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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사랑 시 모음 23편 첫사랑에 관한 시 모음집
    좋은 시 2023. 4. 6. 23:21

    첫사랑 시 속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운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첫사랑을 떠올리면 순순했던 그 시절과 함께 풋풋했던 옛 추억을 떠올라 미소 짓게 합니다. 아름웠던 추억여행을 떠나게 해 줄 첫사랑에 관한 시 모음 준비했습니다.

    첫사랑 시 모음

     

    첫사랑 / 류시화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 날을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을 수도 없었다

     

    누가 그걸 옛 수첩에다 적어 놓은 걸까

    그 지붕 위에

    별들처럼

    어떤 것이 그리울수록 그리운 만큼

    거리를 갖고 그냥 바라봐야 한다는 걸

     

     

    첫사랑 / 이병률

     

    젊은 날 우리 한 사랑을 돌아보지 마오

    눈 비비면 후두둑 떨어지는 소금 같은 시절

    뙤약볕 아래

    물 새는 병을 쥐고 서서

    뽑을 것처럼 머리채를 움켜쥐고 극치를 맞던

    몸부림을 곱씹지 마오

     

    몸 구석구석 철조망에 긁힌 자국과

    때운 살점들 자리

    몸에 박혀드는 못냄새를 맡는 일처럼

    젊은 날 묶어 치운 열매들을 꺼내지 마오

     

    단 우리가 열일곱으로 돌아갈 것인가만 생각하오

    이 세상 다 신어야 할 구두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지

    질식해 죽을 것만 같은 아침

    이마에 내려앉은 슬픔의 그림자 따라

    좋은 옷 한 벌 훔쳐 내달릴 수 있을 것인지

    문득 우리가 열일곱 살로 돌아가

    첫 술을 마신다면

     

     

    첫사랑 / 조병화

     

    밤나무 숲 우거진 마을 먼 변두리

    새하얀 여름 달밤

    얼마만큼이나 나란히 이슬을 맞으며 앉아 있었을까

    손도 잡지 못한 수줍음 짙은 밤꽃 냄새 아래

    들리는 것은 천지를 진동하는 개구리 소리

    유월 논밭에 깔린 개구리 소리

     

     

    첫사랑 그 사람은 / 박재삼

     

    첫사랑 그 사람은

    입맞춘 다음엔

    고개를 못 들었네

    나도 딴 곳으로 보고 있었네

     

    비단올 머리칼

    하늘 속에 살랑살랑

    햇미역 냄새를 흘리고,

    그 냄새 어느덧

    마음 아파라.

    네 손에도 묻어 있었네

     

    오, 부끄러움이여, 몸부림이여,

    골짜기에서 흘려보내는

    실개천을 보아라

    물비늘 쓴 채 물살은 울고 있고

    우는 물살 따라

    달빛도 포개어진 채 울고 있었네

     

     

    첫사랑 / 윤보영

     

    때로는 내 안에

    그대 생각 담고 사는 것이

    짐이 되기도 하지만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내리는 순간

    더 아픈 짐을 져야 할 것 같아

     

     

    첫사랑 / 이해인

     

    두근거리는 가슴 들킬까봐

    애꿎은 손톱만 깨물다가

     

    그때부터 조금씩

    가슴에

     

    금이 가기

    시작했어

     

     

    사랑의 물리학 / 김인육

     

    질량의 크기는 부피와 비례하지 않는다

     

    제비꽃같이 조그마한 그 계집애가

    꽃잎같이 하늘거리는 그 계집애가

    지구보다 더 큰 질량으로 나를 끌어당긴다

    순간, 나는

    뉴턴의 사과처럼

    사정없이 그녀에게로 굴러 떨어졌다

    쿵 소리를 내며, 쿵쿵 소리를 내며

     

    심장이 

    하늘에서 땅까지

    아찔한 진자운동을 계속하였다

    첫사랑이었다

     

    첫사랑에 관한 시모음집

     

    첫사랑 / 정세훈

     

    녀석이 나보다

    부잣집 아들이었다는 것도

    학업을 많이 쌓았다는 것도

    돈을 많이 벌었다는 것도

    그 어느 것 하나 부럽지 않았다

     

    다만, 녀석이

    내 끝내 좋아한다는 그 말 한마디

    전해지 못했던 그녀와

    한 쌍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적

     

    난 그만

    녀석이 참으로 부러워

    섧게 울어버렸다

     

     

    첫사랑 / 류근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눈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갯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첫사랑 / 안도현

     

    그 여름 내내 장마가 다 끝나도록 나는

    봉숭아 잎사귀 뒤에 붙어 있던

    한 마리 무당벌레였습니다

     

    비 그친 뒤에, 꼭

    한번 날아가보려고 바둥댔지만

    그때는 뜰 안 가득 성큼

    가을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코 밑에는 듬성듬성 수염이 돋기 시작하였습니다

     

     

    첫사랑 / 이윤학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 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첫사랑 / 용혜원

     

    볼이 빨개졌지요

    가슴이

    두근 두근대며

    마구 뛰었지요

     

    누가

    내 마음 알까

    숨고만 싶었지요

     

     

    첫사랑 /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랴

     

    싸그락 싸그락 두드려보았겠지

    난 분분 난 분분 춤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 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 장석주

     

    어떤 일이 있어도 첫사랑을 잃지 않으리라

    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

    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

    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

    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겨 있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로 걸어 가리라

    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보리라

    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 짓고 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

    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 두 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보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상처받는 일과 나쁜 소문 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오를 때 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

     

    첫사랑에 대한 좋은 시 모음

     

    첫사랑 / 문태준

     

    눈매가 하얀 초승달을 닮았던 사람

    내 광대뼈가 불거져 볼 수 없네

    이지러지는 우물 속의 사람

    볼에 구운 돌처럼

    보기만 해도 홧홧해지던 사람

    그러나, 내 마음이 수초밭에

    방개처럼 갇혀 이를 수 없네

    마늘종처럼 깡마른 내 가슴에

    까만 제비의 노랫소리만 왕진 올 뿐

    뒤란으로 돌아앉은 장독대처럼

    내 사랑 쓸쓸한 빈 독에서 우네

     

     

    첫사랑 / 홍수희

     

    그것의 완성은 결별,

     

    이별이 없이는 알 수가 없는

    신비가 없이는 느낄 수 없는

    보호색이 없이는 유지가 되지를 않는

    거리가 없이는 가능성 없는

    의지가 없이는 타당성 없는

    고통이 없이는 대가가 없는

    미로가 없이는 도달점 없는

    아, 그것은 상실의 미학

     

    그것의 완성은 과감한 결별,

     

     

    혼자 사랑 / 도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람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뻗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

     

     

    첫사랑 / 김소월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내가 만약 달이 된다면

    지금 그 사람의 창가에도

    아마 몇줄기는 내려지겠지

     

    사랑하기 위하여

    서로를 사랑하기 위하여

    숲속의 외딴집 하나

    거기 초록빛 위 구구구

    비둘기 산다

     

    이제 막 장미가 시들고

    다시 무슨꽃이 피려한다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산너머 갈매 하늘이

    호수에 가득 담기고

    아까부터 노을은 오고 있었다

     

     

    첫사랑 / 고영민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봄날 저녁이었다

     

    그녀의 집 대문 앞에

    빈 스티로폼 박스가

    바람에 이리저리 뒹굴고 있었다

     

    밤새 그리 뒹굴 것 같아

    커다란 돌멩이 하나 주워와

    그 안에

    넣어주었다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 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나부끼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위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위의 반짝이는 소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의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첫사랑 / 김진환

     

    젊은 날 내 맘을 사로잡은 그리운 이여

    시랑이란 말이 숙성되면 네게 보내려 했다

    그러나 보낸 적이 없다 아니 보낼 수 없었다

    네 눈빛만 보면 사랑이란 말이 뇌리에서 사라지고

    복사꽃 향기만이 텅 빈 가슴을 채워 내 혀가 화석처럼 굳어 버렸기 때문이다

    하지 못한 사랑이란 말 내 가슴속에서 아지고 네게로 향한채

    팽팽히 당겨진 활 시위처럼 긴장하고 있다네

     

     

    첫사랑 / 오탁번

     

    천둥산 박달재 사이 낮에도 부엉새가 우는 깊은 산골

    사립문 옆 향나무에서 향 냄새가 늘 독하게 퍼졌다

    우리 집 오래뜰에서 굴뚝새빛 단발머리 주근깨 오소소한 소녀와

    까까머리 코흘리개 소년은 퍼져나는 향 냄새에 취해

    영겁까지 약속하는 토끼풀 반지를 끼고

    영원히 현재진행형인 줄 알았던 그 옛날의 사랑이

    이제는 과거완료가 된 지워진 행간 속에서

    그대 찾아가는 쪽배를 타고 흐트러진 낱말 하나하나 수틀에 놓듯 팽팽하게 당기면서

    거친 은하수 물결을 노 저어갈까 한다

    -너를 사랑한다

    이 한마디 말 오작교 난간에 걸어둘까 한다

     

     

    첫사랑 / 김현태

     

    눈을 다 감고도

    갈 수 있느냐고

    비탈길이 나에게 물었다

     

    나는 답했다

    두 발 없이도

    아니, 길이 없이도

    나 그대에게 갈 수 있다고

     

     

    아련히 떠오르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답다는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루지 못한 아쉬움도 남기 마련일 것입니다. 첫사랑 시와 함께 마음속에 묻어 두었던 첫사랑 추억 여행 잠시 떠나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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