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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 하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는 풀꽃시는 짧은 시이지만 마음의 감동은 크게 다가옵니다. 꽃을 보고 있으면 마음도 꽃을 닮아가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주는 것 같습니다. 마음의 힐링과 정화가 필요할 때 읽으면 좋은 꽃 시 모음 소개해 드릴게요.
꽃 시모음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꽃 / 안도현
바깥으로 뱉어 내지 않으면 고통스러운 것이
몸속에 있기 때문에
꽃은, 핀다
솔직히 꽃나무는
꽃을 피워야 한다는 게 괴로운 것이다
내가 너를 그리워하는 것,
이것은 터뜨리지 않으면 곪아 썩는 못난 상처를
바로 너에게 보내는 일이다
꽃이 허공으로 꽃대를 밀어올리듯이
그렇다 꽃대는
꽃을 피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자기 몸을 세차게 흔든다
사랑이여, 나는 왜 이렇게 아프지도 않는 것이냐
몸속의 아픔이 다 말라 버리고 나면
내 그리움도 향기 나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살아 남으려고 밤새 발버둥을 치다가
입 안에 가득 고인 피,
뱉을 수도 없고 뱉지 않을 수도 없을 때
꽃은, 핀다
꽃의 선언 / 문정희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 박노해
눈 녹은 해토에서
마늘 싹과 쑥잎이 돋아나면
그때부터 꽃들은 시작이다
2월과 3월 사이
복수초 생강나무 산수유
진달래 산매화가 피어나고
들바람꽃 씀바귀꽃 제비꽃
할미꽃 살구꽃이 피고 나면
3월과 4월 사이
수선화 싸리꽃 탱자꽃
산벚꽃 배꽃이 피어나고
뒤이어 꽃마리 금낭화 토끼풀 모란꽃이 피어나고
4월의 끝자락에
은방울꽃 찔레꽃 애기똥풀꽃
수국이 피고 나면
5월은 꽃들이 잠깐 사라진
초록의 침묵기
바로 그때를 기다려
5월의 대지의 심장을 꺼내듯
붉은 들장미가 눈부시게 피어난다
일단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하자
꽃은 자기만의 리듬에 맞춰
차례대로 피어난다
누구도 더 먼저 피겠다고
달려가지 않고
누구도 더 오래 피겠다고
집착하지 않는다
꽃은 남을 눌러 앞서
가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이겨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자신이 뿌리내린 그 자리에서
자신이 타고난 그 빛깔과 향기로
꽃은 서둘지도 않고 게으르지도 않고
자기만의 최선을 다해 피어난다
꽃은 달려가지 않는다
꽃과 나 / 정호승
꽃이 나를 바라봅니다
나도 꽃을 바라봅니다
꽃이 나를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나도 꽃을 보고 웃음을 띄웁니다
아침부터 햇살이 눈부십니다
꽃은 아마
내가 꽃인 줄 아나 봅니다
꽃이 지는 저녁 / 정호승
꽃이 진다고 아예 다 지나
꽃이 진다고 전화도 없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지는 꽃의 마음을 아는 이가
꽃이 진다고 저만 외롭나
꽃이 져도 나는 너를 잊은 적 없다
꽃 지는 저녁에는 배가 고파라
꽃에 관한 시
3월에는 꽃이 되고 싶다 / 윤보영
3월에는
꽃이 되고 싶다
마음에서
고운 향기가 나는 꽃!
나를 보고 다가오는
바람에게
미소로 안부를 전하고 싶다
안부에
향기를 나누는
여유가 담겼으면 좋겠다
여유 속에도
한 번쯤, 꽃을 심은 마음도
헤아려 보아야겠다
꽃인 나를
모두가 알아볼 수 있게
아름다운 꽃이 되고 싶다
꽃을 보는 사람마다
가슴에 행복에 담기는
행운의 꽃이었으면 좋겠다
꽃인 내가 행복한 것처럼
모두가
행복한 꽃이 되었으면 더 좋겠다
내가 꽃이라면 / 윤보영
내가 꽃이라면
그대 좋아하는 꽃이 되고 싶네
그대 좋아하는 꽃이라면
향이 좋은 꽃이 되고 싶네
향이 좋은 꽃이라면
그대 곁에 머무는 꽃이 되고 싶네
그대 곁에 머무는 꽃이라면
그대 행복에 보탬이 되는
행기 좋은 꽃이 되고 싶네
그대 행복이
곧 내 행복이라는 것을 아는
행복한 꽃이 되고 싶네
꽃 한 송이 / 김용택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꽃잎의 사랑 / 이정하
내가 왜 몰랐던가
당신이 다가와 터뜨려 주기 전까지는
꽃잎 하나도 열지 못한다는 것을
당신이 가져가기 전까지는
내게 있던 건 사랑이 아니니
내 안에 있어서는
사랑도 사랑이 아니니
아아 몰랐던가,
당신이 와서야 비로소 만개할 수 있는 건
주지 못해 고통스러운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중년의 꽃 / 이채
나도 한 때는 청춘의 장미였다
촉촉이 물오른 가지마다
여린 가시가 돋힌 싱그런 빨간 장미
바람도 내 곁을 지날 때는 조심스러웠지
이제는 중년의 꽃으로 살고 싶다
아침에 햇살에 감사하며
저녁 휴식에 또 감사하며
하늘 아래, 땅으로 사는 낮은 마음으로
욕심 없는 소박한 삶의 꽃을 피우고 싶다
봄이 겨울보다 짧은 이유와
꽃이 피고 지는 자연의 이치에
더욱 고요히 흐르는 물소리로
내 인생의 사계절을 걸어가야 하리
조용히 눈을 감고
내 안의 종소리에 귀 기울이며
겉보기가 화려함보다
참 고운 인연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내면의 편안함을 지닐 수 있다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그럴 수 있어'라고 고개를 끄덕일 때
나의 다름도 이해받을 수 있으리
살아가면서
용서할 수 없는 일 또한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자신을 학대하는 것만큼
비참한 일은 없으며
나쁜 기억을 오래 간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는 것을
누구를 미워하기보다
아름다운 용서의 길을 선택한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가장 진실한 꽃으로 피는 것이라고
장미가 아름다운 공원을 거닐며
젊은 날의 추억에 젖어보는 것도
살아 있으므로 가능하지 않는가
바람이 흔들면 흔들려 주리라
비가 오면 젖어 주리라
바람 없고 비 없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꽃에 대한 좋은 시
풀꽃 1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 나태주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인연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 나태주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피워 봐
참 좋아.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 / 류시화
꽃샘바람에 흔들린다면
너는 꽃이다
모든 꽃나무는
홀로 봄앓이하는 겨울
봉오리를 열어
자신의 봄이 되려고 하는
너의 전 생에는
안으로 꽃 피려는 노력과
바깥으로 꽃 피려는 노력
두 가지일 것이니
꽃이 필 때
그 꽃을 맨 먼저 보는 이는
꽃나무 자신
꽃샘추위에 시달린자면
너는 곧 꽃 필 것이다.
꽃은 무릎 꿇지 않는다 / 류시화
꽃에게 배운 것
한 가지는
아무리 작은 꽃이라도
무릎 꿇지 않는다는 것
타의에 의해
무릎 꿇어야만 할 때에도
고개를 꼿꼿이 쳐든다는 것
그래서 꽃이라는 것
생명이라는 것
수선화에게 / 정호승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
꽃이 피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
아름다운 너를 위한 것
그대 울지 말고 이 꽃을 보아라
오랜 기다림과 사랑의 흔적을
성실하게 충실하게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그러다 보면 자연히
삶의 보람도 느낀다
절망할 필요없다 또 다른 꿈들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꽃도 그대도 바람에 온몸을
내맡겨야 꺾이지 않는다
살을 에는 겨울바람 이겨 낸 후에야
향기로운 꽃을 피운다
널 사랑하기 위해 이 꽃은 피었다
너도 누군가의 꽃과 별이 되라
장미는 장미로 바위는 바위로
저리 버티고 있지 않나
모래는 작지 않다. 모래는 바위다.
너는 작지 않다. 너는 세상이다.
절망할 필요없다. 또 다른 세상이
너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꽃비 / 이병률
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돌 하나, 꽃 한 송이 / 신경림
꽃을 좋아해 비구 두엇과 눈 속에 핀 매화에 취해도 보고
개망초 하얀 간척지 농투성이 농성에 덩달아도 보고
노래가 좋아 기성화장수 봉고에 실려 반도 횡단도 하고
버려진 광산촌에서 종로의 주모와 동무로 뒹굴기도 하고
이래서 이 세상에 돌로 버려지면 어쩌나 두려워하면서
이래서 이 세상에 꽃으로 피었으면 꿈도 꾸면서
아름다운 언어로 쓰인 꽃 시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예쁜 꽃 시 읽고 마음도 예뻐지는 시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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