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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리밭 시 모음 청보리 시 청보리밭 축제
    좋은 시 2023. 4. 7. 12:16

    보리밭 시가 떠오르는 봄날 파릇파릇한 청보리 축제도 열린다고 합니다. 옛날에는 이 시절이 가장 힘들었다는 보릿고개지만 지금은 청보리를 보며 힐링하는 장소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봄이 되면 찾아보게 되는 보리밭 시, 청보리 시와 함께 2023년 청보리밭 축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보리밭
    보리밭

     

    2023년 청보리 축제 열립니다

     

    ·제주도 가파도 청보리축제는 2023년 4월 8일부터 4월 16일까지 9일간 개최된다고 합니다. 청보리 밭, 올레길 걷기, 소망탑 쌓기, 버스킹 등이 열린다고 하니 봄나들이 떠나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2023년 4월 15일부터 5월 7일까지 개최됩니다. 보리밭 사잇길 걷기, 차 없는 거리, 트랙터 관람차 운행, 보물찾기, 농악거리 등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나들이 떠나기 좋은 것 같습니다.

     

     

    보리밭 시 모음

     

    보리밭 / 안도현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내릴 수 없는 결말이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땅투기꾼 독점재벌에게는 도저히

    빼앗길 수 없는 한 뼘의 분노가 있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희망

    우리가 청춘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적에 대한 증오가 이렇듯 푸르고

    동지에 대한 사랑이 이만큼 싱싱하다는 뜻이다

    이 땅에 아직 보리밭이 있다는 것은

    이 땅에 아직 보리피리를 찬란하게 볼 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보리밭 / 박화목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

    뉘 부르는 소리 있어 발을 멈춘다

    옛 생각이 외로워 휘파람 불면

    고운 노래 귓가에 들려온다

    돌아보면 아무도 뵈지 않고

    저녁 노을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

     

     

    보리밭 / 안상학

     

    꽃이 피기도 전에 봄이 왔는가 보다

    너무 일찍 잠 깬 호랑나비 한 마리

    청보리밭에 잠시 앉았다 날아간다

    고생만 하고 간 엄마 생각이 난다

     

     

    보리 / 이재무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서 본 사람은

    알리라 바람의 속도와

    비의 깊이를

    보리밭 속에 들어가

    보리와 함께 흔들리며

    일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정확히 알리라

    세상 옳게 이기는 길

    그것은 바로

    바르게 서서 푸르게 생을 사는

    자세에 있다는 것을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두물머리 보리밭 끝 / 류근

     

    해 질 무렵 두물머리 보리밭 끝에는

    바라볼 때마다 추억까지 황홀해지는 노을이 있고

    아무렇게나 건네주어도 허공에 길이 되는

    가난한 시절의 휘파람 소리가 있고

    녹슨 십자가를 매단 채 빨갛게 사위어가는

    서쪽 마을 교회당 지붕들마저 저물어 있다

     

    나는 자주 그 길 끝에서 다정한 생각들을 불러 모으고

    구름은 기꺼이 하루의 마지막 한때를

    내 가벼워진 이마 위에 내려놓고 지나갔다

    언제나 나는 그 보리밭 끝에 남겨졌지만

    해 질 무렵 잠깐씩 잔잔해지는 저녁 물살을 바라보며

    생애의 마지막 하루처럼 평화로웠다

    쓸쓸한 시절은

    진실로 혼자일 땐 동행하지 않는 법이었다

     

    바람의 길을 따라 보리밭이 저희의 몸매를 만들 때

    나는 길 끝에 서서 휘파람 뒤에 새겨진 길을

    천천히 따라가거나 물소리보다 먼

    세월을 바라보았을 뿐

     

    거기선 오히려 아무것도 그립지 않았다

     

    아무것도 그립지 않은 사람으로 느리게 저물어서

    비로소 내 눈물을 스스로 따스한 뉘우침이 되고

    물소리는 점점 더 잔잔한 평화가 되고

    서쪽으로 불어가는 생각들과 함께 나는

    노을보다 깊어진 눈시울로 길 끝에 서서

    아직 잊혀지지 않은 것들의 이름을 부를 수 있었다

     

    생애의 마지막 하루처럼

    두물머리 보리밭 끝에 날이 저물 때

    멀리 가는 물소리와 함께

    어디로든 한꺼번에 저물고 싶었다 아무것도

    그립지 않았다

     

     

    햇빛은 보리밭에 / 나태주

     

    햇빛은 보리밭에 내려

    초록의 햇빛이 되고

     

    목련꽃 위에선

    순백의 햇빛이 되고

     

    개나리 위에 내려선

    샛노란 햇빛이 된다

     

    내 마음에 내린 햇빛은

    무슨 빛깔일까?

     

     

    보리밟기 / 민병도

     

    봄바람에 뿌리가 들린 보리를 밟는다

    문신처럼 드러나는 온 몸의 신발자국,

    때로는 혼절의 아픔도 사랑이라 일러주며.

     

    밟으면 꺾어지고 일으키면 누워버리는,

    차마 작은 돌 하나도 밀어내지 못하지만

    그 속에 물결 드높고 함성 또한 뜨거워라

     

    꼿꼿이 일어서서 아침해를 겨누면서

    보무도 당당하게 이 땅의 슬픔을 이긴 보리밭

    민초의 힘이여! 사투리의 절개여

     

    정녕 무서운 힘은 창칼도 붓도 아닌

    한 근도 못 미치는 마음 안에 있는 것

    날마다 속을 비우는 저 초록, 꿈을 밟는다

     

    보리밭에 관한 시 모음

     

    보리씨 / 김용택

     

    달이 높다

    추수 끝난 우리나라

    들판 길을 홀로 걷는다

    보리씨 한 알 얹힐 흙과

    보리씨 한 알 덮을 흙을

    그리워하며 나는 살았다

     

     

    청보리 / 박홍진

     

    보리밭에 뛰노는 철모르는 아이야

    어지러이 흙 파헤치지 말고 자근자근 밟거라

    겉보리 서말이면 니 애비 처가살이 면하고

    춘공기 장리벼에 네 누이 건사 하느니라

     

    티켓다방 순이의 억척스런 몸부림

    어느핸가 태풍으로 전답을 물말아 먹은 영식이네

    아직도 이름없는 몸뚱아리 되어

    거리를 배회하는

    사람, 사람들

     

    한낮의 고달픔이 쑤셔넣은 빈 숟가락에

    더욱 북받치던 서러움 쯤이야

    경엽에 푸른피 돌아 상처 아물면

    청보리 파아랗게 피어나는 것을

     

    그네들은 오늘 밤도 여지없이

    꺼-억, 꺽

    목젖에 걸린 까락을 내뱉으며

    울음을 삼킨다

     

     

    보리밭 / 조성심

     

    오월의 청보리밭에서는

    저들끼리 키대기하며

    간지럼태우고 재잘거리니

     

    이제사

    이 땅에 뿌리내리고 살면서

    설운 보릿고개 넘으려

    서둘러 여물지 않아도 돼

     

    맑게 얼굴 씻는 하늘에 대고

    싱그런 풋보리 내음 날리며

    꾀꼬리 불러들여라

    오월

    긴 하루가

    이리도 아름다운 것을

     

     

    보리밭에서 / 김종제

     

    철새처럼 몰려들었던

    겨울의 눈과 얼음을

    훠어이 훠어이 쫒아내며

    동토에서 곧게 서는 것이란

    사바세계의 적을 물리쳐야

    얻을 수 있는 사리와 같다

    다비식도 없이

    저 아래 2월의 남도 들녘이

    불길에 휩싸였다

    살 다 타고 일어선

    저것이 보리다, 사리골이다

    푸른 뼈마다

    한 톨의 알곡을 지녔으니

    광배로 눈부신 금불이다

    보리수나무 꼭대기에

    절을 한 채 짓고

    동안거에 들어간 까치 한 마리가

    새벽마다 목탁을 두드리고

    저녁마다 범종을 친다

    바람에 결코 흔들리지 않는

    보리심을 가졌다

    공양 한 그릇 얻을 씨를 가졌다

    저것이 물결 출렁이는

    바닷속 아닌가

    내장 같은 번뇌를 솎아내고

    덕장에 널어둔 푸른 물고기들이

    살아 꿈틀거린다

    보리밭에서

    한 해 지낼 보리 얻으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평야 / 김용택

     

    그대 두고 돌아 오는 길

    사랑 하나 없는 달빛 아래

    김제만경 보리밭 보며 울었습니다

    차창에 기대어

    달빛에 반짝이는 밤이슬 보며 울었습니다

    캄캄하게 속 빈 봄 갈대처럼

    들판이 넓어서,

    들판이 넓어서

    하얗게 울었습니다

     

     

    보리밭 길 / 이원문

     

    고향의 그 보리밭

    산자락 밑 파란히

    바람이라도 불면

    그리 나부꼈는데

     

    들꽃이 피었어도

    그 들꽃 못 보았던 날

    냇둑 따라 오르면

    떨어지는 봇물 아래

    맑은 냇물 흘렀고

     

    무엇 찾아 어디로

    보리밭 길 지날적에

    보리 눕혀 눕노라면

    하늘의 흰 구름 어디로 가는지

     

    다시는 볼 수 없는

    나만의 그 보리밭

    보리밭에 묻어 넘는

    이 나의 인생일까

    지난 날 모두 모아 다시 읽는다

     

     

    보리밭 / 박철

     

    세종로 빌딩 옥상에

    보리를 심은 것을 봤지만

    산에서 쫒겨 내려온 산새들처럼

    보리밭에서 서성이며 담배 피우는 아빠를 보았지만

    그 속에서 말없이 전화기에 귀를 대고

    고개 숙인 큰언니도 보았지만

    그래도

    푸르고 푸른

    보리밭은 보리밭이다

     

     

    무심천 보리밭 / 류정환

     

    지난 겨울 이 땅에서

    뿌리만으로 나는 견디었다

    지금 비릿한 목숨을 꺼내어

    바람결에 확인하는 것은

    설렘이다. 오랜 그리움이다.

    대물린 약속이다

    단단한 씨앗 하나 얻고자 함이다

    살아 있음으로 푸른 세상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아

    이 땅을 바람나게 하는 희망 하나

    두근두근 간직하고자 함이다

     

     

    보리밭 풍경 / 김상현

     

    낮 열두 시

    기차는

    푸른 보리밭으로 들어가고

    땡볕 흔드는

    매미 울음소리 사이로

    새참을 이고가는 아낙도

    푸른 보리밭으로 들어간다

    학교가 끝난 한 패의 아이들도

    자전거 탄 우체부도

    보리밭으로

    보리밭으로

    모든 푸른 보리밭으로 들어가고

    지금은 보리밭만 보인다

     

     

    그 시절 보리밭에서 / 백무산

     

    긴 보리밭을 몇 개자 지나야 교문이 보였지만

    그곳으로 가지 않고 우리는 보리밭을 더듬곤 했다

    어미 종달새가 하늘 한 점 보일 듯 말 듯한

    허공에 멈추어 어질어질하도록 울어대는

    그 곳에서 연둣빛 보리 이삭 우북한 이랑 사이에 

    햇살을 쪼며 콩닥거리는 차돌 빛 알 두개를

    처음 보았을 때 내가 내 심장고리를 

    내가 처음 들었다

     

    바다를 처음 만났을 때,

    그 무한정의 세계가 현실이 아니었듯이

    새의 둥지는 한없이 단순하고

    지극히 연약하여 그건 실재가 아니라

    물무의 잔상인 양 어른거리기만 하였던 것일까

    그 그림자 같은 그것에 손을 내밀다가 그만

    너무도 허망하게 깨뜨려 엎질러버렸을 때

    처음 수음을 하고 나서 밀려드는

    그 미끈하고 비릿한 슬픔과 연민 같은 것

    그것은 처음 내가 나를 돌아보는 아픔이었다면

    내가 엎질러버린 그 비릿함은 처음 세상을 향한

    슬픔과 연민에 하늘 가득 질펀한 글썽임이었다

    아무래도 그 죄를 내가 다 받아 나도 모르게

    아짓도 까마득한 마음 한 점에서

    나는 울먹이고 있다

     

     

    화려한 봄꽃도 좋지만 푸른 청보리 풍경도 장관입니다. 초록색이 주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보리밭 시와 함께 청보리 축제도 즐기면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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