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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감정
    오늘의 좋은글 2022. 3. 16. 13:44

     

     

     

    뒷산에 캐나다가 있었습니다.
    좁다란 길을 따라 올라 가면 곧게 뻗은 날씬한 편백 나무들이 빼곡히 있는 작은 숲이 나타납니다.
    친구의 쉼터인 이곳. 편백 나무에 둘러 싸여 있으면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기분, 아니 이미 건강해진 느낌.
    몸이 건강해지는 것인지 마음이 건강해지는 것인지 여하튼 기분 좋은 곳입니다.
    친구가 캐나다 풍경 같지 않냐고 합니다. 풍경을 조각 나누어 보면 캐나다의 풍경 한 부분과 흡사한 것 같기도 합니다.
    무엇이든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마음으로 하는 행복한 여행이었습니다.

     

     

    푸른 전나무 숲

     

     

     

    모든 감정은 나와 타자의 마주침에서 발생한다. 돌과 마주치지 않는 한 잔잔한 호수가 일체의 동요나 파문도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특정 감정은 전적으로 나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또한 오로지 내가 만난 타자 때문에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우리는 감정의 원인을 내가 만난 타인에게서 찾으려고 한다. 예를 들어 사랑의 감정에 빠져 들었다면, 우리는 상대방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사랑의 감정을 일으킨 원인을  자신이 아니라 전적으로 상대에게 돌리니, 과대평가는 불가피한 일이다. 반대로 미움의 감정이 발생할 때도 우리는 전적으로 상대방에게만 그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

    당연히 상대방은 미움을 가져다준 사람이라고 저주받게 될 처지에 놓인다. 여기서 멸시라는 감정이 시작된다. 멸시라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우리는 상대방이 관계를 끊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미움의 관계를 단호히 청산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그는 멸시를 통해 상대방을 막다른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한다.

    관계의 시작과 끝에서 자신은 어떤 책임도 없다는 듯이, 그러니까 상대방을 멸시하게 될 때, 우리는 관계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지 않으려는 비겁함을 드러내는 셈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나를 멸시한다면, 우리는 그가 모든 관계의 책임을 나에게 미루려는 연약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타인을 멸시하는 사람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하겠다. 자신이 원했던 것처럼 관계가 파탄 나면, 그는 희생자 코스프레를 아낌없이 하게 될 것이다.

    마치 부당한 일을 당한 선량한 사람인 것처럼.

     

    ㅡ강신주, 강신주의 감정수업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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