    제비꽃 저더러 길이라 하고

    망초꽃 저더러 길이라는데

    아무데도 없는 그 길을

    내려가기 위해서 오르는

    정상으로 가는 길

     

     

     

     

    나무기둥에 내린 하얀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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