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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시 초가을에 관한 시 모음좋은 시 2022. 9. 16. 09:59
초가을 시
초가을에 관한 시 모음입니다.
여름과 가을의 중간쯤 되는 날씨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초가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패셔니스타 나무들은 알록달록
화려한 옷을 준비하고 있고,
성질 급한 빨갛게 물든 나뭇잎은
길바닥을 뒹굴며 바람따라 산책 다니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길을 잡습니다.
참 좋은 계절 초가을입니다.
초가을을 즐기는 오늘 하루되세요.
초가을 시 읽으며 잠시 쉬었다 가세요.
초가을비
도종환
마음이 무거워
무거운 마음 버리려고
산사까지 걸어갔는데요
이끼 낀 탑 아래
물복숭아 몇 포기
피어 있는 걸 보았어요
여름내 비바람에 시달려
허리는 휘어지고
아름다운 제 꽃잎이 비 젖어 무거워
흙바닥에 닿을 듯
힘겨운 모습이었어요
비안개 울리는 뒷산 숲처럼
촉촉한 비구니 스님 한 분
신발 끄는 소리도 없이 절을 돌아가시는데
가지고 온 번뇌는 버릴 곳이 없었어요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만
사랑하고 살아가며 고통스러운 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만물은
제가 지고 선 세속의 제 무게가 있는가봐요
내리는 비
한 천년쯤 그냥 맞아주며
힘에 겨운 제 무게 때문에 도리어
쓰러지지 않는
석탑도 있는 걸 생각하며
가지고 왔던 것
그대로 품어 안고 돌아왔어요
절 지붕 위에 초가을비
소리 없이 내리던 날
초가을 냄새
박종영
어느 하루 비어 있는 시간을 채우려
파란빛을 찾아 나서던 날,
길모퉁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넝쿨이 서로 부둥켜안고
질긴 손 비비며 감싸고 있다
척박한 담벼락에서도 푸른 날의 그리움을
손잡아주는 동행의 길인 듯,
그 열기 데워지는 풋풋함으로 사방이 달콤하다
마치 그리운 날 뜨거운 가슴인 양
장작불처럼 활활 타오름은 어떤 연유일까?
가던 길 멈추고 다디단 냄새 흠흠 거리니
뿌듯이 차오르는 이별이 눈가에서 시리다
그대는 아시는가?
바람의 휘하(麾下)에서
풀꽃 행 도도하게 풍기는,
이토록 배부른 초가을 냄새를
초가을
은별
초가을...
가을이 건네는
특별한 선물
오곡백과
만발한 풍요로운 계절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 들녘
여름이 가는 길목에
가을이 빚어낸
아름다운 풍경
결 고운 햇살에
바스락
물들어 가는 가을빛
높아만 가네
파란 하늘
두둥실 흰 구름 떠가고
깊어가는 감성 어린 마음
가을바람
향수에 젖어
그리움을 달래 본다
어느 초가을 날
김덕성
생글생글 웃음 짓는 햇살
파란빛으로 유난히 빛나는 하늘빛
가을에 부는 소슬바람에서
초가을이 유혹한다
파란 하늘에 그림처럼
뭉게뭉게 떠오르는 하얀 뭉게구름
고운 날갯짓하는 빨간 고추잠자리
요염하게 유혹한다
갈바람에 한껏 춤을 추며
제 세상 만난 듯 살랑대는 코스모스
들에서 보니 모두 멋진
한 폭의 가을 그림을 그린다
풍작을 예고하는
풍요로운 가을 들녘에서
그리운 고운 사랑
그녀의 숨결을 듣는다
초가을 1
김용택
가을인갑다
외롭고, 그리고
마음이 산과 세상의 깊이에 가 닿길 바란다
바람이 지나가는갑다
운동장가 포플러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가
어제와 다르다
우리들이 사는동안
세월이 흘렀던게지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초가을 2
김용택
산 아래
동네가 참 좋습니다
벼 익은 논에 해 지는 모습도 그렇고
강가에 풀색도 참 곱습니다
나는 지금 해가 지는 초가을
소슬바람 부는 산 아래 서 있답니다
산 아래에서 산 보며
두 손 편하게 내려놓으니
맘이 이리 소슬하네요
초가을에는 지는 햇살들이 발광하는 서쪽이 좋습니다
가을이 와
나태주
가을이 와 나뭇잎 떨어지면
나무아래 나는 낙엽부자
가을이 와 먹구름 몰리면
하늘아래 나는 구름부자
가을이 와 찬바람 불어주면
빈 들판에 나는 바람부자
부러울 것 없네
가진것 없어도 가난할 것 없네
가을 그리기
윤보영
기분이 좋아요
기분이 좋다는 것은
가볍다는 뜻!
가볍다는 것은 그리움을
내려놓았다는 뜻입니다.
내려놓았다는 것은 그리움을
펼침이고
펼침은 넓다는 뜻!
넓은 가을을 그렸습니다
나보다는
그대가 더 행복했으면 좋겠기에
어제처럼
들꽃으로 그렸습니다.
기분 좋은 아침에
행복까지 덤으로 얻었습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박노해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불볕을 지낸 사과의 볼이 붉어지듯
뜨거웠던 나의 걸음도 묵직해지기를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장마에 맞서던 벼들의 고개가 숙여지듯
곧고 푸르던 나의 말들도 나직해지기를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태풍을 보낸 모과 속에 향즙이 고여들듯
아팠던 자리마다 사람의 향기 차오르기를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달아오르던 대지의 속이 그윽해지듯
여름을 보낸 내 마음도 깊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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