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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여름 시 모음
    좋은 시 2022. 5. 27. 17:13

     

     

     

     

    초여름 시 모아 봤습니다.

     

    초여름 햇살이 뜨거워졌습니다. 

    숲 속 나무 그늘 아래 편안한 의자에 앉아

    시원한 음료 한 잔 마시며

    푹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초여름 시원한 나무 그늘 같은 시를 

    읽으며 마음의 더위를 날려 버리시길 바랍니다.

     

     

    다양한 색의 백합 꽃이 핀 정원 풍경

     

     

     

     

     

     

    풋여름

     

                          정끝별

     

     

    어린나무들 타오르고 있어요

    휘휘 초록 비늘이 튀어요

    풋, 나무를 간질이는 빛쯤으로 여겼더니

    풋, 나무 몸을 타고 기어올라

    풋, 나무 몸에 파고들어요

    가슴에 불이라도 지르고 싶었을까요

    어느새 휘감치는 담쟁이덩쿨은?

     

    온몸을 뒤틀며

    뿌드득 뿌드득 탄성을 지르며

    풋, 나무 힘줄 세우는 소리

    용트림하는 풋나뭇가지

     

    초여름 저물녘 입술 자국에

    겨드랑이부터 뚝뚝

    초록 진땀을 흘리고 있어요

    풀물 냄새를 풍기는

    순 풋나무

    담쟁이 치마폭에 폭 싸여

     

    나무 기둥을 오르는 담쟁이

     

     

     

     

     

     

    푸른 초여름

     

                             김상옥

     

     

    세상엔 말도 노래도 다 사라진다.

    네가 옹아리를 시작하면

     

    물에 뜬 수련, 수련 속의 이슬도 구른다.

    꿈꾸듯 네 긴 속눈썹 깜박이면

     

    강보에 싸인 채 요람이 흔들린다.

    좜좜좜 네 작은 손등의 푸른 초여름

     

    활짝 핀 분홍색 수련 한 송이

     

     

     

     

     

     

     

    초여름

     

                        허형만

     

     

    물냄새

    비가 오려나 보다

     

    나뭇잎 쏠리는 

    그림자

     

    바람결

    따라 흔들리고

     

    애기똥풀에 코를 박은

    모시나비

     

    지상은

    지금 그리움으로 자욱하다

     

    햇빛이 비치는 나뭇잎

     

     

     

     

     

     

     

    초여름의 노래

     

                                문태준

     

     

    오늘은 만물이 초여름 속에 있다

    초여름의 미풍이 지나간다

    햇살은 초여름을 나눠준다

    나는 셔츠 차림으로 미풍을 따라간다

    미풍은 수양버들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미풍은 풀밭의 염소에게 가서 그녀를 웃게 한다

    살구나무 아래엔 노랗고 신 초여름이 몇 알 떨어져 있고

    작은 연못은 고요한 수면처럼 눈을 감고 초여름을 음미한다

    초여름은 변성기의 소년처럼 자란다

    하늘은 나무의 그늘을 펼치고

    하늘은 잠자리의 날개를 펼친다

    나는 잠자리의 리듬을 또 따라간다

    초여름 속에서 너의 이름을 부르니

    너는 메아리가 되어

    점점 깊어지는 내 골짜기에 산다

     

    아래서 바라 본 숲 속 나무들과 하늘

     

     

     

     

     

     

    초여름

     

                        김용수

     

     

    고운민 얼굴 닮은

    마음으로

    가만가만 불어오는

    명주바람 앞세우고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 사이로

    은빛 햇살 쏟아져

    아늑거리는 신록의

    꿈을 안고

     

    여름 너 벌써 왔구나!

     

    아카시아 나뭇잎

     

     

     

     

     

     

     

    설레는 초여름

     

                             서문인

     

     

    철렁이는 초여름

    흐르는 강가에 서면

    빙어같이 튀어 솟는

    그대 향한 그리움

     

    돌아서면 

    그렇게 귀엽던 당신

    가시밭 넝쿨 장미로 피었나니

    어여뻐 죽겠네

    죽겠네

     

    내 마음 쓸어

     편지를 쓰면

     

    펄펄 뛰는 내 가슴

    옛 추억 속에

    포옹하네

     

    초록 나무가 물 위에 비치는 호수

     

     

     

     

     

     

     

    초여름 풍경

     

                                정연복

     

     

    날이 덥다

    보이지 않는 새들이 나무 위에서 지저귄다

    새들의 울음소리에 나뭇잎들이 시든다

    더운 날 나무에게는 잦은 새소리가

    불안처럼 느껴진다

    익어가는 토마토마다 빨갛게 독기가 차 오르고

    철길을 기어가는 전철의 터진 내장에서

    질질질 질긴 기름이 떨어진다

    약속에 늦은 한낮이

    헐레벌떡 달려온 아파트 화단에

    기다리는 손에 들린 풍선이 터진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

    고무 타는 냄새가 난다.

     

    야외 테이블이 있는 정원 풍경

     

     

     

     

     

     

    초여름, 네 벗은

     

                                      나태주

     

     

    초여름, 네 벗은 가는 팔을 보고 싶어라

    초여름, 네 벗은 종아리를 보고 싶어라

    긴 겨울 옷 속에 감추었던 팔과 종아리

    신록 푸른 바람 속에서 보고 싶어라

     

    풀이 우거진 농장 울타리

     

     

     

     

     

     

    초여름 문턱에서

     

                                  김귀녀

     

     

    뙤약볕에 나방 한 마리

    나비잠 자고 있다

     

    초여름 바람이

    한차례 회오리처럼

    세차게 지나가는데도

    미동도 없다

     

    삶에 지친

    모과나무 위로 날아오르던

    참새 한 마리 흘끗

    눈길한번 주더니

    날아간다

     

    하늘에는 꽃구름 스쳐가고

    바람도 낯설지 않은지

    스르르 장미 숲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여름은 

    저만치 서 있는데

     

    분홍색 장미 울티리

     

     

     

     

     

     

    초여름 숲처럼

     

                                문정희

     

     

    나무와 나무 사이에

    푸른 하늘이 흐르고 있듯이

    그대와 나 사이엔

    무엇이 흐르고 있을까.

     

    신전의 두 기둥처럼 마주 보고 서서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없다면

    쓸쓸히 회랑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

    오늘 저 초여름 숲처럼

    그대를 향해 나는

    푸른 숨결을 내뿜을 수밖에 없다.

     

    너무 가까이 다가서서

    서로를 쑤실 가시도 없이

    너무 멀어 그 사이로

    차가운 바람 길을 만드는 일도 없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흐르는 푸른 하늘처럼

     

    그대와 나 사이

    저 초여름 숲처럼

    푸른 강하나 흐르게 하고

    기대려 하지 말고, 추워하지 말고,

    서로를 그윽이 바라볼 수밖에 없다.

     

    호수가 있는 여름 일몰 풍경

     

     

     

     

     

     

    초여름

     

                             유안진

     

     

    지난 봄엔

    꽃으로 문지른 가슴팍을

    잎으로 짓이겨댄다

     

    사랑하여 죽고 싶은

    붉은 마음 바꾸어

    초록 불티 튕기면서

    살고 싶어라

     

    뜸부기 우는 나루터에도

    뻐꾸기 자지러지는 골짜기에도

    쓰린 이야기는

    보태지고 더해져서

     

    사랑보다 아픈 삶을

    진정 살고 싶어져

    초록빛 숨결은 가빠가빠 오른다

     

    바다가 보이는 정원 잔디 밭에 놓여 있는 의자

     

     

     

     

     

     

     

    초여름 그리움

     

                                   김덕성

     

     

    날마다

    보고 싶은 그리움으로 괴롭혀도

    견딜 수 있음은

     

    그대의 고운 사랑의 마음이

    내 안에 햇살처럼

    빛나기 때문이지요

     

    햇살을 닮은

    빛나는 당신의 눈빛

    햇살이 되어 내려앉는데

     

    난 그대의 눈빛에 젖어

    초여름 그리움으로

    사랑의 차 한 잔에 사랑을 담아

    사랑을 마십니다

     

    정원 나무 기둥으로 만든 테이블 위 차와 간식

     

     

     

     

     

     

    초여름 밤의 비가

     

                                   이복란

     

     

    개구리 자지러질 듯

    밤꽃 향내음 물씬한 교성

    하,

    부끄러워

    가슴속으로 파고드는 그리움

     

    그리움 총총히 박힌

    하늘 자락에 걸어놓은 시계가

    깜빡 졸다 떨어진

    침상에는

    설운 초여름 밤이 드러눕는다

     

    눅룩한 어둠을 가로질러

    밤꽃 꺾어 내게 올

    그 길에

     촛불 하나 켜 놓았었는데

     

    뽀얀 안개 쓱 문지르고

    성큼 들어서는 아침,

    햇살이

    참 눈부셔라.

     

    녹색 정원 풍경

     

     

     

     

     

     

     

    초여름

     

                             이문재

     

     

    벚꽃 보러 왔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나요

    꽃 진 자리 자리마다

    까맣게 빛나는데

     

    꽃 보고 가신 사람들

    다 어디에 있을까요

    까맣게 익은 버찌 떨어져

    꽃 떨어진 자리 자리마다

    다시 까맣게 번지는데

     

    고개 들어 꽃비 맞으시던

    두 손 모아 꽃잎 받으시던

    까치발로 발아래 꽃잎 피하시던

    사진 찍어 급하게 보내시던

    그 많은 고운 사람들

     

    사람들은 그렇다고 해도

    꽃 진다고 새잎 난다고

    봄보다 먼저 떠난 당신

    꽃 진 자리 새카맣게 영그는

    빛나는 열매를 생각하지 않는

    정작 봄의 완성은 외면하는

     

    매번 그랬듯이 앞만 보는 당신

    당신은 거기서 무얼 하는 건가요

     

    정원 들꽃에 물 뿌려 주기

     

     

     

     

     

     

     

    첫여름

     

                           홍해리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 여름이 왔다

    봄은 봄대로 꽃이 피었으나

    나는 향기로운 꽃의 둘레

    그 머얼리서 서성이고 있었다

    젖은 골목을 찾아

    젖은 꿈의 뒷길로 가는 어귀에서

    식은 땀을 떨구며 헤매고 있었다

    더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여러 갈래로 난 길목에 와서

    스물 몇 해를 헤아리고 있었다

    먼 하늘과 막막한 벌판과

    어둔 밤과 아픈 눈물 속을

    혼자서 걷다 걷다 지친 후에

    첫여름은 왔다

    가슴 홀로 뛰고 입술이 타는

    꽃이 꽃다이 보이는

    비가 내리고

    드디어 비가 내리고

    나에게도 여름이 왔다

     

    떨어지는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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