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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은 짠하다
    오늘의 좋은글 2022. 3. 24. 14:50

     

     

    삶의 계곡을 굽이굽이 함께 지나온 노부부가 다정히 손을 잡고 걷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은 '보기 너무 좋다' '나도 나이 들면 저렇게 다니고 싶다'라고 말합니다. 

    그 모습을 보면 삶의 조각 퍼즐을 하나씩 맞추고 마지막 조각 하나를 끼우고 있는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각자의 생각으로 스스로 위로를 받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등산을 가면 나란히 걸어 가다 길이 좁아져 뒤에서 따라 걸을 때가 있습니다.

    그때 바라 본 뒷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이 보이며 안쓰러움과 측은한 마음이 듭니다.

    같은 여정의 삶을 살고 있다면 좀 더 다정하고 따뜻하게 대하면 함께하는 삶이 행복해질 것입니다.

    뒷모습에도 감정이 있습니다. 아니 더 깊은 울림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한 번 바라보세요.

     

     

    나무 뿌리가 보이는 숲속 길

     

     

     

     

    어느 유명한 사회심리학자가 그러더군.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이성 간의 사랑은 그 가운데 가장 배타적이라고 어쩌면 사랑이 두 사람을 단위로 한 이기주의일 수도 있다고.

     

    그 말을 곰곰 되씹어봤다. 사랑에 빠지면 우린 상대방을 독점하고 싶어 한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이기적인 요소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규정만으로 사랑의 본질을 단언할 순 없다. 사랑만큼 복잡한 감정도 없다. 기질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보완하고 아끼는 마음도 사랑이며, 각자가 지닌 삶의 조건을 맞추거나 서로에게 맞춰지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 또한 사랑이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신촌 거리를 지나고 있었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노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젊은이들보다 확연히 느린 속도로 걷고 있었는데 두 분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새가 꽤 묘하게 보였다.

     

    난 유심히 지켜봤다. 키가 큰 할아버지는, 키가 작은 할머니가 두 걸음 정도 내딛는 모습을 확인한 뒤 천천히 한걸음 내디뎠다. 다리를 저는 할머니를 위해 할머니를 위해 미묘한 타이밍으로 보조를 맞추는 듯했다.

     

    노부부의 모습에 가슴 한쪽이 아릿해졌다. 별안간 나는 이런 생각에 휩싸였다. 상대보다 앞서 걸으며 손목을 끌어당기는 사랑도 가치가 있지만, 한 발 한 발 보조를 맞춰가며 뒤에서 따라가는 사랑이야말로 애틋하기 그지없다고.

    아름답다고.

     

    그래, 어떤 사랑은 한 발짝 뒤에서 상대를 염려한다.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ㅡ이기주, 「사랑의 온도」 中

     

    제주도 보리밭의 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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