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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생은 살아갈 때도 있지만 살아질 때도 있더라
    오늘의 좋은글 2022. 3. 13. 04:50

     

    평평한 길을 걸을 땐 주위 풍경과 사람들 구경을 하며 여유 있게 걷게 됩니다. 걷다가 달리기를 해 본 지 오래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한 번 달려볼까'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어요.

    달기기 좋은 평평한 길을 뛰며 멀리 있는 곳을 보고 달리기 시작했는데 달려도 달려도 그곳은 멀게만 느껴졌어요. 저기까지 가야지 하는 생각이 더 멀게 느껴지게 한 것 같아요.

     

    잠시 걷다 오르막길이 나타났어요. 오르막길이 더 힘들겠지만 저곳을 뛰어 올라갈 수 있다면 앞으로 달리기를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다리의 힘이 묵직하게 들어가고 점점 몸의 무게가 느껴지기 시작했어요. 머리는 저절로 숙여져 멀리 있는 곳을 보기보다 발끝을 보며 나의 숨소리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한 발만 더 한 발만 더라고 속으로 외치며 달렸어요.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 그곳에 도달해 있었어요. 그리고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경. 뒤돌아 달려온 길을 바라보며 해냈다는 뿌듯함과 함께 오르막길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가지 길이 있겠지만 확실한 건 평평한 길만 있는 것보다 오르막길이 힘들지만 재미있다는 거예요.

    지금 삶의 길이 오르막인가요? 얼마 남지 않았어요. 발끝만 바라보고 묵묵히 달려 보세요. 어느새 그곳에 와 있을 거예요

    한 발만 더 가면 됩니다.

    풀밭에 두갈래 길이 있는 언덕


    살다 보면 원치 않은 일들이 일상 위로 투하될 때가 있다. 그리고 어떤 일들은 딱히 해결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일. 과거의 실수가 현재의 발목을 붙잡는 일. 오랜 시간 돌보며 그때그때 덧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일. 그런 일들이 들이닥칠 때, 손상된 삶 따위는 내팽개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인생도 닌텐도 게임처럼 리셋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으니, 죽은 듯이 살아가야 할까.

     

    내게도 그러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끝에는 '그래도 나는 살아가고 싶다'는 결론에 닿았다. 몇 가지 사건들로 내 삶 전체를 포기하는 건 너무 억울했고, 남들이 보기엔 내 삶이 별거 아닐지라도 내겐 전부이므로, 드라마 < 또 오해영 >에서 해영의 말처럼 나는 여전히 내가 애틋했고 내가 잘되길 바랐다.

     

    당신도 그럴 수 있다.

    너무 지쳐서, 나 자신이 지긋지긋해서, 감당하기 힘들어서, 그런 나 자신을 내팽개치고 싶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구도 내 삶을 대신 돌봐주지 않는다. 상처가 생겼다는 이유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는 이유로, 누구의 돌봄도 받지 못한 채 내 삶이 홀로 울고 있다면 그건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그러니 살다가 어떤 불행을 마주한다 해도 충분히 슬퍼하고 괴로워했다면 그 원치 않는 사실과도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익히자.

     

    당신의 고단함이 별것 아니라서 혹은 다들 그렇게 사니까, 같은 이유가 아니라 당신에게 가장 애틋한 당신의 삶이기에 잘 갈아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까지 염려하며 완벽한 안전을 얻고자 하는 건, 멸균 공간에서 냉장되어 살아가길 바라는 것과 같다.

    삶의 안정감은 불확실을 완벽하게 제거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라 불확실과 맞서며 얻어진다.

     

    인생은 살아갈 때도 있지만,

    살아질 때도 있더라.

     

    ㅡ김수현,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中

     

    약용식물 백리향 허브 화분이 놓여 있는 테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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