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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월의 시 모음 - 깊어가는 아름다운 가을을 느낄 수 있는 11월에 관한 시 모음입니다.
    좋은 시 2022. 10. 26. 16:18

    가을이 깊어져 가는 11월입니다. 11월에 관한 시들을 준비했는데요 얼마 남지 않은 올해는 어떤 마음으로 마무리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은 것 같습니다. 좋은 시 읽으며 깊어가는 가을을 만끽하는 여유를 가져 보세요.

     

    11월의 시 모음입니다

     

    나뭇잎 테두리가 있는 액자
    나뭇잎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계절 / 나태주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달은

    11월이다

    더 여유 있게 잡는다면

    11월에서 12월 중순까지다

     

    낙엽 져 홀몸으로 서 있는 나무

    나무들이 깨금발을 딛고 선 등성이

    그 등성이에 햇빛 비쳐 드러난

    황토 흙의 알몸을

    좋아하는 것이다

     

    황토 흙 속에는

    시제時際 지내러 갔다가

    막걸리 두어 잔에 취해

    콧노래 함께 돌아오는

    아버지의 비틀걸음이 들어 있다

     

    어린 형제들이랑

    돌담 모퉁이에 기대어 서서 아버지가

    가져오는 봉송封送 꾸러미를 기다리던

    해 저물녘 한 때의 굴품한 시간들이

    숨 쉬고 있다

     

    아니다 황토 흙 속에는

    끼니 대신으로 어머니가

    무쇠솥에 찌는 고구마의

    구수한 내음새 아스므레

    아지랑이가 스며 있다

     

    내가 제일로 좋아하는 계절은

    낙엽 져 나무 밑동까지 드러나 보이는

    늦가을부터 초겨울까지다

    그 솔직함과 청결함과 겸허를

    못견디게 사랑하는 것이다

     

     

    11월의 나무처럼 / 이해인

     

    사랑이 너무 많아도

    사랑이 너무 적어도

    사람들은 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

    보이지 않게

    큰 사랑을 주신 당신에게

    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

    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내어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

    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

    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

    갈 길을 가야겠어요

     

     

    11월 / 오세영

     

    지금은 태양이 낮게 뜨는 계절

    돌아보면

    다들 떠나갔구나

    제 있을 꽃자리

    제 있을 잎자리

    빈들을 지키는 건 갈대뿐이다.

    상강(霜降).

    서릿발 차가운 칼날 앞에서

    꽃은 꽃끼리, 잎은 잎끼리

    맨땅에

    스스로 목숨을 던지지만

    갈대는 호올로 빈 하늘을 우러러

    시대를 통곡한다.

    시들어 썩기보다

    말라 부서지기를 택하는 그의

    인동(忍冬)

    갈대는 

    목숨들이 가장 낮은 땅을 찾아

    몸을 눕힐 때

    오히려 하늘을 향해 선다

    해를 받든다

     

     

    11월 /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겨울도 아닌 계절에

    모든 것은 예고에 불과한 고통일 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모든 것은 겨울을 이길 만한 눈동자들이다

     

     

    낙엽 위로 비치는 햇빛
    낙엽

     

     

    11월에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 이채

     

    말을 하기보다 말을 쓰고 싶습니다

    생각의 연필을 깎으며 마음의 노트를 펼치고

    웃음보다 눈물이 많은 고백일지라도

    가늘게 흔들리는 촛불 하나 켜 놓고

    등 뒤에 선 그림자에게 진실하고 싶습니다

     

    피었을 땐 몰랐던 향긋한 꽃내음이

    계절이 가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고

    여름 숲 지저귀던 새들의 노랫소리가

    어디론가 떠나고 흔적 없을 때

    11월은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바람결에 춤추던 무성한 나뭇잎은 떠나도

    홀로 깊은 사색에 잠긴 듯

    낙엽의 무던가에 비석처럼 서 있는

    저 빈 나무를 누가 남루하다고 말하겠는지요

    다 떠나보낸 갈색 표정이 누구를 원망이나 할 줄 알까요

     

    발이 저리도록 걷고 걸어도 제자리였을 때

    신발끈을 고쳐 신으며 나는 누구를 원망했을까요

    그 길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짚고

    몸을 일으켜 세우며 나는 또 누구를 원망했을까요

    하늘을, 세상을, 아니면 당신을

     

    비록 흡족지 못한 수확일지라도

    그 누구를 원망하지 말 것을

    자신을 너무 탓하지 말 것을

    한 줄 한 줄 강물 같은 이야기를 쓰며

    11월엔 한그루 무소유의 가벼움이고 싶습니다

     

     

    11월의 선물 / 윤보영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이 흐르는 11월입니다

    가을이 봄과 여름을 데리고

    우리 곁을 지나가고 있다고

    겨울을 데리고

    12월이 가까이 있다고

     

    올해도

    또 가지 끝에 남아있다

    떨어진 나뭇잎처럼

    의미 없이 지나가게 될 11월

     

    홀로 선 나무줄기에는

    이미 봄이 오고 있다

    씨앗을 품고 있는 대지도

    새싹 뛰울 꿈에 젖어있는

     

    그대와 나

    그리고 우리 안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제 차 한잔에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채워

    11월 마지막 날에

    내가 나에게 선물하겠습니다

     

    그리고 행복을 선물 받겠습니다

     

     

    11월 마음의 기척 / 박노해

     

    흙 마당

    잡초를 뽑듯

    말을 솎는다

     

    가을마당

    낙엽을 쓸듯

    상념을 쓴다

     

    마당가

    꽃을 가꾸듯

    고독을 가꾼다

     

    흰 서리

    아침 마당에

    시린 국화 향기

     

    첫눈이 오려나

    그대가 오려나

    11월 마음의 기척

     

     

    11월의 나무 / 도종환

     

    십일월도 하순 해 지고 날 점점 어두워질 때

    비탈에 선 나무들은 스산하다

    그러다 잃을 것 다 잃고

    버릴 것 다 버린 나무들이

    맨몸으로 허공에 그리는 풍경이

    가장 아름다운 건 이 무렵이다

    거기다 철 이른 눈이라도 내려

    허리 휘어진 나무들의 모습은 숙연하다

    이재 거둘 건 겨자씨만큼도 없고

    오직 견딜 일만 남았는데

    사방팔방 수묵화 아닌 곳 없는 건 이 때다

    알몸으로 맞서는 처철한 날들의 시작이

    서늘하고 탁 트인 그림이 되는 건

     

     

    11월의 노래 / 김용택

     

    해 넘어가면 당신이 더 그리워집니다

    잎을 떨구며 피를 말리며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이 그리워 마을 앞에 나와

    산그늘 내린 동구길 하염없이 바라보다

    산그늘도 가버린 강물을 건넙니다

     

    내 키를 넘는 마른 풀밭들을 헤치고

    강을 건너 강가에 앉아

    헌옷에 붙은 풀씨들을 떼어내며

    당신 그리워 눈물납니다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닿지 못할 세상의 외로움이

    마른 풀잎 끝처럼 뼈에 스칩니다

     

    가을은 자꾸 가고

    당신에게 가 닿고 싶은

    내 마음은 저문 강물처럼 바삐 흐르지만

    나는 물 가버린 물소리처럼 허망하게

    빈 산에 남아 억새꽃만 허옇게 흔듭니다

    해 지고 가을은 가고 당신도 가지만

    서리 녹던 내 마음의 당신 자리는

    식지 않고 김납니다

     

     

    땅 위에 쌓여 있는 노란 은행 나뭇잎
    은행나뭇잎 낙엽

     

     

    11월 / 황인숙

     

    너희들은 이제

    서로의 맛을 느끼지 못하겠구나

    11월

    햇빛과 나뭇잎이

    꼭 같은 맛이 된

    11월

    엄마, 잠깐 눈 좀 감아봐! 잠깐만,

     

    잠깐, 잠깐, 사이를 두고

    은행잎이 뛰어내린다

    11월의 가늘한 

    신 햇살 위에

     

     

    11월의 비 / 오보영

     

    당신을 위해 내리는 거예요

    이미 낙엽이 되어

    땅 위를 구르고 있는데요

    여전히 지난 화려했던 시절만 떠올리며

    환상에 젖어있는

    당신을 일깨우려고

    소리 없이 줄줄 내리고 있는 거예요

    곧 닥쳐올 겨울 채비 좀 하라고요

    감싸줄 포근한 옷도 좀 준비하고

    맘 녹여줄 따뜬한 물도 좀

    데워 놓으라고요

     

     

    11월 들꽃 / 오보영

     

    이 시린 계절에..

     

    고운 꽃을 피워

    내게

     

    기쁨을 주고

    활기를 돋우는

    네게

    나도

     

    마음을 주련다

     

    내가 

    줄 수 있는 만큼의

    사랑을

    네게

     

    듬뿍 안겨주련다

     

     

    11월의 나무 / 남정림

     

    나는 너에게 갈 수 없지만

    너는 내게로 올 수 있다

     

    우리가 함께 걸었던 순간에

    단풍처럼 빛나던 심장을

    널 위해 가지에 걸어 두었다

     

    와서 보아라!

    사랑하기에

    낮은 곳으로 질 수 있는

    낙엽 속에서 움트는

    생명의 밑거름을

     

    다가오는 겨울의 희망을

    꼬옥 껴안을 수 있게

    불타는 마지막 빛으로

    너를 감싸주고 싶다

     

    다 떠나가는 듯한 하늘 아래

    일자로 허리 세우고

    꿋꿋하게 너의 곁을 지키고 싶다

     

     

    11월 / 노연화

     

    목덜미를 스치는 바람

    얼음이 가득하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들

    움츠린 어깨마다 수북한 근심

    어둠은 더 빨리 얼굴을 들이민다

     

    종종걸음으로 시간을 뒤쫓아도

    늘 손은 비어있다

     

    비어 있어도 아름다운 나무들

    제자리 묵묵하게 삶을 다진다

    비늘 떨군 담담함으로 12월을 기다린다

     

    마지막이란 이름 붙은 것의 앞은

    새로운 것을 준비하는 거름이라서

    마음이 조금 흔들리는 것

     

    낙엽을 떨구는 몸짓을 사람들도 한다

    잠시 어깨 움츠렸다가

    눈이 오면 곧 환하게 웃는다

     

     

    길 위에 쌓여 있는 낙엽
    낙엽길

     

     

    11월의 비가 / 도혜숙

     

    길이

    어둠을 점화한다

    결코 닿을 수 없는 하늘을 향해

    바다는 별을 쏘아 올리고

     

    바람,

    네가 피워대는 슬픔의 무량함으로

    온 산이 머리끝까지

    붉게 흔들린다

     

     

    11월이 전하는 말 / 반기룡

     

    한 사람이 서 있네

    그 옆에 한 사람이 다가서네

    이윽고 11월이 되네

    서로가 기댈 수 있고 의탁이 되네

    직립의 뿌리를 깊게 내린 채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시네

     

    북풍한설이 몰아쳐도

    꿈쩍하지 않을

    곧을 보행을 하고 싶네

     

    한 사람 한 사이 만나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올곧은 모습으로

    어기여차 어기여차

    장단에 맞춰

    사뿐히 사뿐히 걸어가시네

     

    삭풍이 후려쳐도

    평형감각 잃지 않을

    온전한 11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네

     

     

    11월 안부 / 최원정

     

    황금빛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고

    지난 추억도 갈피마다

    켜켜이 내려앉아

    지나는 이의 발길에

    일없이 툭툭 채이는 걸

    너도 보았거든

    아무리 바쁘더라도

    소식 넣어

    맑은 이슬 한 잔 하자

     

    더 추워지기 전에

    김장 끝내고 나서

     

     

    11월의 시 / 임영준

     

    모두 떠나는가

     

    텅 빈 하늘 아래

    추레한 인내만이

    선을 긋고 있는데

    훌훌 널고 사라지는가

     

    아직도 못다 지핀

    시들이 수두룩한데

    가랑잎 더미에

    시름을 떠넘기고

     

    굼뜬 나를 버려둔 채

    황급히 떠나야만 하는가

     

     

    무등차 / 김현승

    가을은

    술 보다

    차 끓이기 좋은 시절

     

    갈가마귀 울음에

    산들 여위어 가고

     

    씀바귀 마른 잎에

    바람이 지나는

    남쪽 11월의 긴긴 밤을

     

    차 끓이며

    끓이며

    외로움도 향기인 양 마음에 젖는다

     

     

    11월의 시를 읽으며 마음이 차분해 지는 느낌이 듭니다. 차분하지만 가라앉지 않게 감정조절 잘 하며 11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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