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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릿고개 시 모음 보릿고개에 관한 시
    좋은 시 2023. 4. 22. 11:47

    보릿고개 시에는 5월에서 6월 사이 생활 식량이 부족하여 빈곤했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초목근피로 끼니를 해결해야만 했던 그때 그 시절 보릿고개 시에는 삶의 노고와 애달픔이 느껴집니다. 춘공기 맥령기라고도 부르는 보릿고개에 대한 시 모음 준비했습니다.

     

     

    보리밭
    보리밭

     

    보릿고개 시모음

     

    보릿고개 / 황금찬

     

    보릿고개 밑에서

    아이가 울고 있다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어머니가 울고 있다

    내가 울고 있다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눈물을 생각한다

     

    에베레스트는 아시아의 산이다

    몽불랑은 유럽

    와스카라는 아메리카의 것

    아프리카엔 킬리만자로가 있다

     

    이 산들은 거리가 멀다

    우리는 누구도 뼈를 묻지 않았다

    그런데 코리아의 보릿고개는 높다

    한없이 높아서 많은 사람이 울며 갔다

    -굶으며 넘었다

    얼마나한 사람은 죽어서 못 넘었다

    코리아의 보릿고개

    안 넘을 수 없는 운명의 해발 구천 미터

     

    소년은 풀밭에 누웠다

    하늘은 한 알의 보리알

    지금 내 앞에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다

     

     

    보릿고개 / 오정방

     

    나 어릴 적

    수없이 들었던 말

    보릿고개

     

    무슨 무슨 고개

    아무리 높다 해도

    이 보릿고개처럼

    높지는 않을 거라고

     

    지금은 없어진 지 오랜

    지긋지긋한 보릿고개

    그 당시엔

    이 고개를 넘지 못해

    자잔한 사람 소식이

    심심찮게

    신문 사회면을 차지하고

     

    힘겹게 넘던

    그 보릿고개 시절엔

    종달새도

    더욱 슬피 울었더라지?

     

     

    보릿고개 / 권오범

     

    논마지기나 밭뙈기라도 있어

    밀기울 죽으로 막바지 연명했을지언정

    부황으로 정신이 오락가락 해본 일 없거들랑

    시를 왜곡하지 말자

     

    저승사라마저 허기진 마름 봄 판에

    어느 시인은 꽁보리밥 솥에

    쌀 한줌 얹었다니

    얼마나 부자였을까

     

    그 고개는 북데기마저 비몽사몽 넘어야 했던 민둥산

    모래 속에 숨어있던 띠 뿌리가 전부였을 뿐

    구절초 쑥부쟁이 아카시아 꽃

    신작로 질경이도 한밤중이었다

     

    남 고생 나 몰라라 잘 먹고 잘 살았으면서

    숙대중만으로 만 미터쯤 될 것이라고

    자신이 겪은 일처럼 슬픈 척도 하지 말자

    그야말로 저승 문턱이 얼마나 화려한지 모른다면

     

     

    보릿고개 / 김근이

     

    나 어릴 적 어머니와

    보리이삭 하나 둘 주워 모아

    힘겹게 넘어온 보릿고개

    그 세월이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위로

    햇살에 담겨 내려온다

    태양이 하늘 한복판에 박힌 듯

    지루하기만 하던 한낮

    땡볕에 타는 내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닦아주던

    어머니 치마폭에 배인

    그 정겹던 땀 냄새

     

    그때 내 어머니는

    그 고달프던 보릿고개를 넘어

    지금은 저 세상에서

    편히 쉬고 계시다

     

    보릿고개에 관한 시모음

     

     

    보릿고개 / 노준섭

     

    아버지는

    막걸리 한 됫박에 세상 시름을 타서 마신 아버지는

    한번도 들은 적 없는 콧노래를 부르며 터덜거리는 

    자전거를 끌고 동냥치고개를 넘으셨다

    앞 발통에 달린 발전기는 아버지의 비척이는걸음에는

    빛을 내지 않고

    달도 없고 하늘 별들이 무더기로 맴을 돌았다

    어둠에 몸 감춘 동산에서 아카시아꽃 향내가 풍겨나왔다

    오월이었다

    보리는 여적지 파랗고 새끼들 얼굴은 자꾸만 누래져가는

    오월이었다

    막걸리 한 됫박으로 아버지는

    아무것도 자전거 짐수레에 싣지 못 한 아버지는

    생전 하지 않던 콧노래를 흥얼대는 아버지는

    별무리의 소용돌이가 어지러워 개구리 우는 골창으로

    몸을 부렸다

    휘어진 자전거 살대위에 가누지 못 한 몸을 실은 아버지

    눈으로 별무리가 쏟아져 들어갔다가 은하수처럼

    솟구쳤다

    세상에 가장 높은 고개

    넘다 넘다 이지러진 설운 삶을 어깨에 지고

    우지도 못 한 아버지 설움이

    산등성이 송홧가루로 피어올랐다

     

     

    보릿고개 / 노태웅

     

    옛날 보릿고개 넘을 때

    부끄러운 헛기침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굵은 눈물 한 방울 떨구던

    우리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옛날 보릿고개 넘을 때

    아픈 사연 숨기려고

    청솔가지 아궁이에 밀어 넣으며

    밥을 굶어도 표 내지 않으려고

    이른 새벽 뿌연 연기 날리던

    자존심 강한

    우리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옛날 보릿고개 넘을 때

    이웃집 솥뚜껑 슬쩍 밀어보고

    꽁보리밥 한 냄비 몰래 넣어주며

    어려움 함께 나누던

    인정 넘치는

    우리의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굴뚝에 연기 날리지 않는 요즈음

    오늘의 보릿고개 넘을 때

    두 팔 걷어붙이고 사랑과 나눔으로

    도시락 배달하며 자원봉사 하는

    인정과 사랑 넘치는 웃음 가득한

    우리의 어머니가 있습니다

     

     

    보릿고개 / 정찬열

     

    삘기 꽃이 하얗다 가슴 시린 보릿고개

    봄은 저만큼 가벼렸지만

    어릴 적 잘도 찾던 한 줌의 삘기

     

    트로트 노래 경쟁 속에

    나이 어린 가수가 박수받은 그 노래

    "아이야 뛰지 마라. 배 꺼질라"

     

    젊은이들은 알까 한 많은 보릿고개를 봄이면

    언덕을 헤매며 허기에 뽑아 든

    한 주먹 삘기

    감 쪼개 먹으며 배고픔을 달래고 송기껍질

    벗겨 먹었던 앙금 같은 세월

     

    삘기 뿌리 칡넝쿨에 찔레 순을 꺾어 먹었던

    그 시절

    한 많은 보릿고개

     

     

    궁핍이 나로 하여 / 김태정

     

    몇주째 견뎌오던 보릿고개를 박차고 일어나 다시,

    밥이 되고 공과금이 되고 월세가 될 글을 쓴다

     

    그동안 글이 되지 않는다고 투덜대면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안된다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 안된다고

    이 핑계 저 핑계로 배가 불러

    오래 묵혀두었던 원고뭉치를 꺼내

    햇빛에 곧 바스라질 것 같은 원고뭉치를 꺼내

    먼지도 털어내고

     

    나의 밥줄 286 앞에 앉아

    빼고 더하고 곱하고 나누고 엮어

    봄나물 다듬듯 글발을 다듬으니

     

    웬일인가

    그토록 안 받던 화장발이

    쥐어짜도 안 나와주던 글들이

    시원스레 구토를 하고 설사를 한다

     

    이것도 보릿고개 덕이라면 덕이겠다

    궁핍이 나로 하여 글을 쓰게 하니

    궁핍이 글로 하여 나를 살게 하니

    가난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조력자인가

     

    보릿고개에 대한 시모음

     

     

    보리밭의 오월 / 이원문

     

    길고 긴 보릿고개

    그 멀었던 보릿고개

    송홧가루 뿌린 바람

    다시 거둬 산 넘었나

     

    나부끼던 보리밭

    해 기울어 저물었고

    송깃 훑던 아이들

    산에서 내려왔다

     

    허기에 시커먼 손

    송진 묻어 끈끈한 손

    누가 나는 아니었고

    그랬었다 할까

     

    털어놓는 옛이야기

    부끄럽던 시절

    이야기 속 그 마음

    지금도 흉이 될까

     

    아련한 보릿고개

    구름 따라 산 넘고

    오월의 그 바람

    뼈 마디에 스며든다

     

     

    보릿고개 / 전병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방바닥을 내려다보며

    생활이 궁핍하던 시절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아니 더 자세히 말해서

    먹어서 해가 되지 않는 것이라면)

    모두 먹었던 꿈같은 일들이

     

    이제 사

    모든 게 풍요로운 오늘에 와 돌이며 보건 데

    과연 얼마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그래서 

    이겨내기 위한 싸움을 부모님 세대는

    계속해 왔다는 사실을

    요즘 세대들은 알고 있는지

     

     

    보릿고개 / 최다원

     

    김포공항 옆 가로수 아래

    관상초로 누가 심어 놓았을까

    누렇게 익어

    수확의 시기를 넘긴 보리들이 출렁인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더니

    바람 따라 흔들리며

    삶이란 함께 흔들리며 사는 거라나

     

    더러는 부러지고

    더러는 쓰러졌지만

    아직 낱알이 붉은 이삭틈새에

    초근목피로 연명하며

    주린 배를 움켜쥐었다던

    어머니 세대의 보릿고개가

    아지랑이처럼 오락가락

     

    잘살아 보자고 어금니를 꽉 깨물며 외치던

    새마을 운동과

    4H 클럽 구호는

    아득한 옛날 전설이 되고

    넘쳐나는 먹을거리 홍수 속에서

    가물가물 아련한 필름을 푼다

     

     

    보릿고개 / 김시종

     

    봄이면 엄마 얼굴

    노랗게 피는 외꽃

    보리골 푸른 바람

    마음지레 설레는데

    애들은 홍두깨 마냥

    배를 깔고 누웠다

     

     

    보릿고개 / 윤용기

     

    보리피리 삘리릭

    춤추는 소리

    보릿고개 허기진 배

    잠 못 이루네

     

    춘삼월 삘리릭

    서러운 소리

    뱃가죽 달라붙어

    도랑물 이루네

     

    가려네 삘리릭

    어서 가려나

    보릿고개 가렴아

    어서 가렴아

     

     

    요즘은 봄이 되면 초록빛 들판 보리밭 풍경 구경하러 나들이 가지만 옛날에는 초록빛 보리밭을 보며 애태웠던 감정을 보릿고개 시를 통해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습니다. 먹을 것이 풍부한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식량난으로 힘들었을 우리 아버지 어머니 참 고생 많으셨다고 생각합니다. 보릿고개 시 감상하며 감사한 마음 느껴보는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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