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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시가 주는 감동으로 마음의 평화
    좋은 시 2022. 3. 19. 08:59

     

    좋은 시를 읽어 내려가면

    복잡한 생각들은 잠시 내려놓게

    됩니다.

     

    걱정하고 고민한다고

    쉽게 풀리지 않는 일들에

    둘러 싸여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때

    잠시 멀어졌다가 다시 바라보면

    그동안 미처 몰랐던 부분을

    알 수도 있습니다.

     

    좋은 시가 주는 감동으로 

    마음의 평화를

    마음이 여유를

    가져 보세요.

     

     

    나무 난간 위에 놓여 있는 하얀색 커피잔

     

     

     

    비망록

     

                   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보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돌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푸른 밤

     

                  나희덕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초승달

          

                    김경미

     

     

     

    얇고 긴 입술 하나로

    온 밤하늘 다 물고 가는

    검은 물고기 한 마리

     

    외뿔 하나에

    온 몸 다 끌려가는 검은 코뿔소 한 마리

     

    가다가 잠시 멈춰선 검정고양이

    입에 물린

    생선처럼 파닥이는

    은색 나뭇잎 한 장

     

    검정 그물코마다 귀 잡힌 별빛들

     

    나도 당신이라는 깜깜한 세계를

    그렇게 다 물어 가고 싶다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이규보

     

     

     

    진주 이슬 머금은 모란꽃을

    새색시 꺾어들고 창가를 지나네

    빙긋이 웃으며 신랑에게 묻기를

    꽃이 예쁜가요, 제가 예쁜가요

    짓궂은 신랑 장난치기를

    꽃이 당신보다 더 예쁘구려

    꽃이 더 예쁘다는 말에 토란진 새색시

    꽃가지를 밟아 뭉개고는

    꽃이 저보다 예쁘거든

    오늘 밤은 꽃과 함께 주무세요

     

    테이블 위 양철 화분 옆 유리컵에 담겨 있는 카퓨치노 한 잔

     


     

    경쾌한 노래

     

                           폴 엘뤼아르

     

     

     

    나는 앞을 바라보았네

    군중 속에서 그대를 보았고

    밀밭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나무 밑에서 그대를 보았네.

     

    내 모든 여정의 끝에서

    내 모든 고통의 밑바닥에서

    물과 불에서 나와

    내 모든 웃음소리가 굽이치는 곳에서

     

    여름과 겨울에 그대를 보았고

    내 집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두 팔 사이에서 그대를 보았고

    내 꿈속에서 그대를 보았네.

     

    나 이제 그대를 떠나지 않으리.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너에게 쓴다

     

                         천양희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생 풍화되었다.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파블로 네루다

     

     

     

    그대는

    해질 무렵

    붉은 석양에 걸려 있는

    그리움입니다

    빛과 모양 그대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름입니다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부드러운 입술을 가진 그대여.

    그대의 생명 속에는

    나의 꿈이 살아 있습니다

    그대를 향한

    변치 않는 꿈이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사랑에 물든

    내 영혼의 빛은

    그대의 발밑을

    붉은 장밋빛으로 물들입니다

     

    오, 내 황혼의노래를 거두는 사람이여.

    내 외로운 꿈속 깊이 사무쳐 있는

    그리운 사람이여.

    그대는 나의 전부입니다

    그대는 나의 모든 것입니다

     

    석양이 지는 저녁

    고요히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나는 소리 높여 노래하며

    길을 걸어갑니다

     

    사랑하는 그대여.

    내 영혼은

     

    그대의 슬픈 눈가에서 다시 태어나고

    그대의 슬픈 눈빛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뜨거운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 옆에 놓여 있는 각설탕 세개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정희성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인들

    우리들의 사랑을 춥게 하리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어느날 당신과 내가 만나

    하나의 꿈을 엮을 수 있다면

     


     

    하지 않고 남겨둔 일

     

                       헨리 롱펠로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일하려 해도

    아직 하지 않은 일이 남아 있다.

    완성되지 않은 일이 여전히

    해뜨기를 기다리고 있다.

    침대 옆에, 층계에,

    현관에, 문가에

    위협으로 기도로

    탁발승처럼 기다린다

    기다리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기다리며 결코 거절하지 않는다.

    어제의 보살핌 때문에

    나날의 오늘이 더 힘들다.

    마침내 그 짐이 우리 힘이

    간당하기보다 더 클 때까지

    꿈의 무게만큼 무거워 보일 때까지

    곳곳에서 우리를 내리누른다.

    그리고 우리는 하루하루를 버틴다.

    북방의 전설이 말하는 것처럼

    어깨에 하늘을 인

    옛날의 난쟁이처럼.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카페 창가에 놓여 있는 라떼 커피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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