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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을 위해 하는 행동은 사랑입니다오늘의 좋은글 2022. 3. 21. 12:32
가끔 김밥이 먹고 싶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행사가 있거나 나들이 갈 때면 재료들을 사서 꼭꼭 눌러 만들던 김밥.
집 김밥이 먹고 싶어 모처럼 김밥을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간단하게 만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어묵을 간장에 조려 어묵 김밥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런데 뭔가 부족한 느낌.
그래서 계란 지단을 부쳤더니 어묵과 계란 두 가지면 김밥 속 색깔이 예쁜 것 같지 않아 단무지, 시금치는 데쳐 무치고 당근을 채 썰어 살짝 볶았어요.
더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에 김밥 재료들은 구색을 갖추게 되고 손은 바빠졌지만 "맛있다"는 말 한마디가 행복하게 합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들은 사랑입니다.
얼마 전 5호선 공덕역에서 생각지도 않은 깨달음을 얻었다. 사소한 장면 하나가 내 마음에 훅 하고 들어왔다.
퇴근 시간, 콩나물시루 같은 전동차에 가까스로 몸을 밀어 넣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빈자리가 없었다. 승객들을 둘러봤다. 절반은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전화기를 걸거나 동승한 사람과 왁자지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경로석에 앉은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할머니 옆에서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있었는데 제법 시끄러웠다. 게다가 어르신은 뉴스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어허""이런" 등의 추임새를 꽤 격렬하게 넣었다. 휴대폰에서 흘러나오는 앵커 멘트와 어르신의 목소리가 객차를 점령하다시피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등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말했다.
"여보, 사람들이 많으니까 이어폰 끼고 보세요."
그러자 할아버지는 "아, 맞다. 알았어요. 당신 말 들을게요."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이어폰을 꺼내더니 보일 듯 말 듯한 엷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귀에 꽂았다. 일련의 동작이 마지못해 하는 행동이 아닌 듯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당신 말 들을게요"라는 어르신의 한마디가 내 귀에는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문장으로 들렸다.
흔히들 말한다. 상대가 원하는 걸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건 작은 사랑인지도 모른다. 상대가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큰 사랑이 아닐까.
사랑의 본질이 그렇다. 사랑은 함부로 변명하지 않는다. 사랑은 순간의 상황을 위해 이리저리 돌려 말하거나 방패막이가 될 만한 부차적인 이유를 내세우지 않는다. 핑계를 댈 시간에 둘 사이를 가로막는 문턱을 넘어가며 서로에게 향한다.
ㅡ이기주, 언어의 온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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